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憶해 두어야 할 이야기

베트남 고위人事 "한국 오면 '베사모' 꼭 만나요"

이강기 2015. 11. 1. 11:07
  베트남 고위人事 "한국 오면 '베사모' 꼭 만나요"

 

조선일보

입력 : 2015.05.29 03:00

 

부산서 친목모임으로 시작… 고엽제 피해 환자·가정 돕고 형편 어려운 학생에 장학금
당 서기·총리·주석 등 "가장 친한 친구" 우정 나눠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나 정말 기쁩니다."

28일 오전 1120분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호텔 41층 소연회장. ''자형 테이블 상석 가운데 앉은 레 탄 하이 베트남 호찌민시 당 서기는 20여명의 한국인과 베트남인들에게 인사말을 하며 '감동' '감사' '기쁨'이란 단어를 10여 차례 썼다. 이 자리는 12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24~30일 일정으로 방한한 레 서기가 한국 친구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간담회. 호찌민시 당서기는 베트남 공산당 서열 6위 실세 자리로, 쯔언 떤 상 현 주석을 비롯해 베트남 전·현직 주석들이 모두 거쳐간 자리다.

 

레 서기가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고 부른 사람들은 부산의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베사모)' 회원들이다. 장호익(49·동원과학기술대 총장) 회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박광주·이상민 전 부산대 교수 등 10명의 베사모 대표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레 서기는 인사말 후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자신의 한글 명함을 건넸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팜 흐우찌 주한 베트남 대사도 '베사모'에 가입하기로 했다.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베트남 공산당 서열 6위 레 탄 하이(왼쪽에서 일곱째) 호찌민시 당서기가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베사모)’ 회원들과 함께 주먹을 들어 ‘우정’을 다짐하고 있다. 도자기를 든 이가 장호익 베사모 회장이다. 이날 레 서기는 베사모 회원들을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 불렀다.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베트남 공산당 서열 6위 레 탄 하이(왼쪽에서 일곱째) 호찌민시 당서기가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베사모)’ 회원들과 함께 주먹을 들어 ‘우정’을 다짐하고 있다. 도자기를 든 이가 장호익 베사모 회장이다. 이날 레 서기는 베사모 회원들을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 불렀다. /박주영 기자

베트남의 고위 인사는 방한하면 거의 모두 베사모를 찾는다. 작년 12월 한국에 온 응우옌 떤 중 총리, 작년 10월 방한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도 베사모 관계자들을 만나 감사를 표시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쩐화이 남(33·대학강사)씨는 "'베사모'는 한국에 사는 베트남인들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이자 언덕"이라며 "'베사모'는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베사모'2000년 베트남에 관심을 가졌던 부산지역 교수 10여명의 친목모임으로 시작, 2002년 공식 출범했다. 회원은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현석호 화승그룹 부회장 등 100명이 넘는다. 베사모가 부산에서 태동하고 발전한 것은 부산과 베트남 간 각별한 인연 덕이라는 게 베사모 측 설명이다. 남베트남 패망 후 바다를 떠돌던 보트피플을 수용했던 국내 유일의 베트남 난민보호소(1975~1993)가 부산에 있었고, 사양길을 걷던 신발·섬유 등 부산권 간판산업 공장들이 1992년 한·베트남 국교 정상화 이후 대거 베트남으로 옮겨갔다. 부산시와 호찌민시가 (서울·하노이시 결연보다 1년 빠른) 1995년에 자매결연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베트남 서포터스'가 부산에서 맹활약했다. 부산·울산·경남 등지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도 4만여명으로, 전국 186000여명의 20%를 웃돈다. 그래선지 베트남 명예총영사도 부산에 있다.

 

장호익 회장은 베사모가 베트남에서 유명해진 비결에 대해 "진정성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걸 베트남 측에서 평가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베트남 언론들은 '고귀한 인류애가 담긴 선물'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 '(한국 내 베트남) 교민들의 든든한 돌보미' 같은 평가를 하며 베사모 활동을 잇따라 보도했다. 베사모 회원 20여명이 지난 4월 말 하노이시·타이빈성·닌빈성 등의 고엽제 환자 거주 마을·치료기관·가정 등에 3만달러의 성금을 전달하고 어른·청소년·어린이 등 환자들을 위로한 것을 계기로 나온 보도였다. 베사모 창립 멤버 박광주(65) 부산대 명예교수는 "국내 베트남 친선우호단체가 이런 규모로 베트남 현지 고엽제 피해자 돕기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며 "언론·주민 등 베트남 현지의 관심이 컸다"고 했다.

 

'베사모'는 오는 31일 부··경 지역 베트남인 유학생 및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베트남어·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연다. 매년 8월엔 베트남 까마오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10~11월엔 '·베트남 교류 심포지엄'을 연다. ··경 지역 베트남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이 온갖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해결을 위해 돕고, 베트남인 유학생·교민회 등 행사에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