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際

중국과 러시아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바라는 건 緣木求魚

이강기 2018. 3. 12. 10:24

[만물상] '독살자' 차르

  • 조선일보

입력 : 2018.03.12 03:17   

'러시아의 암살'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반대 세력 제거 작전을 다룬 영화다. 푸틴 집권 이후 부쩍 늘어난 독살 사건들을 소재로 했다. 그 대상도 국내외 정치인, 비판적인 기자, 인권 변호사, 전직 스파이 등을 가리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정치적 암살의 역사는 뿌리 깊다. 표트르 3세와 그의 아들 파벨 1세 등 제정 러시아의 황제가 암살되거나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당연히 비밀경찰에 의한 공포정치가 횡행했다. 러시아혁명 전야에는 국정을 농단하던 괴승(怪僧) 라스푸틴이 귀족들에 의해 네바 강 얼음장 밑에 수장됐다. 혁명 후인 1921년 레닌은 모스크바의 루비양카 정치범 수용소에 '독극물연구소'를 만들었다. 암살을 심장마비 등 자연사한 것처럼 위장하는 독극물을 개발하기 위해 소련의 과학자들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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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어린 시절 영화와 소설을 통해 스파이 활동을 동경하다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KGB에 들어갔다. 베를린 장벽 붕괴 시 동독에서 암약하던 그는 KGB가 순수하게 배양한 공작원 출신이다. 그의 암살 지시가 드러난 사건이 2006년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으로 있다 영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이다. 런던에서 방사능 독극물이 들어간 녹차를 마시고 사망한 리트비넨코는 죽기 전 "배후는 푸틴"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러시아 첩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지난 4일 영국의 소도시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드러나면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밝혔다. 러시아는 반발하지만, 푸틴 집권 이후 숱하게 벌어진 정치적 암살의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푸틴은 유도로 단련된 강인한 몸매를 자주 과시한다. 굳게 다문 입가에 번지는 미소 뒤에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가벼이 여기는 잔인한 성격이 드러난다. 그는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당시 무리하게 진압을 지시해 인질 130명을 죽음으로 몰고가기도 했다. 시리아의 학살자 아사드를 비호하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것도 KGB 시절부터 몸에 밴 것은 아닐까. 말만 공산 독재를 끝냈다고 하지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여전히 스탈린 치하 소련이나 차르 시대의 공포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참 고약한 이웃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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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1세기 황제 시진핑의 중국, 폭력적 패권 휘두를 수 있다

    • 조선일보

    입력 : 2018.03.12 03:20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국가 주석의 10년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의 막이 오른 것이다. 시 주석의 '시진핑 신(新)시대 사상'은 중국 공산당 당헌뿐만 아니라 새 헌법 전문(前文)에도 삽입됐다. 반(反)부패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감찰위가 새 헌법기관으로 신설됨으로써 그의 권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중국 내에서 견제 세력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당 총서기·국가주석·중앙군사위주석을 종신토록 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習) 황제'가 됐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에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 완성을 위해 82세가 되는 2035년까지 집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마오쩌둥 장기 집권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차차기 후계자를 내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등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시진핑은 이를 모두 무너뜨리며 권력을 무한대로 키워나가고 있다. 당과 정부, 군부에서 반대 파벌이 대거 쫓겨나고 시 주석의 측근을 의미하는 시자쥔(習家軍)으로 교체됐다. 중국 인터넷에선 1인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글은 남김없이 삭제되고 있으며 '황제' 등의 단어는 금기어가 됐다. 시곗바늘을 어디까지 거꾸로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과거 중국이 몰락한 수치스러운 역사를 아시아 패권 확립을 통해 씻으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내세우는 중국몽은 과거 '중화 제국(帝國)'의 재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연히 트럼프 미 대통령을 통해 시진핑의 한반도관이 우리에게 알려졌다. 시진핑이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이 시진핑의 역사 인식이며 한반도관이다.

    시진핑이 북핵 방어용 사드 문제로 핵 피해국인 한국에 폭력적인 보복을 가하고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푸대접한 것 모두가 한·중 관계를 대등한 주권국가 간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4년 뒤 동계올림픽을 주최하면서 평창올림픽 때 방한(訪韓)은커녕, 중국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인사를 대신 보냈다. 한반도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한반도를 미국과의 패권 경쟁 무대로만 보는 사람이 견제 세력 없이 1인 독재체제를 확립했다는 것은 우리의 외교·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문제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나라다. 전면 침공, 포격, 발포, 충돌을 예사로 감행한다. 그런 나라의 장기 집권 독재자가 자국에 대한 자부심·자존심이 도가 넘을 정도로 강하다. 앞으로 한반도, 센카쿠(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대만 등의 문제에서 시진핑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주시해야 한다. 1인 독재에 대한 중국 내 비판이 커지면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경우도 예상해야 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다른 나라의 내정(內政)으로만 볼 수 없다.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목전에 닥친 심각한 외교 환경 변화다. 시진핑 1인 치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1/20180311015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