1억 3800만원 짜리 외출
(2004년 5월9일)
열흘 나들이에 자그마치 1억
3800만원(12만여불). 과연! 너나없이 통큰 것 좋아하고 나랏돈을 공돈 비스무리하게 여기는 나라의 전직 대통령 행차답다.
하기사 상 받으려 가는데 점보기 몰고 가서 수십억원 쓰고 오는 사람들에겐 그까짓 1억여원쯤이야 푼돈에
불과하겠지만, 이쑤시개 분질러 두개로 쓰고 찬거리 10원 더 싼 곳 찾아서 왼 시장바닥 헤매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
들으면 눈 뒤집혀진다.
주는 쪽은 그래도 백성들 눈치가 보이고 좀 캥기기는 하는 모양인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키로 했다느니, 카터도 온다느니, 고르바쵸프 클린턴 만델라 바이체커도 퇴임후 국위선양을 위해 순방외교를 했다느니 어쩌니
해싸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변명이 길다. 명목이야 무엇인들 못 붙이겠나. 차라리, 법률조항 들이밀며 내놓으라고
오복조르듯 하는데 안주고 배길 장사 어디 있겠냐는 말 하고싶었을 것이다.
과문인진 몰라도 카터 고르바쵸프 클린턴
만델라들은 주로 초청자측 비용으로 다닐 뿐, 우리 전(前)대통령처럼 정부지원금으로 다닌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특히 고르바쵸프 같은
이는 해외 강연에서 번 돈으로 자기 나라에서 무슨 재단인가를 빠듯하게 꾸려가고 있다고 들었다.
지원금 계산도
헷갈린다. "XXX 전대통령 내외, XXX 전 특보, XXX 비서관 등이 수행한다"고 했는데, ..."등"이라니, 모두
부부동반이라도 한다는 얘기냐? 만부득이 전직 대통령 내외와 비서관 하나쯤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수행원들 비용까지 국비로
부담해야할 근거가 어디 있나? 내외분의 하룻밤 스위트룸 비용을 4천불로 쳐도 비서관 트윈룸 비용에 왕복 항공료까지 합쳐
7만여불이면 될 것 같은데 어찌하여 12만여불이나 되나? 하룻밤에 6-7천불 하는 최고급 스위트룸에 호화판 만찬까지 벌이며
사우디 왕자행세라도 하고 오겠다는거냐?
참으로 이상한 일은 민주화를 부르짖는 대통령일수록 나랏돈을 제 주머니
돈처럼 마음대로 쓰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전전(前前)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때 그곳 군소국 대통령들에게, 부잣집 망나니들 술집
호스테스에게 팁 뿌리듯 100만불씩 척척 안겼고, 전(前) 대통령 역시 현직에 있을 때 나랏돈을 저렇게 마구 써도 되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기사 이런 말하면 더러는 쪼잔하고 야박하다고 타박할 사람들도 있겠고, 또 나랏님들 하시는
일에 하잘 것 없는 백성 나부랭이가 시건방진 소리한다고 눈 부라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왠지 울화통이 팍팍
치밀어 비올 때 개똥 밟고 담모롱이 돌아가는 중처럼 혼자 궁시렁거리기라도 해야할 것 같은걸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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