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韓.中關係

중국, 교과서도 입맛대로 바꾸나…문화대혁명 축소포장 논란

이강기 2018. 1. 15. 19:26

중국, 교과서도 입맛대로 바꾸나…문화대혁명 축소포장 논란

  • 조선일보, 2018.1.15


입력 : 2018.01.15 10:33 | 수정 : 2018.01.15 16:36

오는 3월부터 중국의 중학교에서 쓰일 역사 교과서에서 문화대혁명 항목이 축소 포장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대혁명은 중국 지도부가 감추고 싶어하는 ‘어두운 역사’라 중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사회운동을 말한다. 상당수 역사학자는 문화대혁명을 ‘자본주의 부활을 저지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운 마오쩌둥의 권력 숙청이라고 평가한다. 당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어버리는 한편, ‘낡은 풍속’이라는 이유로 귀중한 문화재가 파괴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 남겨 중국에선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의 과거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인터넷에 유출된 중학교 교과서의 표지
◆ 문화대혁명 ‘동란·재난’ 표현 빠져…애매한 표현으로 대체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달 초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관영 출판사인 인민교육출판사가 출판 예정인 8학년(중학교 2학년) 교과서 초안이 유출되면서부터다.

새 교과서 유출본을 살펴보면, 현행 교과서 제2장의 마지막 단락에 실린 ‘문화대혁명 10년(文化大革命的十年)’이라는 항목이 새 교과서에선 아예 사라졌다.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서술은 ‘열정적인 탐구와 건설 성취’라는 이름이 붙은 항목에 짧게 포함됐다.

또한 현행 교과서엔 문화대혁명을 ‘동란과 재난’이라 부르고 ‘마오쩌둥의 그릇된 인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새 교과서엔 이러한 표현이 전부 삭제됐다. 대신 ‘세상 일엔 쉬운 일이란 없다. 세계 역사는 항상 곡절을 겪으면 전진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공산당 지도부에 책임을 지우는 문장을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1966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사람들이 고위 관료에게 조롱을 퍼붓고 있다. /Li Zhensheng
중국 지도부는 1981년 제11차 6중전회에서 문화대혁명이 “지도자의 과오로 시작됐고 반혁명집단에 이용당해 당, 국가, 민족인민에 심각한 재난을 가져온 내란”이라는 점을 공식 시인하고, 교과서에도 이러한 내용을 명확히 적시해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출판사 측은 “수정된 교과서가 3페이지에 걸쳐 문화대혁명을 소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어떤 내용이 최종적으로 추가될 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교과서는 중국 교육부의 감수를 거쳐 오는 3월부터 8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이 사용될 예정이다.

◆ 시진핑의 역사 인식 담긴 새 교과서?

새 교과서의 내용이 대폭 수정된 것은 교과서에 ‘애국 의식을 고양시키고 공산당이 국가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중국 지도부의 가이드라인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역사, 국어, 도덕·법치 등 3개 과목 교과서에 대해 “중요하고 특수한 교육 기능이 있다”면서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불탔던 문화재들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부분이 특히 대폭 축소된 것은 시진핑 현 국가주석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2013년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문화대혁명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내외 사회·역사적 원인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문화대혁명과 관련된 논란이 종종 벌어진다. 2016년엔 한 연주단이 홍위병 군가를 공연했다가, 주최측이 성명을 내고 “공연자들이 신뢰를 짓밟는 짓을 했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문화대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속내를 드러내보인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젊은 세대가 문화대혁명을 잘 알지 못해 교과서 개정이 자칫 그릇된 역사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는 아예 인터넷에서 검색도 안되는 것처럼 문화대혁명도 점차 중국인들에게 잊힐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소셜미디어에는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