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고질병, '일제만행 집착 증후군'
경제규모에 걸맞게 구태(구질구질함, 추잡함)는 속히 벗어 던지고 미래를 향해야 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추해질 뿐이다.
조갑제닷컴/2015. 12. 28
과거 안좋은 일은 웬만하면 일제만행 때문이라는 식으
로 몰고가는 한국 언론의 습성은 '일제만행 집착 증후군'
으로 진단할 만하다. 28일 동아일보는 <13세도 징용…
만행 日기업 103개 현존>이라는 기사에서,이같은 면모
를 잘 보여주었다. 기사의 일부는 이렇게 되어 있다.
<어린 소년도 일제의 강제징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
남 강진 출신 김모 군은 14세 때 멀리 평안북도 독로강
수력발전소로 끌려가 일하다 7개월 만에 병사(病死)했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 13세 문모 군도 평안남도 신창탄갱
에 강제징용됐다. 그는 광산에서 15세 때 사고로 숨졌다.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지옥 탄광’이란 악명이 붙은 아소
(麻生)광업 소속 탄광은 한반도에 26개가 있었다. 경북
고령 출신의 16세 이모 군은 1944년 함경북도 경원군
소재 탄광으로 강제동원됐다가 이듬해 사고로 사망했
다. 조선총독부가 강제동원령을 내린 1938년 이후 광복
때까지 이곳에서 죽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18명…>
기사는 우선,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기사에 나오는 김모, 문모, 이모군이 징용에 의해 동원되었
다는 것이 사실로 증명되려면, 이들이 1944년 9월 이후
시점부터 탄광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한
다. 왜냐하면, 한반도에 징용이 적용된 시점은 1944년 9
월 이후이기 때문이다. 1944년 9월 이전의 경우는, 개인의
자유의사 혹은 취업사기 등에 의해 탄광에서 근무하게 되
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유일하게 1944년부터 일했다고 '근무개시 년도'가 나오
는 이모군의 경우도 징용이 개시된 9월 이전인지 이후인
지는 기사를 통해 알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기사는, 김
모, 문모군이 15세 이하인 점을 들어 <일본 내에서는 15
세 이하 소년의 징용이 불가능했지만 한반도에서 조선총
독부는 미성년 노동 및 강제노동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기사대로 만약 15세 이하
소년까지 당시 정식으로 징용했다면 무수히 많은 조선의
소년들이 동원되었다는 이야기인데, 그같은 이야기는 현
재로서 알려진 바 없다.
김모, 문모군 사례는 예외로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당시 사업주(탄광)는 일손이 부족한 상태에 있었고, 높은
임금을 원하는 수요자(소년의 부모 등)가 존재했으며, 중
간에 취업브로커까지 가세했다면, 얼마든지 소년의 나이
등을 속이고 취업하는 경우는 당시 시대 상황에서 충분히
개연성을 갖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자유의사에 따라, 높
은 임금을 주는 탄광에서 근무하기를 자원해 일하다가 산
재사고 등을 겪은 경우라면, 이것을 무조건 일제의 만행
이라고 몰고가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지옥 탄광’이란 악명이 붙은 아
소(麻生)광업 소속 탄광…1938년 이후 광복 때까지 이곳
에서 죽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18명…>
근로자가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시대 상
황과 탄광이라는 작업조건을 감안했을 때, 8년 동안(1938
~1945)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정도를 두고 '지옥 탄광'
이라고 부르는 것이 객관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도 의문이
다. 1900년대 초반의 지구상(동,서양 망라) 모든 탄광은
작업조건이 열악했기 때문에 예외없이 '지옥 탄광'이라
고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일 듯 싶다. 당시 유럽 등 서양인
이 운영하는 탄광은 '천국 탄광'이었고, 한반도 주변은 일
본인이 운영했기 때문에 '지옥 탄광'이라는 식의 접근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서구 산업혁명 당시 탄광에는 불과 아홉 살짜리 광부도
존재했다. 아울러, 오늘날의 한국 역시 '불법 청소년 근로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사에 나오는 김모, 문모,
이모군 사례는 시대를 초월해 항상 존재하는 일종의 '불
법 노동'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타당
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기사는 '불법 노동(청소년 노동)
문제'를 '일제만행'으로 돌린 케이스에 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사는 한국 언론이 갖는
'일제만행 집착 증후군' 증상을 보여주는 셈이 된다.
아울러 기사는 끝부분에 <앞으로 피해자 유족 등이 일본
정부나 기업 등을 상대로 진상 규명, 나아가 소송 등 법적
책임을 물을 때 주요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 일본 전
범 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자 유족들의 소송이 봇물을 이
룰 것으로 전망된다>는 '선동'('소송 제기하라') 또한 잊
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인의 경우 징병으로 전쟁터로 동원
되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반해,
당시 한국인들은 전쟁터로 끌려가는 대신 후방의 기업체
에서 임금을 받으며 근무한 것이 바로 징용이다. 그것도
전쟁말기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이었다.
무지하고 무능해서 과거에 합병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
으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자성하며 미래를 준
비하는 데 힘을 쏟아야 정상일 텐데, 오늘날 한국인들
이 주로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 일을 거론하며 사죄 받
아내고, 보상금 얻어내고, 보복이랍시고 상대방 망신
주는 활동에 전념하는 것들이다. 나아가 그것도 한 번
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새로운 명분(구실)을
자꾸 만들어내며 재탕삼탕하는 상태다. 경제규모에
걸맞게 구태(구질구질함, 추잡함)는 속히 벗어 던지고
미래를 향해야 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추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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