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人類學

7만3000년전 돌조각에 # 해시태그… 인류 최초 그림 기록 깨졌다

이강기 2018. 9. 14. 10:53


7만3000년전 돌조각에 # 해시태그… 인류 최초 그림 기록 깨졌다

동아일보
입력 2018-09-14 03:00수정 2018-09-14 03:00


남아공 동굴 지층에서 발견… 기존보다 3만3000년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7만3000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돌조각. 원 안의 선이 해시태그(#) 형태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크레이그 포스터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그림이 발견됐다. 약 7만30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으로, 기존에 알려져 있던 가장 오래된 그림보다 최소 3만3000년 앞선다.

크리스토퍼 헨실우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진화학연구소 교수팀은 2011년 남아프리카 남부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된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규산질 돌(실크리트) 조각의 무늬를 연구해, 현생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학술지 ‘네이처’ 12일자에 발표했다.

이 돌에는 붉은 황토(오커)로 여섯 개의 붉은 평행선과, 이와 각도가 다른 세 개의 평행선이 그려져 있었다. 선의 굵기는 1∼3mm로 매우 가늘었고, 일부 선은 서로 교차해 해시태그(#) 무늬를 이뤘다.  

연구팀은 우선 돌이 출토된 지층의 연대를 측정해 이 그림이 7만3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까지는 현생인류의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12년 스페인 남부 엘 카스티요 지역과 2014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3만9000∼4만 년 전 작품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이 그림이 자연 상태에서 우연히 그려졌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돌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실험했다. 마치 크레용을 쓰듯 황토 덩어리의 모서리를 돌에 문지르거나, 황토를 갈아 물에 푼 뒤 개어 붓을 이용해 칠해봤다. 그 뒤 각각의 방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화학 성분을 분석해 실제 발굴된 그림과 비교했다.  

그 결과, 7만3000년 전 그림은 사람이 황토 덩어리를 쥔 채 모서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그린 그림과 가장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기 인류가 의도를 갖고 도구(황토 크레용)로 그린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번 발견으로 인류가 처음 추상적인 생각을 표현한 시점이 기존보다 크게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헨실우드 교수는 “인류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부터 상징을 만들고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