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서] The Rise of the West
김민웅(성공회대 교수)
입력 2012.01.13, 세계일보
서구 문명의 발생 기원, 대하소설처럼 장대하게 펼쳐
윌리엄 맥닐은 세계적인 역사학자다. 이 책의 초판은 1963년에 나왔다. 800쪽이 넘는 책이 1.25달러에 불과했다. 나오자마자 즉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 맥닐이 회상하기를, 이 책은 오스팔트 스펭글러의 ‘서구의 몰락’과 대조될 뿐만 아니라,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서구의 현실적 자신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책의 제목은 맥닐 자신이 말한 대로 일종의 지적 제국주의(intellectual imperialism)의 냄새를 풍길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관점이 아니라, 서구 문명의 뿌리와 그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펼쳐 보이려는 의지를 가지고 썼다. 윌리엄 맥닐은 비서구 지역의 문명을 균형 있게 다루지 못했고, 서구와 다른 세계의 문명이 서로 유기적으로 어떻게 관련되고 발전했는지를 서술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적으로 밝혀낸다.
특히 그와 함께 공부했고 이슬람 문명의 권위자로 일찍 세상을 뜬 마셜 호지슨을 기억한다. 맥닐은 문명사에서 이슬람의 역할을 크게 주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사는 서로 다른 문명권의 씨줄과 날줄과도 같은 관계망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세계 역사 연구는 바로 이와 같은 학문적 성찰에 기초해서 다양한 문명권과 지역의 역사가 서로 어떻게 얽혀서, 하나의 인류사를 만들어내는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발전한다. 세계사란 여러 나라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망을 구축하고 이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윌리엄 맥닐은 이와 같은 오늘날의 세계사 연구에 초석을 놓은 학자인 셈이다.
윌리엄 맥닐의 이 책은 고대 중근동 역사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의 책 내용은 워낙 방대하고 그 문명사의 그물망이 촘촘해서 문명의 역사에 대한 초보적 지식이 부족할 경우, 그 지식과 정보에 압도당할 수도 있다. 인내하면서 끈기 있게 읽어가면 대단히 많은 지식의 보고가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인류학, 지리학, 문명학, 인문 역사 등의 여러 분야에 걸친 지적 역량을 하나로 묶어 서구 문명의 발생 기원에 대해 탐색하고 이것이 어떤 경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마치 대하소설처럼 써내려간 그의 학문적 솜씨는 읽을 때마다 경탄한다.
최근에 문명 역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윌리엄 맥닐의 이 책이 번역되어 우리 사회의 문명사 지식에 크게 기여한다면 우리의 문명 담론의 차원도 사뭇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문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혀지도록 써진 탁월한 문명사 개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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