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 나름 실용주의자 이완용, 왜 매국노가 됐나 | |||||||||||
나름 실용주의자 이완용, 왜 매국노가 됐나
자기 이익 추구의 합리성 좇아
이완용이 남긴 재산은 지금으로 치면 600억원에 해당하는 300만엔. 당시 재산이 6000만엔이었던 민영휘 다음가는 부자였다. 영친왕을 세자로 책봉한 공로로 순종이 하사한 40만원 등에 한일합병의 공로로 받은 은사금 15만원 등이 종잣돈으로 그는 땅을 사고파는 수완으로 재산을 키웠다. <이완용 평전>은 당시 고종과의 관계를 더듬어가면서 인간 이완용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관료이자 고종의 심복으로서 그를 지배했던 것은 ‘자기 이익 추구의 합리성’이었는데, 그 스스로는 ‘실용주의’나 ‘현실주의’로 변명할 것들이었다. 지은이는 이완용이 근대적 주권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 전통적 관료도 아니었고 신문물을 받아들여 나름 점진적 개혁을 희망했던 인물이었음에도 매국노가 된 것은 권력의 중심에서 상황에 스스로를 맞추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분노할 현실이 없거나 또는 그것을 외면하려 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이 지은이가 본 이완용이다. 이완용의 출세는 고종의 의중을 늘 정확히 읽은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이완용이 스물아홉 살에 첫 벼슬인 규장각 시교를 할 때 고종이 그를 건청궁 서재로 불러 <자치통감강목>을 두고 토론을 벌이며 친해졌다. 토론 주제는 고대 중국 진나라와 조나라가 전쟁을 벌였을 때 조나라 왕이 주변 반대를 무시하고 장군을 염파에서 조괄로 교체했다가 패배한 고사였다. 이완용은 이미 대세가 기운 상황이었다면 조나라 왕이 염파 같은 명장을 보냈어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며 2년 전(1884년) 갑신정변 때 ‘애송이’ 김옥균 등을 믿었다가 낭패를 봤던 고종을 위로했다. 이후 고종은 자기 속을 헤아릴 줄 아는 이완용을 파격 승진시킨다. 이완용은 을미사변 뒤 사실상 유폐상태였던 고종이 몰래 러시아공사관으로 빠져나가는 아관파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고종과 더욱 찰떡으로 묶인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왜 이완용은 매국 친일의 결정을 했을까? 1905년 조약 체결 직전, 어전회의에서 이완용은 돌발질문을 던진다. “만약 폐하의 마음이 단호하여 흔들리지 않는다면 나랏일을 위해 진실로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만일 너그러운 도량으로 하는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면 어떻게 합니까?” 그는 외교마찰이 있을 때마다 최고 결정권자로서의 책임을 신하들한테 전가해온 고종의 스타일을 알고 있었다. 고종의 대답은 “모양 좋게 조처하라”였다. 대한제국을 백성의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은 고종에게 ‘모양 좋음’은 최대한 문구를 수정해 왕실과 신료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완용은 어차피 일본의 야욕을 물리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고종과의 ‘의리’도 깨지 않고, 자신의 영달을 챙기는 길을 택한다. 이를 합리화하는 논리는 ‘대한제국이 부강해지면 다시 국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천하의 역적이란 손가락질은 을사오적에게 집중됐다. 여기에는 늑약 체결의 책임을 회피하기 힘든 고종 황제가 당시 ‘신성불가침’이었던 점이 작용했다는 게 지은이의 판단이다. 이완용의 ‘선 부국 후 국권회복’ 논리는 당시 일부 지식인들에게 실력양성론으로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지은이는 당시 대한제국의 문제를 모두 이완용과 을사오적의 문제로 비판하면서
나머지 사람들이 책임의 탈출구를 얻은 것은 아니었는지, 그가 ‘특별히 이상한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지금 당신이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끌어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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