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에서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자연히 전쟁 후 최빈국이던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데 대한 관심도 높다. 한 달도 남지 않은 터키 대선 정국에서도 한국이 화제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무하렘 인제 후보가 ‘한국 모델’을 터키의 발전 모델로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유세마다 “터키가 베네수엘라처럼 되려는가, 한국처럼 되려는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는 ‘한국 논쟁’으로 번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친이슬람 성향의 정의개발당은 ‘한국 모델=미국 추종’으로 규정했다. 한 친여 매체는 “한국은 미국의 점령 아래 있는 나라”라며 그 근거로 서울의 중심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걸고넘어졌다. 다른 유력 일간지 칼럼니스트도 “째진 눈의 아시아인을 통해 팝송을 들려주는 게 서양의 전략”이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이들의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에 대한 얄팍한 이해에 실소가 나올 따름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타국의 사정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여 찧고 까부는 일이 먼 나라 얘기만도 아니다. 지난해 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 이유를 놓고 탈원전 정책 불만 무마용, 왕가 비자금 마찰설 등 갖가지 ‘설(說)’이 쏟아진 게 대표적이다. 당시 한 UAE 교민이 필자에게 “한국 참 웃기는 동네”라는 현지 분위기를 이메일로 보내온 게 기억난다.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