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사이머(John J.
Mearsheimer)교수
시카고 대학의 2004년 졸업식의 백미는 미어사이머 교수의 연설이었다. 그는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w)이후 최고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다. 그는 좀 별난 이력의 소유자이다. 군대에 입영했지만 “베트남 출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웨스트 포인트 육군사관학교로 진학했다. 그 뒤 코넬 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시카고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1988년에 간행한 ‘Liddell Hart and the
Weight of History’로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Foreign Affairs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 미국의 대외정책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쟁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군인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곧 죽음일 뿐이다... 전쟁에서 가장 큰
것을 얻는 이는 여성 연예인이다. 그녀들은 출정 군인들의 뜨거운 사랑 그 자체다.”
“초강대국”의 결정 요소
이날의 연설에서 그는 “21세기도 미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20세기에도 최강국이었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은 1980년대 후반기부터 미국이 ‘강대국’의 위치에서 하강해 로마 제국처럼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1900년대 영국처럼 쇠락의
과정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 ‘쇠망론’은 21세기에 들어서자 사라졌다. 1990년대 중반기의 소련 해체와 미국
경제의 상승곡선으로 미국이 글로벌 헤게모니 국가임이 입증되었다.
지금 미국은 20세기 보다 더 강한 국가, “초강대국”의 위치를 다지고
있다. 미국의 현재를 바라보면서 미어사이머 교수는 이 현상이 앞으로 한 세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의 논지는 명료하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인구와 더 풍요로운 경제력이 그것이다. “초강대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더 많은 인구는 거대한 군사력의 원천이며 풍요로운 경제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을 고려한다면 인구야말로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투입도 인구가 뒷받침하고 있으며, 전쟁 비용 1,500억 달러도
사실상 인구수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중국 인구의 성장은
미국의 인구는 지난 50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했다. 반면 다른 나라는 인구 감소 또는 현상 유지에 그쳤다. 독일, 일본, 러시아의 인구도 감소 추세다. 독일은 2000년도 8,200만
명에서 2050년 7,900만 명으로, 일본은 2000년 1억2,700만 명에서 2050년 1억 1,000만 명으로, 러시아는 2000년 1억
4,6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1억 명으로 각각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4%, 일본은 13%, 러시아는 31%의 인구가
감소할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와 반대다. 영국은 2000년 5,900만 명에서 2050년 6,600만 명으로, 약 12% 성장할 것이고, 프랑스는 2000년 5,900만 명에서 2050년 6,400만 명으로 약 8% 성장할 것이다. 미국 인구도 2000년에 2억 8,500만 명이 2050년에는 44% 성장한 4억9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궁금한 사실은 중국의 인구다. 중국은 미국의 잠재적인 경쟁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구도 거대한데, 2000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인구는 12억 8,000만 명, 2050년에는 9%가 성장한 14억 명으로 예상된다. 어느 면에서는 중국만이 미국의 강력한 경쟁국가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중국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중국은 현재 ‘한 아이 갖기 운동’으로 노령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용광로와
열린사회
이러한 현상은 중국 경제에 일대 타격이다. 이 문제 외에 적실성을 결여한 연금제도며, 제대군인에 대한 경제 지원
등이 겹쳐져 경제성장은 점점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젊은 인구층을 갖고 있다. 그 젊음의 힘으로 미국은 경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의 ‘동적인 활력(dynamic vitality)’에서 온다.
미국은 경쟁을 전제로 한 동적 사회로 “전 세계로부터 유능한 젊은이들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와도 같다.” 이렇게 흡수한 젊은이를 능력 있는 미국 시민으로 변화시킨다. 이점에서 미국사회는 거대한 사회적 용광로와 같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국 노동자에게 적대적이고 폐쇄적일 때 미국만은 개방적이고 수용적이었다. 이점에서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열린 사회’라는
미어사이머 교수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비록 그의 예측이 틀릴 수 있지만, ‘열린 사회’에 대한 그의 논의는 21세기의 기본 전략임이
분명하다.
위클리 포커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