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韓.中關係

OLED 기술 유출 논란, 그럼에도 중국으로 가야 하는 이유

이강기 2017. 11. 6. 20:14

OLED 기술 유출 논란, 그럼에도 중국으로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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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or no go?
가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LG디스플레이의 OLED 광저우(廣州)공장 얘기다. LG는 약 5조 원을 들여 광저우에 OLED 공장을 짓기로 하고 산업부에 투자 승인을 요구했다. 이달 중순 결과가 나올 계획이란다. '기술만 유출되니 가지 말아야 한다'라는 주장과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LG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 5조원 들여 광저우에 OLED 공장 짓기로
기술 유출이냐, 중국 시장 공략이냐 입장 맞서

"中 갖은 수단 동원해 결국 기술 빼가고 카피할 것
韓 R&D센터 역할 맡겠다는 태도로 中 시장 접근해야"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국에서 히트친 한국 브랜드 [자료: 차이나랩]

중국에서 히트친 한국 브랜드 [자료: 차이나랩]

위 그래픽을 보자. 1992년 수교 이후 중국 시장에서 히트 친 한국 브랜드를 조사해봤다.
 
수교 직후 90년대(10년 단위) 초 중국 비즈니스의 히트 상품은 '신발 공장'이었다. 임가공 공장이 가장 먼저 중국 시장으로 달려가 돈을 벌었다. 90년대 중반의 백색가전과 건설기계, 2000년대 초의 자동차, 2010년 대들어 등장한 생활용품, 그리고 화장품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중요한 결론을 하나 얻게 된다. 브랜드 생멸(生滅)을 보면 '중국에서 1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에 맹렬하게 활동했던 임가공 공장은 대략 10년 후인 2000년대 중반 들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에 설 땅을 잃어 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제조업 공장들이 몸만 빠져나오는 '야반도주' 현상이 문제 된 게 대략 2007년부터다.
 
그런 식이다. 90년대 말 히트 상품이었던 백색가전 역시 10년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 나와야 했고, 90년대 후반 한때 중국 시장의 약 40%까지 차지했던 굴착기는 2010년 중반 이후 로컬 기업에 밀려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기술을 따라잡는데 대략 10년 정도 걸린다는 얘기가 가능하다.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2007년 사진이다. 대우 굴착기는 이후 로컬업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크게 위축된다. [사진: 차이나랩]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2007년 사진이다. 대우 굴착기는 이후 로컬업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크게 위축된다. [사진: 차이나랩]



자, 그런데 '10년의 벽'을 깬 브랜드가 몇 개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디스플레이 분야다. 우리 기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TV나 컴퓨터에 쓰는 디스플레이(당시에는 브라운관)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과 LG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때도 있었다. 말 그대로 중국 시장을 먹었다. 중국에 컬러TV, 데스크톱 컴퓨터 보급 붐이 일면서 두 회사는 떼돈을 벌었다.
 
그 시장을 중국 기업이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죽어라 쫓아왔다. 2000년대 중반 되자 중국 기업에 거의 잡혔다. 그러나 바로 이때 우리 기업은 LCD로 갈아타는 데 성공,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브라운관을 실어 나르던 중국 유통망에 LCD를 얹어 판 것이다. LCD 모니터, LCD TV 시장을 또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LCD로 10년 더 먹었다.
 
중국 기업이 가만히 있겠는가? 또 죽어라 쫓아왔다. 현대전자의 LCD 부분을 인수해 탄생한 BOE가 대표적인 회사다. 이제 LCD 시장은 중국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곧 LCD 생산 1위 나라는 한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뀐다. 국내 LCD 신규 투자는 2010년 이후 중단됐다. 중국 기업의 가성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 [사진: LG디스플레이]

젖과 꿀이 흐르던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 여기가 끝인가? 이제 시장을 나와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병기,  OLED가 있다. 브라운관의 한계를 LCD가 돌파했듯, LCD의 한계는
OLED로 또 뚫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성공한다면 앞으로 10년 또 중국 시장을 먹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중국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최근 '한중일 삼국지2'를 펴낸 안현호 삼성KPMG 고문(전 산업부 차관)의 답을 들어보자. 그는 한국 산업지도를 가장 잘 그려내는 전문가다.

중국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수요의 50%가 발생하는 곳이다. 굴지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죽어라 중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시장이 있는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건 너무 당연하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이게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거대 시장 중국으로 가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려야 한다는 얘기다.

안현호 전 산업부 차관 [사진: 중앙포토]

안현호 전 산업부 차관 [사진: 중앙포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서 만들어 배에 실어 보내는 것과 현지에서 만들어 트럭으로 보내는 게 같을 리 있겠는가?  
 
결국은 서플라이 체인 문제다.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자국 내 기업 간 공급 사슬(이를 흔히 홍색 공급망, '레드 서플라이 체인'이라고도 한다)에 끼어들어야 한다. 공장이 시장으로 달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걱정은 남는다. "광저우로 가면 관련 우리 기술 더 넘어가는 거 아냐?"라는 문제 말이다.
 
우리가 어떻게 OLED 분야 앞설 수 있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  
 
삼성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중소형 패널에, LG는 TV에 쓰는 대형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엄청난 기술이라고? 완제품을 깔끔하게 만들어내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산업의 블랙박스 기술인 소재와 장비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분야는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첨단 소재와 장비는 모두 일본에서 들여온다.
 
다시 안현호 전 차관의 얘기다.  우리 기술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기업의 과감한 선제 투자에 있었다. 그래서 일본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쟁력은 제조공정 혁신을 통한 생산 효율의 최적화였다.

그런데 지금 이 모델은 중국에서 작동 중이다. 기업은 정부와 어깨동무를 하고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BOE 등 중국 대표기업의 기술은 무섭다. 
BOE는 LCD를 넘어 OLED 영역에서도 국내 업체를 맹 추격하고 있다. [출처: 이매진차이나]

BOE는 LCD를 넘어 OLED 영역에서도 국내 업체를 맹 추격하고 있다. [출처: 이매진차이나]

우리가 안 준다고 따라오지 못할 중국이던가. 그들은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한국 기술인력을 빼내 가고, 기술을 카피한다. 우리가 일본에서 한 걸 그대로 한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대륙에서 직장을 얻고자 하는 우수 대만 인력도 있다.
 
최근 보도를 보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가 지난 10월 첫 모바일용 OLED 양산에 들어갔다. 당초 빨라야 내년부터나 가능할 것이라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전망을 크게 앞지른 일정이다. BOE의 부상으로 전 세계 모바일용 OLED 시장의 90%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LG가 광저우로 가면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 기술이 세계 수요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시장이 없는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중국에서 돈 벌어 그 돈으로 다시 연구·개발 투자하고, 기술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다시 중국 시장 먹고..이런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이제까지 우리가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을 먹을 수 있었던 핵심이다.
 
2000년대 초 이뤄진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의 중국 진출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가면 한국 반도체 기술이 몽땅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경쟁사인 삼성이 언론플레이를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우리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몽땅 넘어갔는가? 오히려 삼성은 더 큰 규모로 시안(西安)에 공장을 짓지 않았던가?
시안시 곳곳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환영하는 입간판. '삼성과 당신이 함께 약속하는 매력 시안'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중앙포토]

시안시 곳곳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환영하는 입간판. '삼성과 당신이 함께 약속하는 매력 시안'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중앙포토]


삼성은 왜 시안으로 가야 했는가?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그들만의 서플라이 체인에 끼어들기 위해서 갔다. 거기서 소외되면 세계 최대의 생산 단지이자,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공장이라면 한국은 그 세계 공장에 기술을 제공하는 연구·개발센터가 되어야 한다. 중국이 세계 시장이라면 한국은 그 시장에 팔 물건을 디자인하는 거대한 디자인센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만 살길이 있다.  
 
아직도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차이나랩 한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