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術

神도 질투한 인간의 몸

이강기 2017. 8. 10. 08:20

神도 질투한 인간의 몸

  • 조선일보

입력 : 2017.08.10 03:02

[테이트 NUDE] [1] 신화·성서·문학 속 누드

한류 스타 '방탄소년단'의 히트작 '피땀 눈물'의 뮤직비디오엔 19세기 명화가 한 점 등장한다.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의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 아버지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세 요정을 그린 이 그림은 신(神)의 영역에 도전했다 실패한 한 청년의 모습을 더없이 아름답게 묘사해 발표 당시 유럽 대륙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방탄소년단 측은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소년의 성장통을 그린 것이다. 아버지 품을 벗어나 태양을 향해 비상하는 이카루스를 성장통을 겪는 소년으로 해석해 드레이퍼의 그림을 넣었다"고 했다.




욕망에 불타거나 욕망을 잊었거나

  • 조선일보

입력 : 2017.08.11 03:02

[테이트 NUDE] [2] 로댕·피카소·마티스… 근현대 巨匠들의 누드

오귀스트 로댕이 '현대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건, 조각을 신화의 영역에서 인간의 삶으로 데려왔기 때문이다. '키스'는 그 대표작이다. 돌덩이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뜨거운 입맞춤을 하는 남녀는 신(神)들의 아들딸이 아니라 불륜에 빠진 인간이었다.

오늘 개막하는 테이트 명작전의 하이라이트는 로댕의 ‘키스’다. 로댕이 살아생전 대리석으로 빚은 단 석 점의 조각상 중 하나로 무게가 3.3t에 달해 전시장 바닥에 철판을 새로 깔았다. 유럽 대륙을 벗어난 ‘키스’의 세계 첫 순회 전시. 발표 당시엔 “인체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란 이유로 작품 주위에 가드레일을 치고 민감한 부위는 종이로 가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한다.
오늘 개막하는 테이트 명작전의 하이라이트는 로댕의 ‘키스’다. 로댕이 살아생전 대리석으로 빚은 단 석 점의 조각상 중 하나로 무게가 3.3t에 달해 전시장 바닥에 철판을 새로 깔았다. 유럽 대륙을 벗어난 ‘키스’의 세계 첫 순회 전시. 발표 당시엔 “인체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란 이유로 작품 주위에 가드레일을 치고 민감한 부위는 종이로 가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한다. /테이트 미술관

오늘부터 만날 '테이트 명작' 두 번째 화보는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삶으로 내려온 근현대 누드 걸작을 모았다. 로댕을 비롯해 피카소, 마티스, 자코메티에 이르기까지 20세기 거장 손에서 탄생한 '불완전한' 인간 그대로의 모습이다.

에드가르 드가의 ‘욕조 속 여인’, 1883년, 70×70㎝, 종이에 파스텔.
에드가르 드가의 ‘욕조 속 여인’, 1883년, 70×70㎝, 종이에 파스텔.

근대 누드의 창조자로 불리는 에드가르 드가의 '욕조 속 여인'은 종이에 그린 파스텔화다. 드가는 전라(全裸)의 여인이 풀밭에 앉아 있거나 파도에 떠 있는 모습을 용납하지 않았다. 모델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지도 않았다. 몸을 씻고, 이부자리에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포착했다. 누드를 즐겨 그린 르누아르는 둥글고 풍만한 여인들을 화폭에 담았다. 옆으로 누워 정면을 응시하는 '긴 의자 위의 누드'는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 마네의 '올랭피아'의 맥을 이으면서도 도발적이지 않고 온화하다.

르누아르에게 영향받은 마티스 역시 육감적 누드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했다. '옷을 걸친 누드'도 그중 하나. 모델들과 숱한 염문을 일으켰던 피카소와 달리 스캔들이 거의 없었던 마티스는 "내가 인체를 그리는 것은 삶에 대한 나의 종교적 감정 같은 것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무용수, 단역배우,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여인들을 캔버스에 등장시켰다.

파블로 피카소의 ‘앉아 있는 누드’, 1909~1910년, 73×54.3㎝, 캔버스에 유채.
파블로 피카소의 ‘앉아 있는 누드’, 1909~1910년, 73×54.3㎝, 캔버스에 유채.

피카소는 이번 전시에 두 점의 회화와 다섯 점의 판화를 선보인다. 인물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해체한 '앉아 있는 누드'는 현대미술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혁명적이라는 추상입체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 지난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733억원에 낙찰된 '앉아 있는 여인'(1909년)과 같은 시기, 같은 기법으로 그려진 명작이다.

굴곡 있고 풍만한 여인들만 모델이 되진 않았다. 로댕의 연인이었던 그웬 존의 '누드 걸'엔 깡마른 데다 어깨도 구부정한 여인이 등장한다. 한없이 연약해 보이지만 눈에선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 검정 모자를 눌러쓴 필립 윌슨 스티어의 '앉아 있는 누드:검은 모자'는 누드에 소품을 입힌, 당시로선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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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앙리 마티스의 ‘옷을 걸친 누드’, 1936년, 45.7×37.5㎝, 캔버스에 유채. (사진 오른쪽)앙리 마티스의 ‘비스듬히 누운 누드Ⅱ’, 1927년, 28.3×49.5×14.9㎝, 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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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그웬 존의 ‘누드 걸’, 1909~1910년, 44.5×27.9㎝, 캔버스에 유채. /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여인’, 1932~1936년, 149.9×27.6×37.8㎝, 청동. / 필립 윌슨 스티어의 ‘앉아 있는 누드:검은 모자’, 1900년, 50.8×40.6㎝, 캔버스에 유채.
(사진 위)결핵을 앓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그린 피에르 보나르의 ‘욕실’, 1925년, 86×120.6㎝, 캔버스에 유채. (사진 아래)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긴 의자 위의 누드’, 1915년, 54.4×65.3㎝, 캔버스에 유채.
(사진 위)결핵을 앓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그린 피에르 보나르의 ‘욕실’, 1925년, 86×120.6㎝, 캔버스에 유채. (사진 아래)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긴 의자 위의 누드’, 1915년, 54.4×65.3㎝, 캔버스에 유채.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서울 소마미술관
2017.8.11~12.25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1/20170811000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