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文學

지구로 돌진하는 킬러 소행성을 막아라

이강기 2015. 10. 22. 23:13

지구로 돌진하는 킬러 소행성을 막아라 

 

과학자들은 우주의 지구근접물체를 확인·추적하며 충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다 

 

NINA BURLEIGH NEWSWEEK 기자

 

중앙일보 뉴스위크

 

2015.9.14


지난 4월 중순 아프리카인 수천 명이 폭력과 혼돈을 피해 리비아 해안에서 낡아빠진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가려다가 상당수가 익사했다. 바로 그 시점에 세계 최고 연구기관의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이탈리아 로마 외곽에 모여 그와는 다른 재앙을 논의했다. 지름 약 400m의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예상 타격 지점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불안정한 나라가 다수 포함됐다. 정책 전문가들은 소행성을 우주에서 폭파해야 할지 아니면 충격을 가해 진행 방향을 바꿔야 할지를 두고 언쟁을 벌였다. 세계 각국은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꾸면 자국에 바위 불덩어리가 떨어질지 모른다며 서로 전쟁도 불사할 듯한 상황이었다.

안심하시라. 그냥 훈련이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지구에 작별을 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것이다.

미국인 2명이 그 5일간의 ‘소행성 전쟁게임’을 곁에서 지켜봤다. 데이브 모리슨은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져 공룡이 멸종한 것과 달리 우리는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 첫 과학자였다. 미 공군 중령 출신인 린들리 존슨은 1990년대에 미 공군이 소행성 추적 임무를 맡아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다. 지구방어 분야의 노련한 정치가인 그들은 지금의 지구와 그 위의 모든 생명체가 외계에서 날아온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떨어져 생겨났듯이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정책 전문가들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그들과 세계 전역의 헌신적인 ‘지구방위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제 우리에게 중대한 질문이 ‘대재앙을 일으킬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면 어쩌나?’에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

지난 4월 중순 이탈리아 로마 교외 프라스카티에서 열린 지구방어 회의(‘소행성 전쟁연습’)의 주제가 바로 그 질문이었다. 유럽우주국(ESA)은 천문학자, 물리학자, 원자력 전문가, 수학자를 초청했다. 우주의 바위덩어리가 지구와 충돌해 지역적인 피해를 초래하거나 문명을 종식시킬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두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6차례의 지구방어 회의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소행성 위협과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올해 회의의 초점은 그런 위협에 직면했을 때 각국이 협력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지금 과학자들은 우주의 물체가 예를 들어 200년 안에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확신 정도는 각각 다르다. 또 그들은 그런 충돌을 막을 기술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구가 세계적인 위험에 직면했을 때 모든 나라가 한마음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정치인이 많은 지금, 그들이 소행성 위협이 실제라고 믿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유카탄 반도의 대량 살상


▎과학자들은 베가(직녀성, 소행성 벨트로 둘러싸인 상상도)처럼 멀리 떨어진 별을 연구함으로써 소행성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첫 제자인 모리슨은 천문학자 클라크 채프먼과 함께 펴낸 1989년 저서 ‘우주 재앙(Cosmic Catastrophes)’에서 대중에게 소행성의 위협을 처음 경고했다. 그는 “30년 전에는 지구근접물체에 관한 연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래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에 관한 연구는 국립 우주기관, 의회, 유엔을 아우를 정도로 발전했다. 수학자, 물리학자, 엔지니어, 로켓 과학자, 심지어 핵무기 설계 전문가도 참여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소행성 15만 개 이상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스미소니언 천체물리관측소의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소행성센터(MPC)에 등록됐다.

‘지구방위대’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소행성이 수만~수십만 개는 더 있다고 추정한다. 대부분 우리가 볼 수 없는 태양 뒤에 숨어 있다. 확인된 소행성 중 약 1만2700개는 지구근접물체(NEO)로 분류된다. 궤도가 지구에서 1억9470만㎞ 안에 있다는 뜻이다.

NASA는 그중 지름이 800m 이상인 NEO의 수를 약 1000개로 추정한다. 그런 거대한 NEO 중 지구와 충돌할 만한 것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나머지 중 약 1600개는 지구로 돌진할지 모른다.

첫 혜성은 17세기에 발견됐다(그러나 혜성으로 추정되거나 그와 유사한 물체는 성서와 여러 고대 기록을 포함해 역사 전체에 걸쳐 목격됐다). 첫 소행성은 19세기에 확인됐다. 그러나 20세기 초에야 우리는 소행성 중 일부가 지구 궤도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 과학자들은 그런 소행성이 수천 개나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중 다수를 목성과 토성이 빨아들인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칼 세이건(왼쪽)과 데이브 모리슨은 일찍이 소행성이 제기하는 위협을 경고해 정치인과 과학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천체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1928~1997, 19세에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을 졸업한 천재였다)는 1950년대 미국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달 분화구를 연구한 뒤 외계 물체의 충격으로 생겼다고 결론지었다. 그 다음엔 미국 지질연구소의 우주지질학센터를 맡아 소행성의 이동을 추적하고 운석 충돌의 역학을 연구했다.

슈메이커는 동료 과학자 에드워드 차오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주 윈슬로 부근의 구덩이 주변에서 ‘코사이트(coesite)’를 발견했다. 운석의 강력한 충격의 결과로 생기는 이산화규소(석영)의 일종이다. 그러나 ‘지구방위’의 측면에서 그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이다. 그 혜성은 1994년 목성과 충돌했다. 인류가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관측한 첫 외계 물체의 충돌이었다. 그런 경험으로 과학자들은 지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슈메이커가 코사이트를 발견한 뒤 다른 지질학자 월터 알바레즈는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를 구분하는 지층에서 이리듐이 스며든 점토층을 발견했다. 공룡 시대와 우리 인간 시대 사이라는 뜻이다.

이리듐은 지구에서는 희귀하지만 운석에는 흔하다. 지질학자들은 곧 세계 다른 지역의 같은 지층에서 그와 유사한 이리듐 점토층을 발견했다. 그들은 공룡이 멸종된 시기쯤 재앙적인 외계 물체 충돌이 일어났다는 가설을 세웠다. 과학자들은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장소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라고 추정했다(그곳에서 지름 200㎞의 구덩이가 발견됐다).

그 후 몇 십 년 동안 지질학자들은 외계 물체 충돌이 지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더 많이 알게 됐다. 그들은 태양계 생성 첫 1억 년 동안의 어느 시점에서 화성 크기의 소행성과 금성 크기의 소행성이 충돌해 한쪽은 더 커지고 한쪽은 더 작아져 지구와 달이 생겼다고 믿는다. 그 충돌 후 지구는 뜨거운 규산염 대기로 둘러싸이면서 표면 아래 800m 이상 깊이의 암석에 열을 좋아하는 유기체만 남게 됐고 거기서 모든 생명체가 발전했다는 가설이다. 공룡 멸종을 초래한 것 같은 지름 8∼16㎞ 크기의 거대한 물체도 수없이 지구에 충돌해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모리슨과 채프먼은 ‘우주 재앙’에서 혜성, 소행성, 초신성 등 다양한 위협적인 외계 물체를 다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소행성 충돌 시나리오가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론적으로 그에 대한 예방 초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90년 미국 의회는 모리슨을 초청해 우주 공간의 위험한 바위덩어리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다음해 NASA가 소행성 충돌 대응책을 연구하도록 승인했다.

모리슨과 채프먼은 천문학·물리학·지질학 전문가를 규합해 소행성 연구를 맡겼다. 그 팀은 가장 위험한 소행성이 지름 약 1.6㎞짜리라고 결론지었다. 공룡 멸종을 초래한 소행성 크기의 10분의 1 정도인 그런 우주 바위덩어리는 문명을 종식시킬 수 있다. 충돌시 발생한 먼지로 날씨 변화를 일으켜 수십억 인구가 기아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정도 크기의 모든 소행성을 확인할 것을 건의했다.

‘지구방위대’는 천문학자와 지질학자 외에 핵무기 설계 전문가들도 끌어들였다.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던 에드워드 텔러도 거기에 포함됐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이건도 참여했다. 그들은 핵무기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핵무기가 소행성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발상에 동의했다.

민간인 과학자들만 ‘지구방위대’에 참여한 건 아니다. NASA의 NEO 프로그램 책임자 존슨은 미 공군에서 23년 동안 위성 추적 전문가로 일하다 대령으로 전역했다. 그는 1994년 미 공군이 2020년까지 갖춰야 할 역량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소행성 연구에 뛰어들었다. 논문의 초점을 소행성에 맞춰 ‘지구방위를 위한 준비(Preparing for Planetary Defense)’라고 제목 붙였다. NASA는 2003년 전역한 그를 NEO 프로그램 책임자로 발탁했다.

지구방위 프로그램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다른 인물은 아폴로 9호 승무원으로 최초의 우주 유영자였던 러셀 ‘러스티’ 슈웨이커트다. 그는 2002년 B612 재단(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소행성 이름을 땄다)을 설립했다. 스탠퍼드대학 지질학 교수 놈 슬립의 강의를 듣고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슬립 교수는 공룡이 등장하기 오래 전인 33억 년 전 대형 소행성의 지구 충돌로 바다가 끓어올라 지금 우리가 아는 생명체의 구성요소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슈웨이커트는 수십 년 동안 소행성의 방향을 약간 틀어 충격을 완화하는 기술을 설파했다. 또 동료 우주비행사들에게 지구방위 프로그램 참여를 촉구해 몇몇 인물을 영입했다. 현재 B612 재단을 이끄는 에드 루가 대표적이다.

지구 종말을 건 대전쟁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던 에드워드 텔러는 지구로 돌진하는 핵폭탄급 소행성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방안의 연구에 참여했다.
슈웨이커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범세계적 협력과 대응을 촉구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의지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소행성의 충돌을 막을 수 없다.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그에 기술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양의 쓰나미로 14개국에서 23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재난 소식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론적이긴 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위기 소식이 빛을 보지 못했다. 인도양 쓰나미 발생 48시간 전 과학자들은 섬뜩한 계산을 내놓았다. 그해 6월 처음 발견된 지름 270m의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고 있으며, 2036년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25분의 1이고, 그 충격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5만8000개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인도양에서 쓰나미를 일으킨 지진은 그 위력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그 소행성에 '아포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혼돈의 뱀’ 이름이다. 아포피스가 발견된 후 첫 6개월 동안 MPC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윈슬로의 유명한 운석 구덩이. 이곳에서 공룡 멸종의 원인과 시기에 관한 이론 등 소행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12월이 되자 푸에르토리코와 미국 애리조나주 천문대의 과학자들은 상당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NEO 궤도를 추적하는 캘리포니아주 패서데나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포피스가 2029년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2.4%, 2036년 지구 충돌 확률이 25분의 1이라고 추정했다.

더 많은 과학자들이 아포피스 연구에 달려든 결과 지구 충돌 확률이 25만분의 1로 줄었다. 아포피스가 지구에 근접한다면 지구와 위성 사이를 통과해 맨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방위대’에 그런 사건은 공포가 아니라 희열이다. 그런 잠재적인 ‘죽음의 별’은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정치인과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양날의 칼이었다. 1998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으로 대중이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공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인도양의 킬러 쓰나미가 불러온 실제 인류종말적인 재앙과 소행성의 위협에 두려움을 느낀 대중은 답을 원했다. 언론인이나 대중이 원치 않는 ‘불확실성’이라는 한 단어를 강조하지 않고 정직한 답변을 줄 사람은 없었다.

JPL의 캐나다 출신 천문학자 폴 초다스는 그 단어를 너무도 잘 안다. 그는 JPL에서 NASA의 NEO 프로그램 사무실을 운영하며 소행성의 다양한 변수를 계산한다. 회전 속도, 질량, 빛 반사와 흡수량, 열 방출량, 인근 소행성의 중력 등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해당 소행성의 궤도를 예측한다. 지구 충돌 확률을 처음 25분의 1로 계산한 것도 JPL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변수로 가득하다. 때로는 거리 오차가 2900만㎞나 난다. 우주 기준으로도 상당한 거리다. JPL은 처음엔 미미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불확실성과 씨름한다. 예를 들어 포도 3알 정도 무게의 차이가 지구와의 충돌 여부를 의미할 수 있다. 소행성의 회전 속도는 열의 영향을 받는다. 암반 표면의 빛 반사가 열에 영향을 미친다. 소행성의 종류도 다양하다. 휘날리는 돌무더기 또는 단단한 바위덩어리이거나 중력에 의해 뭉쳐진 먼지 형태다. 위성을 거느린 소행성도 많다.

JPL은 복잡한 공식을 계속 수정한다. 범위를 줄여 궤도를 더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다. 7년 전 그런 공식을 실시간으로 시험할 또 다른 기회가 왔다. 2008년 10월 어느 날 아침 초다스는 MPC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한 물체가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듯하다는 내용이었다.

초다스는 그 물체의 좌표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곧 충돌 시점과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바로 20시간 뒤 중동 지역에 충돌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JPL은 NASA의 존슨에게 연락했다. 그는 바로 국무부에 그런 사실을 알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가 쓴 회고록에 따르면 대통령도 보고 받았다. 존슨은 정정이 불안한 중동 국가들에 통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우리는 그 물체가 사우디의 메카에 떨어지리라 예측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게 큰 걱정거리였다.”

JPL에서 초다스와 동료 스티브 체슬리는 데이터를 더 세밀하게 입력해 정확한 충돌 지점을 다시 계산했다. 수단 사막 깊숙이 10명 정도 거주하는 작은 마을 부근이었다. 체슬리는 GPS에서 그 위치를 확인했다. 초다스는 지도를 꺼냈다. 그와 체슬리가 맞춰본 결과 충돌 예상 지점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았다. 초다스는 흥분했다. “그때 이 물체가 어디에 떨어질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우리 둘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 물체가 떨어진 뒤 JPL 과학자들은 수단 수도 하르툼의 대학생 팀을 예상 충돌 지점으로 보냈다. 놀랍게도 예상 지점에서 대학생들이 운석 잔해를 찾았다.

그럼에도 무시무시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장 최근의 주목할 만한 운석의 지구 충돌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2013년 시베리아 첼랴빈스크 부근 상공에서 버스 크기의 운석이 폭발했다. 충격파는 핵폭탄 1개의 위력과 비슷했다. 인근 건물의 창문이 부서졌고 약 1000명이 부상했다. 차량에 블랙박스를 장착한 운전자가 많아 과학자들은 유튜브 이미지를 통해 운석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건으로 ‘지구방위대’는 비교적 작은 소행성이 지상에 충돌하지 않고 공중에서 폭발해도 피해가 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런 일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인도 델리, 일본 도쿄 상공에서도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미국 의회는 아포피스 위기 직후 ‘조지 E 브라운법’을 통과시켰다. 부시 대통령이 2005년 서명해 그 법이 발효됐다. NASA가 지름 137㎞ 이상인 소행성 전부를 탐지·추적·분류하고 물리적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브라운은 하원과학위원장을 지냈으며 기후변화와 NEO 위협에 관해 일찍이 관심을 가졌다). 모리슨이 15년 전 지구에 위협적인 소행성을 전부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그때서야 받아들여진 것이다.

백악관만한 소행성


▎2013년 2월 15일 모스크바에서 약 1500㎞ 떨어진 첼랴빈스크 부근 상공에서 버스 크기의 운석이 폭발하며 추락했다.
소행성 확인 프로그램에는 3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애리조나와 하와이에 있는 천체 망원경, JPL의 NEOWISE 프로젝트(지구근접천체 광대역 적외선 탐사위성, 즉 적외선 파장으로 작동하는 우주 공간의 소형 망원경)다. 2011년 가을 JPL의 에이미 마인저 NEO 확인팀장은 현재로선 지구 문명을 종식시킬 만한 거대한 소행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확인 소형 우주 물체 수십만 개가 지구에서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다. 마인저는 지름 18m 이상인 NEO 중 1%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런 NEO는 더 성가신 문제가 될 수 있다. 발견하기 어렵고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직경 137m 정도의 우주 물체도 지구와 충돌하면 심각한 지역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중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전체의 약 25%에 불과하다. 지질학자들은 직경 약 46∼137m인 물체가 100∼300년마다 지구와 충돌한다고 추정한다. 그중 일부는 실제로 큰 피해를 불렀다. 마인저는 더 많은 소행성을 확인하고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망원경을 우주 공간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NASA는 그 제안을 검토 중이다. 승인되면 2020년 쯤 가동될 수 있다.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개략적으로 핵폭탄, 밀치기, 당기기라는 3가지 전술로 이뤄진다. 핵폭탄 전술은 소행성에 핵미사일을 쏘아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지구방위대’는 그것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밀치기는 ‘역학충격기(kinetic impactor)’로 불리는 발사체를 소행성으로 쏘아 원래 궤도를 살짝 빗나가게 하는 전술이다. 당기기는 소행성 궤도에 쏘아올린 우주선을 ‘중력 견인체(gravity tractor)’로 사용해 소행성을 원래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3가지 전술 전부 소행성으로 발사체를 쏘아 보내는 인간의 능력에 달려 있다. ESA 프로젝트가 지난해 11월 그런 실험을 했다.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가 착륙용 필레 탐사선을 혜성에 착륙시켰다. 필레는 착륙 후 64시간 동안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다가 배터리 방전으로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7개월 만인 지난 6월 중순 다시 깨어났으나 그 후로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소행성 충격 완화 기법 중 실제로 실험된 것은 없다. NASA는 2020년으로 예정된 소행성 궤도수정 임무(Asteroid Redirect Mission, ARM)의 일환으로 ‘당기기’를 실험할 계획이다. 소행성의 궤도에 로봇 탐사선을 발사해 그 잔해 일부를 끌어들여 그 중력으로 궤도를 약간 수정하는 방식이다. 탐사선은 소행성 잔해의 일부를 달 궤도로 옮겨 실험에 사용될 계획이다. 소행성 잔해의 일부를 달 궤도로 끌어 옮겨 달의 위성으로 만든다는 발상은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구방위대’는 각국 정부와 우주기관들이 그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를 기대한다. 또 정책 전문가, 언론인, 과학자들이 소행성 위협을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논의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그런 위협을 대중에게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전달하느냐 같은 문제를 논의한다. 현재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백악관이나 SUV 크기’라거나 예상되는 충격파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개수로 표현하는 임시방편에 의존한다.

앞으로 우리는 우주 물체가 지구 가까이 스쳐간다거나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것이다. 초다스 같은 과학자들은 기상학자가 허리케인을 예보하듯이 NASA가 소행성 위협을 예고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황을 시간 별로 전하면서 대피 등의 문제를 재해전담 기관과 협조해 예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 공간의 적외선 망원경 필요해


▎달 같은 천체를 중력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의 궤도를 일부 수정할 수 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영국과 미국 과학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마틴 리스 명예교수,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이자 천체물리학 박사인 브라이언 메이 등은 소행성 충돌이 수세기 동안 인류가 당면할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경고한다. 또 향후 10년간 매년 추적·발견하는 소행성 수를 100배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학자들은 또 지난 6월 30일을 ‘세계 소행성의 날’로 정해 소행성 충돌 위험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행사들을 열었다. 1908년 이날엔 소행성 충돌로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 수천㎢의 삼림이 초토화된 바 있다. 그들은 “지구에 떨어져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100만 개의 소행성, 유성, 혜성 중 지금까지 1% 정도만 발견됐다”며 “우리는 그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유엔의 한 위원회는 8년의 숙고 끝에 지구를 대형 소행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조기경보 시스템 설립을 발표했다. ‘지구방위대’가 지난 4월 중순 로마 교외에서 ‘전쟁연습’을 통해 실험한 것도 바로 그 개념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미식축구 경기장 4개 크기의 가상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실험한 과학과 정책은 너무도 생생했다. 온라인 일일 보도 자료에 ‘연습입니다. 연습입니다. 실제 상황이 아닙니다’라는 붉은색 경고문이 붙어 있을 정도였다.

NASA의 존슨은 그 연습을 통해 인류가 소행성 위협에 대응할 수 있으며, 그 비용도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우리 생애에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재난을 예방하는 데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선 그런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존슨은 “전문가 몇 백 명, 연간 투자 몇 억 달러를 들인 세계적인 노력으로 소행성 위협을 확인하고 예방 조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다스는 이 연습을 위한 실감 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처음엔 참가자들이 2022년 9월 3일 지구에 충돌할 직경 140∼396m인 소행성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통지 받았다. 그들은 국가 및 국제 정책 전문가, 언론인, 과학자 등 3그룹으로 나뉘었다. 맡은 역할에 따라 5일에 걸쳐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연습 1∼2일이 그 소행성 발견 후 첫 1년으로 설정됐다. 그동안 동남아부터 터키에 이르는 지역이 소행성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 회랑’으로 예측됐다. 소행성이 궤도를 따라 계속 이동하는 동안 과학자들은 수시로 예측을 수정해 크기와 충돌 예상 지점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한 다음 정책 전문가들에게 실행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연습 4일째는 2019년 8월로 설정됐다. 그날 세계의 정책입안자들은 역학충격기 6개를 소행성에 발사하기로 합의했다. 역학충격기는 6개월 뒤 소행성에 닿았다. 그러나 그 충격으로 발생한 잔해 구름으로 시계가 가려 연습 5일째인 2021년 1월이 돼서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역학충격기 2개는 표적을 빗나갔고 1개는 명중해 소행성에 균열을 일으켰다. 다른 1개도 명중해 소행성을 쪼갰지만 그 조각이 여전히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상태이고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2개는 소행성의 남은 부분에 명중해 가장 큰 덩어리의 궤도를 변경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음해(연습 5일째 오후)가 돼도 쪼개진 소행성 조각이 여전히 지구를 향해 돌진하면서 위협으로 남아 있었다. 2022년 9월 3일 인도, 방글라데시 또는 미얀마 부근에 충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충돌 시기 약 1개월 전 과학자들은 그 소행성 잔해의 크기(직경 약 80m)와 충돌 예상 시간(오전 9시 50분), 정확한 위치(인구 1500만 명인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확인했다. 폭발력은 에너지 18메가톤으로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발생한 소행성 폭발과 비슷한 것으로 예상했다.

초다스는 “이번 연습으로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런 물체의 크기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우주 공간의 적외선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연습은 거대한 불덩어리가 인구 많고 빈곤한 아시아 도시에 접근하는 시점에서 끝났다. 더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구방위대’는 최선을 다한 뒤 지구에 마지막 경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짐을 꾸려 공항으로 향했다.

- NINA BURLEIGH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