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인생 최후의 순간 빼드는 寶劍 같은 것"
- 조선일보
입력 : 2018.01.19 03:02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수상자 8명 중 6명이 50대 이상
심사위원 대표 문정희 시인 축사 "문학의 하늘을 용처럼 비상하라"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시 당선자 이린아(30), 단편소설 당선자 명학수(52), 시조 당선자 조성국(60), 동시 당선자 문일지(60), 동화 당선자 허용호(51), 희곡 당선자 정재춘(53), 문학평론 당선자 소유정(26), 미술평론 당선자 안재영(50)씨가 각각 상패와 고료를 받았다.
생애를 걸고 벌이는 건곤일척(乾坤一擲). 시상식은 거기서 승리한 중년들의 한바탕 잔치였다. 당선자 중 6명이 50대 이상, 모두가 삶의 결정적 순간에 문학을 택했다. 서울 대치동과 경기도 분당 학원가를 누비던 명학수씨 뿐 아니라, 2008년부터 5년간 대학로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정재춘씨는 마흔에야 동경하던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박사학위 따려고 대학원을 갔는데 따르던 소설 전공 교수님이 퇴직을 해버렸다"며 "희곡으로 갈아타면서 얼떨결에 들어선 길이지만 끝까지 가서 괜찮은 극작가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왼쪽부터 안재영·정재춘·명학수·허용호(앉은 이)·문일지·조성국·이린아·소유정씨.](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1/19/2018011900254_0.jpg)
조성국·문일지씨는 '58년 개띠'이고, 둘 다 지난해 본심에서 고배를 마신 뒤 올해 회심의 역전에 성공했다. "나이가 많아 걱정되겠지만 우리 집안이 장수(長壽) 집안이다. 30년 넘게 꾸준히 쓰겠다."(조성국) "잊지 못할 순간이 딱 두 번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백일장 장원, 그리고 이번 당선. 수십 년 직장 다니며 한시도 문학을 잊은 적 없다."(문일지)
허용호씨는 휠체어를 탄 채 말을 이었다. "스물두 살 때 행글라이더를 타다 착륙이 잘못돼 척추를 다쳤다. 병원서 먹고 자며 간호해준 어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허씨는 포항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오는 동네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 "욕심 없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글을 쓰고 싶다."
안재영씨의 소감은 아버지를 향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인생 별거 없으니 좋아하는 거 하라'고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건 늘 예술의 범주에 있었다. 아버지 말씀대로 좋아하는 걸 제대로 해보겠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이린아씨는 "쓴다는 건 존재에 참견하는 일이고, 시를 쓰는 내내 내 안의 시선과 직면하면서 많이 아팠다. 이 상의 의미는 앞으로 그 응시를 계속 하라는 격려라고 믿는다"고 했다. 대학원생 소유정씨는 "새 옷을 사
려고 옷가게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벗어놓은 외투에서 울린 전화가 당선 통보였다"며 "소중한 옷을 선물 받았으니 이제 그 안쪽으로 손 넣을 것"이라고 했다.
문정희 시인이 심사위원을 대표해 격려사를 건넸다. "작가의 칭호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글 쓰겠다는 대선언이다. 빛나는 한 마리 용이 비늘을 세우고 날개 펴듯 문학의 광활한 하늘을 마음껏 비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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