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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태석 신부 도움으로 한국서 의사의 길 걷는 남수단 유학생들

이강기 2018. 1. 12. 09:33

고 이태석 신부 도움으로 한국서 의사의 길 걷는 남수단 유학생들

뉴시스입력 2018-01-11 17:31수정 2018-01-11 17:31
동아일보



“이태석 신부님 뜻 따라 의사 될래요” 

20년 넘게 이어진 내전의 포화와 폐허 속에 故(고) 이태석 신부가 뿌린 씨앗 하나가 작은 결실을 본다.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던 청년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인제의대와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이태석 신부의 추천으로 남수단 톤즈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토마스 타반 아콧(33)씨가 오는 15일 오후 3시 제34회 인제의대 학위수여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및 동창회 입회식에 참여한다고 11일 밝혔다.

토마스 씨는 2001년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미사를 봉헌할 당시 신부를 돕는 복사를 맡았다.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톤즈 청년들의 꿈을 눈여겨 본 이태석 신부는 수단어린이장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태석 신부의 도움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토마스 씨와 존 마옌 루벤(31)씨는 2년 동안 연세대 학국어학당과 중원대학교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한국어 능력 시험 5급을 취득하고, 2012년 나란히 인제의대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인제의대 3회 졸업생인 이태석 신부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예비의사의 길을 따라 걷게 된 것이다.  


낯설고 물선 이역만리 한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하는 6년 동안의 의대 교육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토마스 씨는 “한국어는 영어랑 완전히 달라서 배우기 어려웠어요. 한국어학당에서는 표준말을 배웠는데 부산에서는 사투리를 쓰니까 만만치 않았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공부 잘하는 동기들에게 물어보거나 교수님을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는 토마스 씨는 “이태석 신부님처럼 좋은 의사가 돼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면서 “사람을 살리는 외과 의사가 되어 남수단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간호사인 어머니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의사의 꿈을 키웠다는 존 마옌 루벤씨는 “내년 의사 국시에 도전해 졸리 신부님의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의대생인 토마스·존을 비롯해 지난해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 남수단 재건을 위한 일꾼으로 돌아간 산티노 뎅(32) 군까지 3명을 후원하고 있는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의대는 물론 전문의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이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남수단 톤즈 유학생의 교육비를 비롯해 손색이 없는 예비의사로 키우고 있는 인제의대는 재학생들에게 고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심어주자는 취지에서 ‘이태석 기념과정’을 개설하고, 매년 ‘이태석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또 고 이태석 신부를 영원히 기억하고 유지를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2004년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 수단어린이장학회는 KBS ‘한민족 리포트’와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감명을 받은 시민이 동참하면서 1% 나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후원자는 매달 4000~5000여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은 톤즈 지역 청소년 교육과 의료 지원 활동을 비롯해 최근에는 잠비아·말라위·케냐·콩고·칠레·동티모르·캄보디아·중국·필리핀 등 전 세계 저개발국가 아동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의료·학교 건축 비용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로 살기를 원한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바르게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살레시오회 선교국과 양해각서를 체결, 장학회 활동의 가치와 투명성을 높였다.  

이태석 신부와 8년 동안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동문수학한 백광현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마르첼로 신부·살레시오회 한국관구 청소년센터장)은 “이태석 신부는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삶을 수도자로 봉헌할 것을 맹세하는 종신서원을 통해 가난한 청소년을 보살피며 교육을 위해 일생을 바친 성인 돈 보스코의 모범을 따르기로 맹세했다”면서 “이태석 신부의 톤즈는 마음 둘 곳 없는 가난한 청소년들을 맞아들이는 ‘집’이자 영혼과 육신의 병을 고치는 ‘병원’이었으며, 천진한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운동장’이자 삶을 준비하는 ‘학교’였다”고 회고했다.

살레시오 수도회는 청소년들의 스승이요 아버지라고 불리는 성 요한 보스코(St. John Bosco, 1815~1888)에 의해 1859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창립된 수도회로, 가톨릭의 가장 큰 수도회 중 하나이다. 


현재 세계 130여 개 나라에서 약 1만6000명의 살레시오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가난하고 버림받은 청소년을 교육하고 있다.

후원 문의=02-591-6210, sudan-edu@hanmail.net.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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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Main/3/all/20180111/88130853/1#csidx0a6589e65aab2938ca707ac330f2b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