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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들'

이강기 2018. 4. 17. 08:49

[만물상]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들'

이하원 논설위원

조선일보

입력 : 2018.04.17 03:16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이 있다. 가게 앞에는 양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론 개 고기를 파는 걸 가리킨다. 그럴듯한 간판으로 사람을 속이는 걸 풍자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후한(後漢)의 광무제가 내린 조서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양 머리를 걸고 말린 말 고기를 팔고, 도척이 공자 말씀을 한다." 도척(盜跖)은 춘추시대 대도(大盜)다. 남의 것 훔치는 걸 전문으로 하면서도 입만 열면 의리와 용기를 얘기했으니 위선의 전형이다.


▶멀리 갈 것 없다. 지난달 안희정 충남지사는 직원 행사에서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을 언급하며 "남성 중심적 권력 질서에 따른 폭력이 다 희롱이고 폭력"이라고 했다. 그 당시 이미 여성 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금감원장은 평생 1만원짜리 접대도 거부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접대성 출장을 다녀온 다른 사람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런 그가 구악(舊惡) 정치인들을 능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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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 공작'사건 주범 중 한 명이 체포 직전 소셜 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다.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 언젠가 깨끗한 얼굴을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넘들(놈들)이 뉴스 메인 장식하는 날이 올 것이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쓰며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활동해 온 그가 현 여권(與圈)을 겨냥해 한 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의식한 듯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디 구덩이라도 파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고 썼다.

▶'소명(召命)으로서의 정치'를 집필한 막스 베버는 상대방을 부도덕하게 보이게 해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를 하수(下手) 중의 하수로 보았다. 도덕주의를 강조하는 정치는 정작 자신이 부도덕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한국 좌파는 유난히 도덕성을 내세워 왔다. 세상을 선악(善惡) 이분법으로 나누고 자신들은 선한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논문 표절한 사람이 다른 사람 표절을 비난하고, 아파트 두 채 갖고 다른 사람에게 집 팔라고 하고, 제 자식은 특목고 보내고 다른 사람은 못 가게 하고, 남들은 블랙리스트로 감옥 가는데 자신들도 같은 일을 하고…. 이 내로남불에 대한 실토가 내부로부터 나왔다.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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