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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 지금 설쳐대는 '정의'의 시세 얼마나 오래갈까"

이강기 2018. 7. 25. 13:29

"적폐 청산? 지금 설쳐대는 '정의'의 시세 얼마나 오래갈까"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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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25 03:01

    소설 '이 세상 만세' 펴낸 김원우, 포퓰리즘 난무하는 현시대 풍자

    "도대체 '적폐'의 정의가 무엇인가….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쁜 제도'로 이 땅의 곳곳에서 뻔뻔스러운 기득권을 행사해대는, 마구 악취를 풍기며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오물더미가 아닐까. 그런데 그 똥밭을 우리는 피해 다녔으니 청정 지역에서 자란 무공해 식품이나 다름없다고? 그래서 스스로 집권 세력으로서의 청소부 노릇을 자청했다고?… 세칭 이 '씨 말리기' 폭죽놀이를 서민들은 어떤 심중으로 감상하란 말인가… 지금 설쳐대는 '정의'의 시세가 과연 얼마나 오래도록 제값을 유지하며 이어질까."

    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김원우(71)씨가 최근 풍자소설 '이 세상 만세'를 냈다. 김씨는 본지 통화에서 "소설의 형태를 빌린 시론(時論)이기에 소설 속 화자는 가상 인물이되 '나 자신'"이라며 "표피적 감상에 치우친 소설 말고 과감한 발언을 통해 본질의 고찰에서 동떨어진 한국 사회의 통렬한 반성을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책 소개 문구는 "거짓과 모순 그리고 포퓰리즘과 '정의'가 백주에 난무하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이 풍진 세상을 강타하는 풍자 장편소설"이다.

    새 풍자소설을 통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소설가 김원우.
    새 풍자소설을 통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소설가 김원우. /장련성 객원기자
    특히 4장 '갈대의 진정'은 부제 '촛불 집회에 대한 초름한 푸념'에서 엿보이듯,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든 탄핵 정국과 촛불 집회에 대한 신랄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군중에서 '갈대'의 속성을 발견한 작가는 "그들의 한시적 집단 심성은 이해가 가는데 그것에 집단 '지성'이라는 명패를 붙일 수 있을까" 지적한 뒤, "광풍으로 또 괴물로 불어닥치는 그 여론몰이에서 어느 '갈대'인들 제 생각거리들을 옳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라고 썼다. "작금의 우리 현실은… 떼 지어 팔뚝 끄덕거리기와 구이지학(口耳之學)의 선창들이 모든 사상을 선점, 좌지우지하고 있다. 적어도 어떤 현상과 사태의 근원을 돌아보지 않는 한 그런 과시적 사회 참여와 그 의식은 위선에 값하는 만큼 신 신고 발바닥 긁기에 지나지 않는다."('작가 후기') 북핵 문제를 다루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운전석 좋아하네. 핵을 누가 갖고 노는데, 그 으름장을 만들어 준 원조가 어느 편이냐고. 무슨 운전을 해?"

    한국 문단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끼리끼리 뭉쳐서 기관지를 만들고, 그 매체에 실린 작품을 잘 봐주는 역성들기에 자족하는 현상"이다. "문학을 떼 지어 단체로 하려고 덤비는 문단 풍토"와 "서점에서 잘 팔리는 작품만이 악화로서 시장도 지배하고, 매스컴도 덩달아 그 '장사'에 활기를 보태주는 시속(時俗)"의 지적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5/20180725000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