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대로

조중동과 한경대

이강기 2015. 9. 9. 11:06

 

 

조중동과 한경대

 

 

 

 

 

(2002528, 에머지)

 

 

꼭 어느 집 아이 이름 같다. 특히 한경대란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한참 앞 뒤 문맥을 더듬어봐야 했다. 바쁜 세상에 이니셜 사용이 일반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신문사들을 자기들 맘대로 조중동이니 한경대니 하며 편을 갈라놓고는 어느 한 쪽을 못 씹어서 눈을 시뻘겋게 해 가지고 안달을 하는 꼴 정말 볼썽 사납다.

 

보아하니 조중동이 수세인 것 같고 한경대가 공세를 펴는 것 같다.아니 조중동이 수세라기 보다도,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켜보고 있는 어른들 입장인 것 같다.(아직 조중동이 한경대 보도태도 시비하는 것 못 봤다). 한경대 중에서도 유독 모 신문은 사설이나 칼럼만 읽어보면 이 신문이 신문 본분은 버려 두고 오직 조중동(그 가운데서도 특히 조선일보)에 시비걸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다. 특히 이 신문에 칼럼을 쓰는 강모라는 사람은 조선일보 씹는 것 빼고 나면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 지 모를 정도이고 손모라는 사람이 쓰는 글도 그에 버금간다. 허구한 날 조선일보 물고 늘어지는 것에 여념이 없는데 그렇게 오래 물고 있으면 이빨이 안 아픈지 모르겠다. 그래도 효과가 나지 않는지 요즘 들어서는 필진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들추어내어 시비를 건다.

 

도대체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보수계 신문이고 진보계 신문이고 제 주장만 하면 되는 것이지 남의 신문 노선가지고 시비하고, 시시콜콜 감시하며, 심지어 필진들 어디 가서 무슨 소리 한 것까지 실명으로 들춰내 욕하는 나라 나는 못 봤다. 리베라시옹이 르 피가로 욕한다는 소리 못 들어봤고, 뉴욕타임스가 유에스에이투데이 보도태도 갖고 시비한다는 얘기 들어보지 못했다. 아사히가 산께이 잘 못한다고 나무란다는 소리 못 들어 봤다. 그저 제 목소리만 내면 되는 것이다. 그게 신문의 본분이고 할 짓인 것이다. 제 할 일이나 똑똑히 하지, 보아하니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건만 한사코 남 잘 못하는 것 없나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분명 한국뿐일 것이다.

 

옛날엔, 특히 젊은 사람들은 여당지는 신문 취급도 안 했다. 정부 기관지 같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닌지 몰라도 분명히 여당지는 있다. 심야토론 같은 것 할 때 흔히 한경대 쪽 사람들이 여당편에 앉아서 편들고 있는 걸 보면(야당 편에 앉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분명히 그 신문들이 정부.여당에 가까운 것 같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권력을 이용한 스캔들에 대한 보도나 논평 태도를 봐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전 언론사 세무조사 때 보이던 그런 기세 등등함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마지못해 보도하고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대주주 출자제한을 하여 언론사를 사기업에서 공기업화 하자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진작부터 모 방송사와 모 신문사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 비슷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과연 시청자나 독자들이, 그 방송사 그 신문사가 정론을 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아는가? 주인 없는 틈을 타 정부의 입김이 서리는 것보다는 개인 소유가 열 배 스무 배 낫다.

 

안티는 또 뭔가? 구독 부수를 몇 십만 부 줄이겠다는 소리는 또 뭔가? 어떻게 시민운동 단체가 언론사에 대해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안티 운동을 벌이고, 모 대통령 후보 후원단체 간부가 신문사 구독 부수를 줄이겠다는 폭언(그래 분명 폭언이다)을 공공연히 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대학교수가, 신문사 간부가 입만 열면 조선일보 비난하는 소리만 늘어 놓을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것일까?

 

물론 조중동도 자성해야할 일들이 여럿 있다고 본다. 아니 한국 언론사 전체가 자성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닌 줄 안다. 지난 번 치른 언론사 세무조사도 건전한 언론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몹시 치졸했기 때문에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금 흠잡고, 비난하고, 안티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방법이 마치 그 세무조사만큼이나 치졸하기 때문에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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