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7만3000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돌조각. 원 안의 선이 해시태그(#) 형태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크레이그 포스터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동굴에서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그림이 발견됐다. 약 7만30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으로, 기존에 알려져 있던 가장 오래된 그림보다 최소 3만3000년 앞선다.
크리스토퍼 헨실우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진화학연구소 교수팀은 2011년 남아프리카 남부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된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규산질 돌(실크리트) 조각의 무늬를 연구해, 현생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학술지 ‘네이처’ 12일자에 발표했다.
이 돌에는 붉은 황토(오커)로 여섯 개의 붉은 평행선과, 이와 각도가 다른 세 개의 평행선이 그려져 있었다. 선의 굵기는 1∼3mm로 매우 가늘었고, 일부 선은 서로 교차해 해시태그(#) 무늬를 이뤘다.
연구팀은 우선 돌이 출토된 지층의 연대를 측정해 이 그림이 7만3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까지는 현생인류의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12년 스페인 남부 엘 카스티요 지역과 2014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3만9000∼4만 년 전 작품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이 그림이 자연 상태에서 우연히 그려졌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돌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실험했다. 마치 크레용을 쓰듯 황토 덩어리의 모서리를 돌에 문지르거나, 황토를 갈아 물에 푼 뒤 개어 붓을 이용해 칠해봤다. 그 뒤 각각의 방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화학 성분을 분석해 실제 발굴된 그림과 비교했다.
그 결과, 7만3000년 전 그림은 사람이 황토 덩어리를 쥔 채 모서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그린 그림과 가장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기 인류가 의도를 갖고 도구(황토 크레용)로 그린 작품이라는 뜻이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