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교과서 문제 등에 너무 즉각 반응하고, 전부 보도된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굳이 반응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독도에 대해 어떤 회의를 했다고 하면 크게 보도되고, 그것을 또 일본의 매스컴에서 파서 다룬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유독 심한 이유에 대한 이시이 가즈미 일·한친선협회 이사장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반일감정은 한국보다도 심한데, 왜 일본에서는 혐한(嫌韓) 현상이 강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최근 일본에서 반한감정이 심상치 않다. 한국과 재일교포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국적, 인종, 성, 종교, 성 정체성, 정치적 견해, 사회적 위치, 외모 등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가 번지고 있다. 미디어나 출판물 뿐 아니라 직접적인 혐한 발언이 일본인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일본 의회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헤이트 스피치 규제 법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지난 8월, 한일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일·한친선협회가 한국을 방문했다. 일·한친선협회는 문화 교류, 행사 개최 등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일 교류를 위해 일한지 38년째라는 이시이 가즈미 일·한친선협회 이사장은, 지난 8월 20일 중앙일보에 방문해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한·일관계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시이 가즈미 일·한친선협회 이사장과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주요 문답.
- 일·한친선협회가 어떤 단체인가.
“일본의 각 도도부현(都道府?)에 47개 지역회가 있다. 일·한친선협회 지부 중 지방의 협회 경우에는 45년의 역사를 지닌 곳도 있다. 중앙회는 올해로 39년이 됐다. 처음에 지부들이 생겼고 이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형태로 중앙회가 만들어졌다.
- 일본에 일·한친선협회와 비슷한 단체가 더 있나.
“협력위원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있다. 협력위원회는 아소 다로 전 총리·현 재무상이 운영하고 있다.”
- 요즈음 한·일 관계가 옛날보다 껄끄럽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재일한국인, 민간 단체에 소속된 분들이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같이 움직이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생활을 기본으로 민간부분에서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현재 한·일 간의 문제 중 무엇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정치·경제·문화·교류 분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 생각엔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정보가 너무 좌우 양 쪽으로 편향돼 국민 마음이 한 쪽으로 쏠린다. 이것이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
“일단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었다. 그리고 일본 천황에 대한 발언은 정확하진 않지만 ‘한국에 오려면 사과해라’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일본의 산케이 신문지국장이 잡혔다는 내용 등을 1면으로 나와 일본 국민 감정을 동요시킨다. 특히 인터넷에서 젊은 사람의 감정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나쁜 얘기를 직접적으로 보도하고, 젊은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다.”
- 젊은 사람일수록 더 한국을 싫어하는 것인가.
“일·한친선협회가 주도해서 청소년교육을 하고 있다. 작년에 일본 고등학생들을 한국에 데리고 왔다. 처음에 학생이 감상문을 쓸 때 ‘불안하다, 걱정이 된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견학이 끝나면 ‘또 가고 싶다, 가깝고 좋은 나라다’ 와 같은 식으로 바뀐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는) 다른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안 좋은 정보를 얻고 한국을 싫어하게 되는 것 같다.”
- 친선협회에서 30여 년 동안 일했다. 과거에 비해 요즘 일본사람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인 의견은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에 대한 감정이 별로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혐한 분위기가 2000년대 초반보다 요즘이 더 높다고 하고, 혐한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 분석이 잘 맞을지 모르겠지만, 좌익과 우익이 더 강해졌다. 일본의 경우 우익의 힘이 더 세졌고, 정치에 의해 더 그렇게 됐다.”
- 아베 총리가 우익 강화를 추진한다. 그것이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꼭 그렇게 분석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나는 38년 전하고 비교해서 기본적인 흐름이 변화가 있었던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 양국의 관계 악화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지난 6월 22일 한·일수교 50주년 때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대사관 기념식에 참석한 것으로 일단 실마리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은 하지 못했지만 50주년 기념식에 양국 수뇌가 참석을 한 것이다. 우리 친선협회가 풀뿌리 단체로서 한·일 간의 제일 중요한 단체이기 때문에, 우스갯소리지만 우리가 압력을 행사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협회 활동이 조금 부족했던 건 사실인데, 그것을 메우기 위해 일단 10월 21일 ‘유고친선의 만남 인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천 명 가량 되는 인원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대규모로 진행된다. 일·한친선협회가 주도하고 민단과 세 단체가 힘을 합쳐서 행사를 하게 됐다”
- 재일한국동포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는 어느 정도인가.
“말해도 되는 말이 있고, 안 되는 말이 있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일본에 완전히 녹아들어, 오랫동안 신뢰를 얻어서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들이 많다. 그런데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그 사람들이 타격을 받고 아주 아픈 형국을 만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슬프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이 많아도 헤이트 스피치는 없는데, 왜 일본에는 헤이트 스피치가 있나.
“재일한국인이 일본에 살게 된 데에 대한 선입관이 유래가 됐고, 일본은 생활 속에 한국인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것 같다.”
- 한국 사람보다 중국 사람에 대한 거부 감정이 일본에 더 많다. 또 여러모로 봐도 중국이 일본에 대해서 훨씬 더 반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왜 중국 사람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는 없나. 중국 사람은 대국이라서 안 하고 한국 사람은 만만해서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재일한국인이 살게 된 역사가 우익에게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1930년대 식민지 시대 때 와서 생활하게 됐고, 정착하게 됐고, 종전을 맞이했는데, 종전을 맞이한 가운데서도 관동대지진 등 여러 가지 재일한국인과 관련된 일들이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우익한테는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중국이나 한국에 대해서 그렇게 큰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국가 대 국가로 인한 접전 외교나 정상들의 그런 것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 쉽게 얘기하자면 한국이 한·일 관계를 잘 안 풀어가서 일본인의 반감이 더 커졌다는 건가.
“그렇다.”
- 그렇다면 가장 안 좋게 보였던 부분이 무엇인가.
“역사 인식이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교과서 문제 등에 너무 즉각 반응하고, 다 보도가 된다. 중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한국은 너무 금방 반응을 한다. 반응을 할 필요가 없는데, 독도에 대해 어떤 회의를 했다고 하면 한국에서 크게 보도 되고, 그것을 또 일본의 매스컴에서 파서 다루다보니 사람들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
- 그러면 한국정부나 한국 사람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무관심하거나 반응을 하지 말란 얘긴 아니다. 서로의 의견을 같이 들어봐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이 다르다. 상대방의 생각도 보고 듣는 것이 필요하다.”
- 한·일관계 악화 때문에 일·한친선협회의 회원, 특히 재일한국인이 고통이 많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가장 심한 사례는 무엇인가.
“2년 전부터 제품 판매가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가 나빠졌다. 여행업자도 힘들다. 엔화가 싸진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수가 반 정도 줄었다.”
- 협회와 민간 차원에서 양국 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앙총회에서도 각 지방 사람들을 불러 얘기를 했다. 한꺼번에 세 계단 다섯 계단 씩 올라갈 수는 없는 것이지 않나. 매일 조금씩 축적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선 문화역사와 서로 같이 공부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돼지 갈비를 같이 먹는 체험 등도 있다. 중앙이 주도해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일본의 지방과 지방간 스포츠?생활교류, 지방의원간의 교류를 지원하려고 한다.”
- 질문했던 것 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간외교라는 것은 한꺼번에 되는 게 아니다. 굉장히 긴 호흡을 가지고 해야한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됐다. 100주년을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청소년 교류가 필요하다. 양국을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서로의 좋은 부분을 교환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교환 학생 리포트를 보면 처음에는 불안과 걱정을 나타냈었는데, 현재 정반대가 됐다. ‘이 나라를 좋아하게 됐고 더 오고 싶고’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청소년은 복잡하지 않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것이다. 서로 그런 것을 아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토대를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다.”
- 왜 일한친선협회에 깊이 몸담게 됐는지 개인적인 경험이 궁금하다.
“38년 전에 기시 수상을 모시고 수행을 왔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손바닥이 매우 부드러웠고, 그 인상이 깊게 남았다. 지금도 남아있다.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있겠지만 ‘따뜻함’을 느꼈다.”
정리 김하온 기자 kim.haon@joongang.co.kr·홍다애 인턴기자
영상 김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