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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혼돈의 길' 앞에 섰다

이강기 2016. 11. 11. 13:41




세계가 '혼돈의 길' 앞에 섰다

조선일보

입력 : 2016.11.11 03:00 | 수정 : 2016.11.11 08:25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입력 : 2016.11.11 03:00 | 수정 : 2016.11.11 08:25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 쇼크]

NATO 무용론·FTA 중단 등 美우선 안보·경제정책 강행땐 세계 각국과 충돌 불가피
"트럼프, 불확실성 시대 열어… 70년 다져온 세계질서 위기"
미국이 손 떼면… "각국 군비경쟁·무역전쟁 고삐 풀릴 것"

- 美·유럽 '안보 동맹' 위기
트럼프 公言대로 NATO 와해땐 러시아 팽창 의욕 부추겨

- 트럼프 "이란 核협정 멍청한 짓"
정책 바꾸면 중동 核경쟁 유발

- 中國은 느긋
"美, 日과 주도했던 TPP 소멸… 아시아 중시 정책도 약해질 것"

'세계에 암흑의 시대가 닥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자(현지 시각)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전 세계를 충격과 두려움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렇게 썼다. 트럼프가 자신의 포퓰리즘 공약을 실행에 옮길 경우 2차 대전 이후 70여년간 이어져 온 전후 질서가 흔들리면서 세계경제와 안보, 자유민주주의가 대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다나 앨런 선임 연구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유럽 민족주의 부상에 뒤이은 트럼프 승리는 서방 해체의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선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승리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열었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막강한 경제적 힘과 군사적 능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아시아와 추진하던 자유무역협정(FTA)을 중단하고 기존 FTA도 손보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구(舊)소련으로부터 유럽을 지켜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용론도 제기했다. 일본·한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 핵무장을 용인하고, 이란과의 핵 협상을 폐기할 뜻도 비쳤다. 미국 랜드연구소 C K 맬로리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그중 일부만 실천에 옮겨도 세계는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신고립주의를 밀어붙이면 유럽·아시아 동맹국들과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는 유럽은 독자적인 군사력 구축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오스트리아 등에선 극우 정당들이 세력을 확대할 조짐이다.

일부 국가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17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기로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유럽 지도자들도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토는 용도 폐기됐다."

지난 3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이 발언은 유럽에 충격파를 던졌다. 트럼프는 "유럽 나토 회원국은 무임승차자다. 미국은 (유권자들이)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유럽 국가도 지켜주고 있다. 그들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유럽 군사 동맹체인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 등 공산 세력의 위협에서 서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온 보루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나토의 의미와 역할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조너선 이얼 국제이사는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의 동맹 관계를 부정하는 첫 미국 대통령(당선인)"이라고 했다.

유럽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고위 인사는 "트럼프 당선이 러시아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강력한 나토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국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유럽에선 미국 입김이 강한 나토 이외에 유럽 중심의 또 다른 군사력과 지휘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독일과 프랑스는 나토와 별개로 EU 차원의 군(軍) 지휘 사령부 창설을 주장했다. 따로 EU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反)이민, 반(反)이슬람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 트럼프가 국제사회 중심에 서게 됨에 따라 유럽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와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 등은 트럼프 당선 직후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고 환호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둘러싸고 유럽과 미국이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EU는 그동안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을 추진했지만 트럼프는 TTIP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동북아의 미국 동맹국들도 미국과 협력 관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당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끝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TPP를 통해 장기 불황도 털고 중국도 견제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상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방위상을 지낸 한 정치인은 미·일 군사 동맹에 대해 "(트럼프가 돈을 더 요구하면) 미군 기지를 둘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앞으로 미국이 아시아를 배려하지 않는 상황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권력 이행기 공백을 노려 중국이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도 비상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트럼프 당선이 결정된 9일 저녁 국가안보수뇌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 대미(對美) 경제무역 협력 메커니즘 유지, 트럼프 당선인 그룹과 긴밀한 연락 등 세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당 정책위 차이정위안(蔡正元) 의장은 "차이잉원이 추구하던 TPP와 공상에 가까운 '신남향(新南向)' 정책 모두 물 건너갔다"고 했다.

중동에서는 이란 핵 협정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는 이 협정을 "가장 멍청한(stupid)"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이 협정이 깨져 중동에서 핵 경쟁이 벌어지면 세계는 급속히 핵전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념이 전혀 다른 미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면서 시리아 내전과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대(對)테러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테러전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세력 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와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된 멕시코도 좌불안석이다. 멕시코는 트럼프가 국경에 장벽을 세 울 것이란 주장에 대해 "절대 돈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표정이다. 인민대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관영 영자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미·일이 중국을 배제하고 주도해왔던 TPP는 사실상 죽었고,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도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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