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식 기자]
“중국을 한국적 맥락에서 실사구시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9월 26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이희옥(57) 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을 만났다. 그는 3세대 중국통(中國通) 중 대표선수 격이다. 중국 내 인맥이 두텁고 탄탄하기로 소문났다. 서구적 시각을 벗어나 중국만의 특수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 후 우리 문제로 되돌려 종합적·비판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외국어대에서 톈안먼 사건 전후 중국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재인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이징대 아태연구센터 교환연구원,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 객좌교수, 워싱턴대 방문교수, 중국해양대학 강의교수, 일본 나고야대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지린대학, 수도사범대학, 톈진외국어대, 퉁지(同濟)대학, 푸단대학 등의 겸직교수, 객좌교수, 학술고문으로 활동한다. 중국 주요 학술지 해외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중국 연구자 중 바쁘기로 첫손 꼽힙니다.
“요즘엔 저도 인터뷰하러 다닙니다. ‘성균중국관찰’의 파워 인터뷰를 맡고 있습니다. 어제(9월 25일)는 신정승 대사와 한중수교 구술 기록 관련 대담을 2시간 넘게 했어요. 강의와 연구소 운영을 함께 하다 보니 바쁘기는 하지만 소명이려니 합니다.”
9월 26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이희옥(57) 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을 만났다. 그는 3세대 중국통(中國通) 중 대표선수 격이다. 중국 내 인맥이 두텁고 탄탄하기로 소문났다. 서구적 시각을 벗어나 중국만의 특수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 후 우리 문제로 되돌려 종합적·비판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외국어대에서 톈안먼 사건 전후 중국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재인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이징대 아태연구센터 교환연구원,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 객좌교수, 워싱턴대 방문교수, 중국해양대학 강의교수, 일본 나고야대 특임교수를 역임했다.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중국 지린대학, 수도사범대학, 톈진외국어대, 퉁지(同濟)대학, 푸단대학 등의 겸직교수, 객좌교수, 학술고문으로 활동한다. 중국 주요 학술지 해외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중국 연구자 중 바쁘기로 첫손 꼽힙니다.
“요즘엔 저도 인터뷰하러 다닙니다. ‘성균중국관찰’의 파워 인터뷰를 맡고 있습니다. 어제(9월 25일)는 신정승 대사와 한중수교 구술 기록 관련 대담을 2시간 넘게 했어요. 강의와 연구소 운영을 함께 하다 보니 바쁘기는 하지만 소명이려니 합니다.”
“中공산당 고위관료도 ‘성균중국관찰’ 읽어”
▼‘中·國·通’이 다룬 여덟 번째 인물이 신정승 전 대사였습니다.(신동아 8월호 ‘북한, 대만 따돌린 25년 전 ‘동해 사업’… 이제는 부상한 中이 韓에 힘 투사하려 해’ 제하 기사 참조)
“정상기 전 주(駐)타이베이 대표부 대표, 신정승 전 대사 인터뷰에 이어 윤해중 전 주상하이 초대 총영사 등 1992년 한중수교에 기여한 실무 외교관을 중심으로 당시의 기억을 구술로 정리하는 중입니다. 국립외교원 프로젝트인데 더 이상 사장되기 전에 당시의 기록을 남겨둬야 할 것 같아서요.”
▼책으로도 냅니까.
“아뇨. 공개하기 어려운 솔직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일단 비공개로 합니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와 대학 연구소 중 활동이 가장 활발합니다. 규모도 제일 크고요.
“성균중국연구소 전신은 동아시아 지역연구소입니다. 중국에 집중해 연구하는 게 좋겠다는 학교의 의지로 2012년 확대 재편됐습니다. 중국이 중요하다면서도 연구 인프라,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지 못했습니다. 중국 연구가 외교·안보 현안에 매몰돼 정치·사회·문화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지도 못했고요. 성균중국연구소는 서구의 방법론, 문제의식을 넘은 한국형 연구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북한과 결합한 중국 연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한국형 연구의 예가 될 것입니다.”
“정상기 전 주(駐)타이베이 대표부 대표, 신정승 전 대사 인터뷰에 이어 윤해중 전 주상하이 초대 총영사 등 1992년 한중수교에 기여한 실무 외교관을 중심으로 당시의 기억을 구술로 정리하는 중입니다. 국립외교원 프로젝트인데 더 이상 사장되기 전에 당시의 기록을 남겨둬야 할 것 같아서요.”
▼책으로도 냅니까.
“아뇨. 공개하기 어려운 솔직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일단 비공개로 합니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와 대학 연구소 중 활동이 가장 활발합니다. 규모도 제일 크고요.
“성균중국연구소 전신은 동아시아 지역연구소입니다. 중국에 집중해 연구하는 게 좋겠다는 학교의 의지로 2012년 확대 재편됐습니다. 중국이 중요하다면서도 연구 인프라,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지 못했습니다. 중국 연구가 외교·안보 현안에 매몰돼 정치·사회·문화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지도 못했고요. 성균중국연구소는 서구의 방법론, 문제의식을 넘은 한국형 연구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북한과 결합한 중국 연구,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한국형 연구의 예가 될 것입니다.”
失序의 시대
▼중국어판 잡지도 내더군요. 중국 독자가 대상인가요.
“잡지가 셋입니다. ‘성균차이나브리프’ ‘성균중국관찰’ ‘성균차이나포커스’입니다. 그중 성균중국관찰을 중문으로 발행합니다. 중국 독자와 중국어권 연구자를 상대로 한국의 중국 연구 동향과 한국적 시각을 소개합니다. 중국어권에서 연구한 해외 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한국에서 발신하는 플랫폼 구실도 하고요. 최근 중국어를 읽는 서구 연구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중국 당정의 고위관료들도 성균중국관찰 독자입니다.”
▼중국 인사들과 네트워킹이 활발한 학자로 손꼽힙니다.
“제 역량이라기보다는 연구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베이징대 국가거버넌스연구원,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중심, 지린대 공공외교학원, 산둥대 한국학원, 우한대 변경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과 교류합니다. 보하오 아시아 포럼의 공식 파트너기도 하고요. 국립정치대학(대만), 와세다대(일본), 말레이대(말레이시아)의 유수한 중국연구소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중수교 이전인 1989년 여름 홍콩을 거쳐 중국을 처음 찾았는데요.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초 한양대 중소(中蘇)연구소에 몸담았을 때 교류한 중국학자들도 있고요. 2003년부터 정부급 한중전략대화에서 한국 쪽 간사를 맡았는데 그때 교분을 나눈 젊은 학자와 관료들은 10년 넘게 세월이 흐른 후 중국에서 중량급 인사가 됐습니다. 중국 인맥을 쌓으려면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를 제도화하고 상호 교통하는 것이 중요해요. 서로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사이가 돼야 합니다. 필요할 때 만난 후 일이 없다고 모른 척하면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죠. 인간관계가 국제관계의 연장인 셈이지요.”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개최할 만큼 한중관계가 얼어붙었습니다. 15, 20, 25주년 때는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았는데요.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듭니다.
“한중 양국을 둘러싼 국제정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두 나라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중국이 한중관계를 더 이상 양자관계로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지역 문제나 미중관계라는 큰 틀에서 판단하고, 움직이기에 양국 간 인식 격차가 점차 커져갑니다. 서로에 대한 기대 차도 있고요. 일종의 전환기이기 때문에 한국이 위상(positioning)을 잘 찾아야 합니다.”
▼19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거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았습니다.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합니다. 동아시아 지정학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 결과는 한국에도 중요합니다. 중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다는 견해도 나오더군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실서(失序)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질서(秩序)를 잃어버린(失) 시대란 뜻인데요. 세계정치가 혼돈의 시기에 접어들었으나 미중관계가 갈등일로로 가긴 어렵습니다. 여전히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 국력 격차가 큽니다. △군사력 △경제의 질 △에너지 안보 △연구 개발 △교육의 질 △ 거버넌스의 능력에서 그렇습니다. 중국이 안고 있는 사회 리스크, 중위 인구 질만 봐도 미국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잡지가 셋입니다. ‘성균차이나브리프’ ‘성균중국관찰’ ‘성균차이나포커스’입니다. 그중 성균중국관찰을 중문으로 발행합니다. 중국 독자와 중국어권 연구자를 상대로 한국의 중국 연구 동향과 한국적 시각을 소개합니다. 중국어권에서 연구한 해외 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한국에서 발신하는 플랫폼 구실도 하고요. 최근 중국어를 읽는 서구 연구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중국 당정의 고위관료들도 성균중국관찰 독자입니다.”
▼중국 인사들과 네트워킹이 활발한 학자로 손꼽힙니다.
“제 역량이라기보다는 연구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성균중국연구소가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베이징대 국가거버넌스연구원,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중심, 지린대 공공외교학원, 산둥대 한국학원, 우한대 변경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과 교류합니다. 보하오 아시아 포럼의 공식 파트너기도 하고요. 국립정치대학(대만), 와세다대(일본), 말레이대(말레이시아)의 유수한 중국연구소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중수교 이전인 1989년 여름 홍콩을 거쳐 중국을 처음 찾았는데요.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초 한양대 중소(中蘇)연구소에 몸담았을 때 교류한 중국학자들도 있고요. 2003년부터 정부급 한중전략대화에서 한국 쪽 간사를 맡았는데 그때 교분을 나눈 젊은 학자와 관료들은 10년 넘게 세월이 흐른 후 중국에서 중량급 인사가 됐습니다. 중국 인맥을 쌓으려면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이를 제도화하고 상호 교통하는 것이 중요해요. 서로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사이가 돼야 합니다. 필요할 때 만난 후 일이 없다고 모른 척하면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죠. 인간관계가 국제관계의 연장인 셈이지요.”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개최할 만큼 한중관계가 얼어붙었습니다. 15, 20, 25주년 때는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았는데요.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듭니다.
“한중 양국을 둘러싼 국제정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두 나라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중국이 한중관계를 더 이상 양자관계로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지역 문제나 미중관계라는 큰 틀에서 판단하고, 움직이기에 양국 간 인식 격차가 점차 커져갑니다. 서로에 대한 기대 차도 있고요. 일종의 전환기이기 때문에 한국이 위상(positioning)을 잘 찾아야 합니다.”
▼19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거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았습니다.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합니다. 동아시아 지정학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 결과는 한국에도 중요합니다. 중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다는 견해도 나오더군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실서(失序)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질서(秩序)를 잃어버린(失) 시대란 뜻인데요. 세계정치가 혼돈의 시기에 접어들었으나 미중관계가 갈등일로로 가긴 어렵습니다. 여전히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 국력 격차가 큽니다. △군사력 △경제의 질 △에너지 안보 △연구 개발 △교육의 질 △ 거버넌스의 능력에서 그렇습니다. 중국이 안고 있는 사회 리스크, 중위 인구 질만 봐도 미국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대국 vs 상승 대국
▼베이징이 워싱턴에 정면으로 맞서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어렵다는 얘기군요.
“미국을 추격해 G-2 시대가 됐다거나 중국의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은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라는 이미지를 실체와 섞어 보는 데에서 오는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능가하기엔 아직 그 격차가 상당합니다. 이렇게 보면 미중관계도 전면적인 갈등 속에서 부분적으로 협력한다기보다는 협력의 토대에서 과거보다 쟁점(Flash Point)을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시진핑은 미중이 협력할 이유는 1000가지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처지를 드러낸 외교적 수사(rhetoric)라고 하겠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 간 국력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동아시아 상황은 다릅니다. 한반도, 동·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 전략 갈등이 벌어집니다.
“아직은 중국이 글로벌 수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봐야겠으나 동아시아 상황은 또 다르죠. 베이징이 동아시아에서 세계 전략의 교두보를 쌓으려 하니 전략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아래 중국이 적응하는 체제가 하나, 미중 간 격돌하는 동아시아가 다른 하나입니다. 이 같은 이원적 구조가 미중관계 본질입니다. 지리적으로 멀수록, 연성권력(Soft Power)일수록 협력이 이뤄지는 반면 지리적으로 근접할수록, 경성권력(Hard Power)일수록 갈등이 심화합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반도는 안보 및 경성권력 사안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전형적 사례고요.”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베이징은 워싱턴에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하면서도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국력 격차가 존재하기에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아시아 이웃국가, 중국 표현으로 주변국가에는 공세적이랄까요. 다시 말해 국익에 도움이 될 때는 적극적으로 포용 정책에 나서는 반면 국익과 충돌할 때는 강력한 제재를 전개합니다. 부드러운 곳에는 더 부드럽게, 까칠한 곳에는 더 까칠하게 나옵니다. 베이징이 지역적 차원에서 패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동의합니다만 사건이나 국면, 구조 차원에 따라 베이징의 대응이 제가끔 다른 것 같아요. 특히 북한 핵과 동·남중국해 문제도 상황이 워낙 복잡해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움직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신형대국관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면서 제시한 외교 용어다. 기존 대국인 미국과 상승 대국인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을 추격해 G-2 시대가 됐다거나 중국의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은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라는 이미지를 실체와 섞어 보는 데에서 오는 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능가하기엔 아직 그 격차가 상당합니다. 이렇게 보면 미중관계도 전면적인 갈등 속에서 부분적으로 협력한다기보다는 협력의 토대에서 과거보다 쟁점(Flash Point)을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시진핑은 미중이 협력할 이유는 1000가지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처지를 드러낸 외교적 수사(rhetoric)라고 하겠습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 간 국력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동아시아 상황은 다릅니다. 한반도, 동·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 전략 갈등이 벌어집니다.
“아직은 중국이 글로벌 수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봐야겠으나 동아시아 상황은 또 다르죠. 베이징이 동아시아에서 세계 전략의 교두보를 쌓으려 하니 전략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아래 중국이 적응하는 체제가 하나, 미중 간 격돌하는 동아시아가 다른 하나입니다. 이 같은 이원적 구조가 미중관계 본질입니다. 지리적으로 멀수록, 연성권력(Soft Power)일수록 협력이 이뤄지는 반면 지리적으로 근접할수록, 경성권력(Hard Power)일수록 갈등이 심화합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반도는 안보 및 경성권력 사안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전형적 사례고요.”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베이징은 워싱턴에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하면서도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국력 격차가 존재하기에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아시아 이웃국가, 중국 표현으로 주변국가에는 공세적이랄까요. 다시 말해 국익에 도움이 될 때는 적극적으로 포용 정책에 나서는 반면 국익과 충돌할 때는 강력한 제재를 전개합니다. 부드러운 곳에는 더 부드럽게, 까칠한 곳에는 더 까칠하게 나옵니다. 베이징이 지역적 차원에서 패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동의합니다만 사건이나 국면, 구조 차원에 따라 베이징의 대응이 제가끔 다른 것 같아요. 특히 북한 핵과 동·남중국해 문제도 상황이 워낙 복잡해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움직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신형대국관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면서 제시한 외교 용어다. 기존 대국인 미국과 상승 대국인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