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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운명… 한국에 전쟁 터져도 결혼할 것" - 슈뢰더 前 독일 총리

이강기 2018. 1. 26. 15:53

"그녀는 내 운명… 한국에 전쟁 터져도 결혼할 것"

조선일보

입력 : 2018.01.26 03:41

  

슈뢰더 前 독일 총리 5번째 결혼, 통역사 김소연씨와 올가을 예정
3년 전 만나… 26세 나이 차 극복 "서울과 베를린 오가며 생활할 것"

"내 옆자리에 있는 김소연씨와 올해 가을쯤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설령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더라도 이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전쟁이 무섭지 않다."

게르하르트 슈뢰더(74) 전(前) 독일 총리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애 다섯 번째 결혼 소식을 알렸다. 이날 통역은 슈뢰더 전 총리의 예비 신부로서 통역사 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로 일하고 있는 김소연(48)씨가 맡았다.

2015년 제주평화포럼 통역으로 처음 대면한 뒤 이후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 18일 독일 여성지 '분테(Bunte)'를 통해 처음 관계를 밝혔고,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자 지난해 슈뢰더 자서전을 낸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공개 석상을 마련했다. 언론 활용에 탁월한 수완을 지녀 '미디어 총리'로 불렸던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에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다면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슈뢰더(오른쪽)·김소연 커플. 김씨는 “총리님은 내 호칭을 한국식으로 ‘소여니’라고 한다”며 “부부싸움 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기분 풀어줄 때는 ‘자기야’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슈뢰더(오른쪽)·김소연 커플. 김씨는 “총리님은 내 호칭을 한국식으로 ‘소여니’라고 한다”며 “부부싸움 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기분 풀어줄 때는 ‘자기야’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9월 슈뢰더와 이혼 소송 중이던 부인 도리스 슈뢰더 쾨프(54)가 페이스북에 "우리 부부의 결별 이유 중 하나는 프라우 킴(김소연)"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그 때문에 "불륜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도 많았다. 슈뢰더는 이에 대해 "이미 2015년 3월 별거를 시작했고 그 전부터 집 안에서도 수년간 떨어져 지냈다"며 "김씨는 내 이혼과는 시기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전(前) 아내는 2016년 독일 니더작센주 내무장관과 연인 사이임을 밝혔고 이혼도 아내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최종 이혼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김씨 역시 "나도 이혼한 지 수년 됐고 양가(兩家) 상견례도 마쳤다"며 "우리 만남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별로 코멘트할 게 없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 정부를 이끈 슈뢰더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받았다. 그는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기쁜 소식"이라며 "남북한이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새 정부가 이룬 노력의 결실"이라고 치켜세웠다. "통일은 인내심과 관철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끊임없이 대화하며 주변 강대국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나이와 국적을 뛰어넘어 통일을 이룬 두 사람은 결혼 후 서울과 베를린·하노버를 오가며 지낼 계획이다. 슈뢰더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1막을 인용해 "하늘과 땅 사이에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며 "여생(餘生)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건 이해를 넘어서는 운명 같은 어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이제 마무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부부로, 동네 아저씨 같은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예술을 기쁜 마음으로 배우고 싶다."

두 사람은 이날 서울 대한극장에서 영화 '1987'을 관람했고, 26일 판문점과 DMZ를 방문한 뒤 국립중앙박물관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 전시를 둘러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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