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계획은 모두 미 태평양사령부(PACOM)가 주관한다. 한반도 작전계획에 붙은 숫자는 각각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가정한 ‘전면전’(작계 5027), ‘정밀공습’(작계 5026) 그리고 전쟁 예비 단계로서의 ‘교란 작전’(작계 5030)등 다양한 전장 양상을 가정해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미국의 대(對)한반도 작전계획은 다음과 같다.
▲제한적인 초정밀 공습계획-작계 5026: 제1차 북한 핵 위기 당시 작성된 계획으로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을 필두로 JDAM(일명 ‘스마트 폭탄’) 폭탄을 사용해 612~756개에 해당하는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한다는 작전계획이다. 전면전을 피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계획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F-117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북한 전역의 전략 거점들을 동시에 타격한다는 계획이다.
▲전면전 계획-작계 5027: 작계 5027은 주한 미8군이 태평양사령부의 명령을 받아 한반도의 전면전에 대비해 1973년에 만들어졌으며 한미 양국군은 2년 단위로 이 작전계획을 개정하고 있다. 작계 5027은 한미연합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을 점령하고 통치까지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1998년 판(작계 5027-98)의 경우 걸프전의 교훈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김정일 정권의 제거 즉 ‘참수공격’(decapitation attack)을 목표로 한다는 가정 하에 작성됐다. 특히 이 계획은 유사시 미 본토로부터 온 증원군 69만 명을 전장에 투입한다는 대규모 전면전을 상정해 작성된 계획이다.
한편, 2004년 판(작계 5027-04)의 경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방어 전략과 한강 이북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CP Casey)와 캠프 레드 클라우드(CP Red Cloud)와 같은 주한 미 2사단 산하 미군부대의 재배치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념계획-작계 5028: 작계 5028은 서해교전과 같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에 대비한 계획으로 영어로 ‘Contingency Plan’(우발계획)이라 하며 CONPLAN으로 약칭된다. 현재 한미연합사를 지원하는 미 태평양사령부는 연합사와는 별개로 우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996년 이후부터 CONPLAN 5028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아려져 있다. 개념계획의 경우 전면적 계획보다 훨씬 적용빈도가 높기 때문에 더 높은 단계의 비밀이 요구된다. 따라서 현재 작계 5028의 존재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고 있다.
▲북한붕괴대비계획-작계 5029: 작계 5029는 게리 럭(Gary Luck)장군 재임시절 한미연합사에서 만들어졌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작전으로 북한난민의 대량유입사태 및 북한 정권 붕괴 시 일어날 수 있는 돌발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작계 5029와 관련해 틸러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군의 북한붕괴 시나리오인 작계 5029의 존재와 관련해 “이런 계획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며 자세한 작전계획의 언급을 피하기도 했다.
▲북한동요계획-작계 5030: 작계 5030은 전쟁 발발 전 지역사령관이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저강도 작전’(Low Intensity operation)을 구사해 북한의 제한된 자원을 고갈시키고 군부의 동요를 유도해 김정일 정권을 붕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리/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중조(中朝)우호조약’에 따른 中共의 한반도 개입: 中共은 1961년 7월11일 김일성과 체결한 ‘중조우호조약’을 현재까지 유지시키고 있다. 中朝우호조약은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韓美상호방위조약’과 비교할 때 높은 상호 개입도와 영속성을 지니고 있다.
中朝우호조약 제2조는 “체약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 체약 일방이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中朝우호조약은 계약 당사국 쌍방에 급변사태와 같은 준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자동개입’은 물론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해 서로를 원조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조약은 조약의 실효성과 관련, 쌍방 간 수정 혹은 폐지에 대한 합의가 없을 경우 영원히 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韓美동맹 보다 높은 동맹 결속도를 보이고 있다.
▲中共의 친중(親中)쿠데다 유도 가능성: 中共은 북한 지역에 대한 관할권 확보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북한 내 反김정은-장성택 쿠데타 혹은 친중 쿠데타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쿠데타 세력과 親김정은-장성택 세력 간의 무력투쟁이 전개되고 이 상황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內戰으로 전개될 경우, 中共은 이러한 북한의 內戰상태를 동맹개입 요건을 구성하는 ‘전쟁상태’로 간주할 것이다.
이와 함께 中共은 북한에 대한 무력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맹조약에 의거한 ‘자동개입’의 주장과 아울러 한국전쟁의 경우와 유사하게 북한의 內戰상태 확산으로 인한 국경지역 안전의 위협을 구실로 인민해방군을 북한 지역에 투사할 것이다.
그러나 中共은 韓美연합군의 對北개입 가능성을 우려, 직접적인 무력개입을 자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中共은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발동, UN을 통한 대북개입을 시도할 것이다.
이와 관련, 對北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前 호주국립대 교수는 최근 홍콩의 아시아 타임스지에 기고한 장문의 칼럼에서 “中共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혼란 상황이 발생할 경우 UN평화유지군과 같은 인도적 개입 문제와 관련해 中共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장악, 북한 지역에 대한 ‘평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中共의 한반도 개입은 결국 북한 내 親中 정권의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며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두려워하는 북한 엘리트들이 中共의 개입을 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란코프 교수는 내다봤다. (이는 북한 정권이 무너져도 親中化된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그대로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 엘리트들이 中共의 북한 개입을 반대하지 않는 이유로 란코프 교수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달성될 경우 자신들을 겨냥한 숙청 또는 암살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패배가 곧바로 숙청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 엘리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또 “북한 급변사태 시 한국이 對北 개입을 회피하게 되면 中共의 한반도 문제 개입이 보다 가능한 옵션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核을 보유한 북한의 內戰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아 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더 곤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정황으로 볼 때 中共의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대북 개입의 가능성은 지리적 인접성, 중북(中北) 교류협력의 오랜 경험, 다면적 인적 채널의 존재 상황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對北 개입 성공가능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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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13일자 홍관희(前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사 인터뷰 내용/金泌材 |
▲한반도 전체의 中共 속국화(屬國化)
가능성: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中共의 한반도 문제 개입은 북한은
물론이거니와 남한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 中共의 통제력(統制力) 하에 들어가면, 한국도 中共의 영향력(影響力)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워진다. 남북한 양국이 장기적으로 中共의 동북 3성에 이어 동북 4성, 즉 ‘조선성’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中共에게 북한은 ‘속국’(屬國), 한국은 ‘변방’(邊方)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실제로 중국의 ‘동북공정’도 이와 같은 논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역사’가 먼저냐 ‘영토’가 먼저냐는 논쟁의 귀결은 역사를 장악한 민족이 영토를 장악하게 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둘째, 中共의 對한반도 문제 개입은 죽어가는 북한체제를 中共, 특히 한국이 주는 달러와 물자로 연명시켜주는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체제보장비’ 또는 ‘한반도평화유지비’ 명목의 對北지원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북한해방동맹 3월25일자 발제자료 인용)
셋째, 中共은 급변사태 처리과정에서 휴전선을 일부 개방, 북한 난민만을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남북통일은 요원해지고, 한국 역시 경제적 부담에 이어 사회적 부담이 커지면서 남북한 양국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배제하고 북한은 그대로 둔 채 ‘남한만 잘 살면 된다’, ‘미국이 알아서 남북한의 통일을 이뤄줄 것’이라는 식의 수동적·배타적 사고는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中共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결국 한반도의 ‘자유통일’은 통일의 호기가 왔을 때 한국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북한 문제를 제어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
[관련기사] UN주도 北급변사태 개입, 中영향력만 확대시켜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대한민국 주도의 북한 진주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이 북한 지역을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되어왔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A박사(정치학 박사, 核전문가)와 군사 전문가인 B박사(군사학 박사)는 3일(2008년 3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군 출신의 C모 예비역 장군이 주도하는 ‘전쟁시뮬레이션’(war-game) 결과 북한 급변사태 발생과 이에 따른 중국의 개입으로
中北국경 지대가 중국의 영향력 하에 편입되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고 밝혔다.
A박사는 구체적으로 한국이 북한의
변화과정(급변사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중국의 북한 선점을 방관하면 △북한 지역에 대한 UN의 신탁통치 △김정일 사후 또 다른
형태의 북한 독재 정권의 등장 △중국에 의한 북한 지역의 동북 4성화 △압록강-두만강 접경지역이 완전히 배제된 ‘불완전한 통일’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B박사의 경우 일각에서 제기하는 UN 주도의 북한 급변 사태 개입과 관련,
“학문적으로는 ‘정답’일 수 있으나, 중국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전환은 한미연합군 주도의 북한 급변사태
컨트롤(control)에 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유는 국군 단독으로 북한에 진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군과 함께 국군이 북한에
들어가야만 중국과 북한 내 반(反)자유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B박사는 이어 “북한 급변사태에 한국이
제대로 대비하려면 미군 측에 전작권이 있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면서 “현재 개념계획(conceptual-plan)으로만 존재하는
‘5029’를 북한 급변사태 시 신속 가동할 수 있는 ‘작전계획’(operation plan)이 되도록 한미 군(軍) 수뇌부가 합의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충무3300’(북한난민수용계획), ‘충무9000’(북한비상통치계획) 등을 언급하며 “북한
급변사태 혹은 제2차 한반도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이는 국가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는 '총력전'(total war)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는 ‘비상기획위원회’를 미국의 국토안보부(DHS)와 같은 수준으로 그 지위를 격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박사는 “한미연합사 해체,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 등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반미(反美)로 지금과 같이 한미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은 급속히 중국의 영향력 하에 편입될 것”이라며 “새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하루 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