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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도 어린이였다?

이강기 2015. 10. 16. 09:50
  • 히틀러도 어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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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희 이스라엘 특파원
박국희 이스라엘 특파원
 
"심지어 히틀러도 어린이였다(Even Hitler was a child)."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근처의 한 이스라엘 마을에서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3주 넘게 계속된 이·팔 사태로 가자지구의 어린이 희생자가 늘어나자 점차 거세지는 국제적 비난에 누군가가 반박을 한 것이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투입된 지 10여일 만에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UN에 따르면 75%가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이다. 어린이만 2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저귀를 찬 채 죽은 아기도 발견됐다. "히틀러도 어린이였다"는 주장에는 장래에 테러리스트가 될지도 모를 팔레스타인 어린이는 죽여도 좋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지난 16일 가자지구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던 팔레스타인 아이 4명이 이스라엘 함포에 사망한 사건은 명백한 오폭(誤爆)이었다. 이 소식을 전한 이스라엘 포털 기사에는 "왜 겨우 4명인가? 한심하다"며 이스라엘군을 질타하는 내용부터 "아랍 아이들이 죽은 것보다 더 아름다운 사진은 없다" "가자지구의 아이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불타 버렸으면 좋겠다"는 이스라엘 네티즌들의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이런 주장을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이스라엘 일간지 '하욤'이 전국 유대인 성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가 가자지구 침공을 찬성했다. 응답자 94%가 이스라엘군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77%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휴전 제안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도는 73%까지 치솟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600만 유대인이 학살됐던 이스라엘 국민의 애국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기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신체 곳곳에 문신한 유대인이 거리에 넘쳐난다. 외국에서 태어났어도 유대인이란 이유만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이스라엘로 돌아온다. 전후 독일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이스라엘이 보여준 철두철미한 과거사 정립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식민지 피해국의 교범이 되기도 했다.

애국심이 과도한 탓일까. 유독 팔레스타인 관련 이슈에서만큼은 이스라엘 총리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 여군까지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는 '인간 방패' 전략을 쓰는 하마스 책임"이라며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스라엘 스스로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어린이 100만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가자지구의 무고한 어린이 희생자 때문에 "나치와 다를 게 없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교전 과정에서 생긴 아군 사상자를 '꽃(Flower)'이라는 은어로 칭한다. 요즘 이스라엘 국민은 숨진 군인 50여명을 애도하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무고하게 희생된 가자지구 어린이들을 모르는 척하는 이스라엘 국민이 많아질수록 이 땅에 평화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