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수사가 대단원으로 치닫는다.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전·현직 국정원 간부 및 직원이 180명 안팎에 달한다.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2017년 12월 15일 현재).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국정 파탄의 한 축이었다. 정보기관·군·검찰 등은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진영으로 나뉜 정치적 사안에 연루됐을 때 사달이 난다. 역대 정권마다 국정원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권부 핵심과 정보기관을 거간하는 인물이 국정원 실세로 불리며 등장하곤 했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국정 파탄의 한 축이었다. 정보기관·군·검찰 등은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진영으로 나뉜 정치적 사안에 연루됐을 때 사달이 난다. 역대 정권마다 국정원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권부 핵심과 정보기관을 거간하는 인물이 국정원 실세로 불리며 등장하곤 했다.
무소불위, 추명호
박지만 씨.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최순실 비선실세 그룹’과 연결돼 정보기관 실세로 불린 대표적 인물은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다. 추 전 국장은 정치공작·블랙리스트·불법사찰·비선보고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추 전 국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조윤선·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 등에게 매달 500만 원씩 건네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최순실 씨 관련 첩보 170건을 국정원장 등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고 첩보를 수집한 직원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이유로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추 전 국장이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연상케 할 만큼 ‘힘이 셌다’는 증언이 많다. 추 전 국장이 실세가 된 데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최순실 그룹과 국정원을 잇는 역할을 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재준 전 원장 같은 이는 국정원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최순실 씨의 존재를 몰랐다.
시곗바늘을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로 되돌려보자. 남재준 전 원장은 대통령민정수석실로 파견돼 있던 추 전 국장과 만났다. 정권 핵심에서 추 전 국장과 대화해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남 전 원장이 육사 25기, 추 전 국장은 육사 41기로 두 사람의 면담은 격에 맞지 않았다.
추 전 국장은 남 전 원장과 대화하면서 국정원 개혁에 대해 건의했다. 국정원장이 조직 운영과 관련해 일개 행정관에게 조언을 들은 셈이다. 남 전 원장은 추 전 국장과 대화를 나눈 날 밤 11시께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걔가 누구냐”고 추 전 국장에 대해 물었다.
남 전 원장의 전화를 받은 인사는 “남 전 원장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사람이 쌍욕을 하면서 ‘걔부터 잘라’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국정원에서 파견한 것이니 소환해서 자르라는 거였다”고 회고했다. 남 전 원장이 추 전 국장 뒤에 있는 실세 그룹의 영향력을 몰랐던 것이다.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던 추 전 국장은 2013년 5월 이른바 ‘국정원 정치 개입 문건’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원에 복귀한다. 남 전 원장은 추 전 국장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게 하면서 한직(閑職)에 뒀다. 추 전 국장이 국내 정보가 모이는 길목을 차지한 것은 남 전 원장이 물러난 지 석 달 뒤다.
추 전 국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조윤선·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 등에게 매달 500만 원씩 건네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최순실 씨 관련 첩보 170건을 국정원장 등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고 첩보를 수집한 직원을 근무성적 불량 등의 이유로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추 전 국장이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연상케 할 만큼 ‘힘이 셌다’는 증언이 많다. 추 전 국장이 실세가 된 데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최순실 그룹과 국정원을 잇는 역할을 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재준 전 원장 같은 이는 국정원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최순실 씨의 존재를 몰랐다.
시곗바늘을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로 되돌려보자. 남재준 전 원장은 대통령민정수석실로 파견돼 있던 추 전 국장과 만났다. 정권 핵심에서 추 전 국장과 대화해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남 전 원장이 육사 25기, 추 전 국장은 육사 41기로 두 사람의 면담은 격에 맞지 않았다.
추 전 국장은 남 전 원장과 대화하면서 국정원 개혁에 대해 건의했다. 국정원장이 조직 운영과 관련해 일개 행정관에게 조언을 들은 셈이다. 남 전 원장은 추 전 국장과 대화를 나눈 날 밤 11시께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걔가 누구냐”고 추 전 국장에 대해 물었다.
남 전 원장의 전화를 받은 인사는 “남 전 원장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사람이 쌍욕을 하면서 ‘걔부터 잘라’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국정원에서 파견한 것이니 소환해서 자르라는 거였다”고 회고했다. 남 전 원장이 추 전 국장 뒤에 있는 실세 그룹의 영향력을 몰랐던 것이다.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던 추 전 국장은 2013년 5월 이른바 ‘국정원 정치 개입 문건’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정원에 복귀한다. 남 전 원장은 추 전 국장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게 하면서 한직(閑職)에 뒀다. 추 전 국장이 국내 정보가 모이는 길목을 차지한 것은 남 전 원장이 물러난 지 석 달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