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왜 포퓰리즘 정당 득세하나
'하나의 유럽'을 꿈꾸는 유럽연합(EU)의 모태는 유럽경제공동체(EEC)이다. 이 EEC를 창설한 로마조약(1957년)이 체결된 이탈리아 로마에선 이달 1일, '탈(脫)유럽연합'을 내건 극좌·극우 포퓰리즘 2개 정당의 연립정권(연정)이 들어섰다.
같은 날, 스페인 사회당은 제3당인 극좌 포퓰리즘 정당 포데모스의 도움으로 집권 국민당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고 집권했다. 슬로베니아의 이달 3일 총선에선 '슬로베니아 퍼스트'를 외치는 극우 정당이 25%로 1위였다. 체코의 작년 10월 총선·1월 대선, 헝가리의 4월 총선의 승자(勝者)는 모두 포퓰리즘 정당이었다.
◇5개국 집권…16개국에서 聯政 참여 중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1년 반 동안, EU 28개 회원국에서 이뤄진 각종 선거에서 포퓰리즘을 표방한 정당은 22개국에서 약진하거나 승리했다. 포퓰리즘 정당은 이탈리아·그리스·체코·헝가리·폴란드 등 5개국에선 정권을 잡았고, 이들을 포함한 16개국에선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선두주자는 2015년 단독 정권으로 집권에 성공한 그리스의 극좌 포퓰리즘 정당 '시리자'이다. 이어 2016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찬성 가결로 동력을 확보했고 작년 9월 독일과 노르웨이 총선에선 각각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진보당'이 제3당으로 도약했다. 10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선 자유당(FPO)이 최초로 연정 참여에 성공했다. 모두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작년 5월 프랑스 대선에서 '강력한 중도'를 내세운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긴 것은 순간적인 예외였을 뿐이다.
EU 내 포퓰리즘을 선호하는 지지도(支持度)는 2000년 8.5%대에서 지난해 24.1%로 16년 새 3배 가까이 뛰었다. 2007~2010년 유럽 경제 침체기를 넘기면 포퓰리즘이 수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은 착각으로 판명 난 것이다.
◇自國 최우선주의·엘리트 배격
포퓰리즘(Populism) 정당은 사회를 '선량한 시민 대(對) 자기 이익만 챙기는 엘리트 기득권층'으로 나누고 대중 최우선주의를 내세운다. 또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같이 시민의 목소리를 곧바로 반영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사법부 독립이나 기성의 언론 자유 등은 중시하지 않는다.
'이건 우리나라다'(프랑스 우파 포퓰리즘 '국민전선') '영국의 통제권을 되찾자'(브렉시트 지지자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대통령)처럼 유럽연합 같은 국제주의를 외면하고 국가와 민족, 즉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다.
롤런드 프러이덴슈타인 '윌프라이드 마르텐스 유럽학센터' 정책국장은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번지는 것은 ▲경제 상황 악화 ▲외부 난민 대량 유입에 따른 문화적 정체성 혼란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동적 구호 확산 등 세 가지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2차 대전 후 교차 집권하던 중도 및 좌·우파 정당들과 난민 유입·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권자들 사이에 괴리감이 커졌고 그 빈 공간을 포퓰리즘 정당이 메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