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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럽지 않은 강남스타일의 유쾌한 질주 - 2012년, 경향신문 사설

이강기 2015. 10. 14. 10:38

[사설]

강남스럽지 않은 강남스타일의 유쾌한 질주

 

경향신문, 2012. 9.23

 

어디 가도 , , 오웁~빤 강남스따일!”이다. 가수 싸이의 독특한 춤과 노래로 구성된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의 질주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 조회수 2억건 돌파, 아이튠즈 음원 차트 1위에 이어 지난주에는 빌보드 싱글 메인 차트 100’ 순위 64위에서 무려 53계단이나 상승한 11위로 도약했다. 엊그제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강남스타일뮤직비디오에 대한 좋아요수가 214만여명으로, 일렉트릭 듀오 LMFAO파티 록 앤섬(Party Rock Anthem)’이 받은 157만여명을 훌쩍 넘어 유튜브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 715일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이렇게 인기가 식기는커녕 오히려 기세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 놀랍다.

 

강남스타일열풍이 기존의 K팝 한류와는 내용과 방식에서 전혀 다르다는 점도 신선하다. 일부 문화권의 10·20대 마니아층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세대와 계층에 먹혀드는 보편적인 문화코드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그렇다. 아이돌 스타의 만들어진 듯한 화려함이나 세련미보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30대의 희화적인 노래와 춤 동작이 그런 반전의 열쇠였을 수 있다. 한국어 가사로 정면 승부한 것이라든가 유튜브·트위터 등 SNS를 통한 적극적 마케팅 등 기존의 K팝과는 다른 성공 공식을 만들어낸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꼽힌다.

 

하나의 문화상품이 전 세계인에게 재미와 자극을 주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과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새로운 문화현상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문화적 독창성과 보편성에 더해서 시대적 코드가 강남스타일과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끝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세계에 살면서 숨기고 있던 피로감을 솔직하고 익살스럽게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주류문화의 무게를 걷어낸 비주류적 감성의 유쾌한 반란에 갈채하고 있다.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강남스타일강남으로 상징되는 주류사회, 주류문화를 선망하면서 동시에 조롱한다. 그것이 강남이라는 언어의 틀을 벗어나 쉬운 음악과 몸 동작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는 게 절묘하다. ‘강남스타일이 이렇게 색다르고 신선한 문화현상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도 유쾌한 일이다. 그 질주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