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이엄 목사는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만나 북한 공산당 격퇴를 촉구하고 1952년 전쟁 중인 한국을 방문해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 두 차례 방북해 김일성과도 만났다. 김일성은 트루먼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영적 조언자였던 그레이엄 목사와의 만남을 마다하기는커녕 미국과의 대화 채널로 활용하려 했다. 그레이엄 목사로서는 평양에 외국인을 위한 교회를 짓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레이엄 목사는 미국 대통령들과 친하고 김 목사는 그레이엄 목사와 친했기 때문에 이 커넥션은 한미 관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때는 아들 프랭클린 목사가 김 목사의 주선으로 사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오간 문 대통령 부모의 흥남철수 얘기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전달돼 회담을 부드럽게 이끄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영적 지도자였기 때문에 세계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개신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설교자 중 한 사람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