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논리"와 전쟁이 필요한 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 2009년 7월31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서재정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한미동맹은 정말 예외적이다. 역사적으로 군사동맹은 1년도 못 가는 게 태반이고 오래가야 20년을 넘기지 못하는데, 무려 50년을 넘겼다. 한미동맹 말고는 미일 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도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동맹국 군대가 상주하고 있는 것도 드물고, 패전국이 아닌 국가에 외국군 수만 명이 반세기 이상 주둔하고 있는 동맹은 (식민지 빼고는) 한미동맹뿐이다.
더 놀랍게도 한국은 동맹국에 작전지휘통제권까지 넘긴 “경이로운 주권의 양도”를 실현한, 국가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예외적 사례이며, 이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을 불온시하는 진짜 경이로운 나라다. 더더욱 경이롭게도, 주한 미군 감축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반대하고 있고, 전직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보수우익이 작전지휘통제권 환수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민족 전통과 자존을 존재 이유로 삼는 세계의 여타 보수우익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보다.
내 생각에, 그건 한국 보수우익의 출발점이 애초 ‘민족’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협소한 당파적 이익이고 그 뿌리가 친일매족을 반공으로 얼버무린 과거에 뻗쳐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서 교수의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이종삼 옮김, 한울)를 보면 한미동맹의 경이로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냉전 붕괴 뒤 중국과 소련(러시아)은 한국을 승인했으나, 미국·일본이 여전히 적대시하고 있는 북한은 철저히 고립돼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의 20배가 넘고 한국의 연간 국방예산은 10년 전에 이미 북한의 8배였다. 장사정포나 병력 등에서 북한이 수적으로 우세하다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훈련할 기름도 없어 군대가 걸핏하면 농사일에 동원돼야 하는 공병대 집단으로 변모한 북한 인민군과 낡은 대포들이, 첨단화력으로 무장한 한국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북의 대남 안보 위협이 현저히 감소한 건 누가 봐도 알 만한 객관적 현실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존재하는 한미동맹은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되는가? 서 교수에 따르면 문제는 담론전쟁이다. 지금 한국은 민족주의 정체성보다 동맹 정체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위한 보수우익 담론이 끝없이 양산되고 있다. 대북 ‘퍼주기’ 담론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뻔한 거짓말까지 동원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펴낸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 알기>라는 교육용 책자가 대북 ‘뒷돈 대주기’ 거짓말을 늘어놓은 건 빙산의 일각이다. 거짓 담론을 퍼뜨려 대북 적대감과 한미동맹을 끝없이 연장시키려는 시도다. 누가? 그런 담론으로 득을 보는 한국과 미국 내 일부 세력, 한반도 군사긴장이 유지되고 천문학적 군사비와 거대 군사력이 유지돼야 자신의 지위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력이다.
서 교수는 한미동맹의 앞날은 이 담론전쟁의 향배에 달렸다고 봤다. 한미동맹만이랴. 민족의
명운이 거기에 달렸다. 서 교수는 안토니오 그람시를 인용해 담론전쟁은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진지전의 요체는 화력이 아니라
머리요 의식이며 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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