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6 03:01
국내 첫 칸트 全集 내년 완간
독일 철학자 이매뉴얼 칸트(Kant· 1724~1804)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건 구한말 학자 이정직이 1905년 낸 '강씨(칸트)철학설대략(康氏哲學說大略)'에서였다. 그로부터 113년이 지난 올해 '칸트 전집(全集)'의 첫 한국어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칸트학회 소속 철학자 34명이 칸트의 저작 대부분을 번역해 내년 가을까지 16권을 내놓는다. 지난 4일 전집 1차분으로 '도덕형이상학' 등 세 권이 출간됐다.
'전집'이 한 사회의 지적·문화적 역량을 대변하는 지식의 산물이란 점에서, 칸트처럼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대(大)사상가의 전집 출간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20~1930년대 이와나미(岩波) 서점에서 18권짜리 '칸트 저작집'이 나왔고, 1965년엔 리소샤(理想社)에서 '칸트 전집'(18권)이, 2000~2006년엔 새로 번역된 이와나미판 '칸트 전집'(22권)이 출간됐다. 서양철학자 박은진 전 서원대 교수는 "한·일 두 나라의 인문학 수준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양철학의 거대한 호수라는 평을 받는 '칸트 전집'이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매우 반갑고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앞으로 출간될 책 중 '비판기 이전 저작'의 대부분, '비판기 저작'의 일부,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논리학' '서한집' '윤리학 강의'는 국내 초역이다. 칸트 저작에서 단 한 권 '자연지리학'만은 제외됐는데, 번역본을 출간하는 한길사 김언호 대표이사는 "지리학 전공자를 따로 섭외해 '자연지리학'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으로 출간될 책 중 '비판기 이전 저작'의 대부분, '비판기 저작'의 일부,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논리학' '서한집' '윤리학 강의'는 국내 초역이다. 칸트 저작에서 단 한 권 '자연지리학'만은 제외됐는데, 번역본을 출간하는 한길사 김언호 대표이사는 "지리학 전공자를 따로 섭외해 '자연지리학'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칸트의 원전은 번역본이 16종이나 나온 '순수이성비판' 등 유명 저작 중심이었고, 책마다 용어가 다르거나 직역투의 번역이 많아 독자에게 혼란을 줬다. 칸트학회 회원인 최소인 영남대 교수는 "기존 연구 성과를 최대한 반영하고 용어를 통일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여러 학자가 초벌 원고를 함께 읽고 토론 끝에 최종 번역문을 만드는 '집단지성형(型) 번역'이다.
바로 그 원칙 때문에 골머리도 앓았다. 역자 34명은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한데, 나이 든 쪽은 고(故) 최재희 교수, 젊은 쪽은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의 번역에 익숙해 의견이 어긋나는 일이 잦았다. 용어 하나하나가 학자적 자존심과 직결되니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충진 한국칸트학회장(한성대 교수)은 "내가 번역한 원고가 새빨갛게 밑줄 쳐진 채로 돌아오니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 털어놨다.
칸트 철학의 주요 용어 중 예전에 '오성(悟性)'으로 번역됐던 '페어슈탄트(Verstand)'는 최근 들어 '지성(知性)'으로 정착돼 큰 문제가 없었지만,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과 '아프리오리(a priori)'의 번역을 둘러싸고는 두 차례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결국 앞 단어는 '선험적(先驗的)'으로, '경험으로부터 독립된'이란 의미인 뒷단어는 그냥 '아프리오리'로 쓰기로 했다.
돈 되는 일도 아니 고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 배우자에게 타박 받기 딱 좋은 탓에 "집에서는 몰래 번역했다"는 학자도 있다. 김재호 서울대 교수는 "교정 보고 고치는 데 시간이 더 들어 주말을 거의 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역자들은 "앞으로 국내에서 출간될 칸트 관련 책은 이 전집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정본(定本)을 만든다는 책임감을 비쳤다.
바로 그 원칙 때문에 골머리도 앓았다. 역자 34명은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한데, 나이 든 쪽은 고(故) 최재희 교수, 젊은 쪽은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의 번역에 익숙해 의견이 어긋나는 일이 잦았다. 용어 하나하나가 학자적 자존심과 직결되니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충진 한국칸트학회장(한성대 교수)은 "내가 번역한 원고가 새빨갛게 밑줄 쳐진 채로 돌아오니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 털어놨다.
칸트 철학의 주요 용어 중 예전에 '오성(悟性)'으로 번역됐던 '페어슈탄트(Verstand)'는 최근 들어 '지성(知性)'으로 정착돼 큰 문제가 없었지만,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과 '아프리오리(a priori)'의 번역을 둘러싸고는 두 차례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결국 앞 단어는 '선험적(先驗的)'으로, '경험으로부터 독립된'이란 의미인 뒷단어는 그냥 '아프리오리'로 쓰기로 했다.
돈 되는 일도 아니 고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 배우자에게 타박 받기 딱 좋은 탓에 "집에서는 몰래 번역했다"는 학자도 있다. 김재호 서울대 교수는 "교정 보고 고치는 데 시간이 더 들어 주말을 거의 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역자들은 "앞으로 국내에서 출간될 칸트 관련 책은 이 전집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정본(定本)을 만든다는 책임감을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