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05 13:42 | 수정 : 2015.03.05 14:43
조선일보
바람둥이로 유명했던 존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암살되자 부통령 린든 존슨이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존슨 대통령 역시 케네디 대통령 못지않은
플레이보이였던 사실이 당시 백악관 경호원들의 회고에 의해 밝혀졌다. 또 손수 가방을 들고 다닌 것으로 유명했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겸손하고
서민적 행위"는 언론에 사진 찍히기 위한 "쇼"였으며 카메라가 사라지면 금방 가방을 남에게 맡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사실은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 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인터넷 언론매체 뉴스맥스(Newsmax)의 워싱턴 특파원인 로날드 켓슬러(Ronald
Kessler)가 쓴 베스트셀러 "대통령 경호원들" (In the President's Secret Service: Behind the
Scenes With Agents in the Line of Fire and the Presidents They Protect)에 실려 있다.
긴 책 제목의 뒷부분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경호원들의 뒷이야기"란 뜻이다. 켓슬러는 전·현직 백악관 경호원 100여명을
인터뷰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이 책 말고도 백악관 관련 책 두 권을 더 썼으며 CIA와 FBI 내막 등 20여종의 인사이드
스토리(내막) 책을 쓴 저자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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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임 시절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대통령 경호원들"에서 케슬러는 경호원들이 ”가장 호감이 안가는“(the least likeable) 대통령으로 지미
카터를 꼽았다고 했다. 카터 대통령은 1977년부터 4년만 백악관 주인 노릇을 했을 뿐이다. 그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중동평화협정을 맺도록 한 것 외에는 별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잘한 일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한 평가를
보면, 오바마를 포함한 역대 대통령 43명 중 카터는 중간 이하인 29위에 그쳤다. 더구나 그의 임기 후반에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이 폭도들에게
점령당하여 미국 외교관들이 무려 444일이나 감금되었고. 이들을 구출한다고 카터는 특공대를 비밀리에 파견했으나 헬리콥터 추락으로 특공대원 8명만
희생되고 실패하고 만다. 이때 등장한 “캘리포니아 카우보이” 로날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가 1980년 대선에서 카터를 KO 시키고 당선된다.
레이건 당선 직후 이란 폭도들은 미국대사관 점거를 푼다.
카터는 한국에서도 그렇게 존경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임기 초반 카터는
한국을 방문,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간 후 한국으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해서 한국정부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박 대통령이
자주국방 의지를 다지는 결과를 초래한 건 유명하다. 결국 카터의 주한미군 철수계획은 미국 군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카터는 최근 내란선동죄로 9년 징역형이 확정된 이석기(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속 전 국회의원)를 석방하라는 한국 좌파들 운동에
동조하여 많은 한국인의 빈축을 샀다.
카터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일하는 경호원들을 경멸했다고 케슬러는 주장했다.
카터 재임 중 3년 반 동안 일한 경호원 존 피악세키의 말을 인용하여 그렇게 말했다. 카터는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에
드나들 때 경호원들이 인사도 하지 말고, 말도 걸지 말고, 심지어 자기를 쳐다보지도 못하게 했다 한다. 피악세키 경호원은 7개월간 대통령
전용차를 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터는 그에게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터는 대선후보였을 때 사진 기자들이나 TV
카메라가 보이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빈 가방을 직접 들고 다녔는데, 카메라가 사라지면 금방 가방을 남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서류가방과 옷걸이 백을 양손에 들고 다닐 때가 잦았다.(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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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재임 당시 헬리콥터에 탑승하는 모습.
라벗 썰리밴이라는 경호원은 카터가 매일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집무실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는 척했지만 곧 커튼을 닫고 집무실에서 다시 잠을 잤다고 한다. 그는 새벽에 출근하는 자기 모습이 기자들
눈에 포착되기를 은근히 기대했을 거라는 얘기다.
카터의 쇼맨십을 보여주는 또 하나 일화가 있다. 그는 퇴임 후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경호원 배치를 사양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바꾸었다. 경호원이 있어야 여행할 때 공항에서 특별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 한다.
케슬러 책 내용의 일부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데,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한 이메일이 한동안 번져나갔다. 그
익명의 이메일이 케슬러 책 내용이라고 주장한 것의 3분의 1은 사실이 아니라고 케슬러 자신이 밝혔다. 사실이 아닌 일화의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괴 이메일은 오바마도 카터같이 백악관 경호원들을 깔본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동영상 하나를
나는 최근 발견했다.
그것은 오바마가 백악관 뜰에서 헬리콥터를 타는 장면인데, 그는 헬리콥터 문 앞에 서 있는 해병의 경례에
답례하지 않고 헬리콥터에 올라탄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도로 내려와 해병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말한 다음 다시 헬리콥터에
오른다.
워싱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