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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들처럼 네 쌍둥이가 저만 졸졸졸졸… 어찌나 귀여운지 힘든 건 싹 잊어버려요

이강기 2018. 12. 13. 20:41

오리들처럼 네 쌍둥이가 저만 졸졸졸졸… 어찌나 귀여운지 힘든 건 싹 잊어버려요


조선일보

정리=손호영 기자

    입력 2018.12.13 03:35

[아이가 행복입니다] 다섯 남매 키우는 민보라씨 부부

작년 이맘때 아들 셋에 딸 하나의 이란성(二卵性) 네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그 애들이 벌써 돌이 돼서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에서 돌잔치를 했습니다. 저는 국립중앙의료원에 근무하는 서른네 살 간호사이고, 남편은 삼성SDI에 근무하는 한 살 연상 회사원입니다. 동료와 선후배들이 축하 메시지와 사진을 담아 24쪽짜리 '메시지 북'을 만들어 선물해 주셨습니다. "진정한 애국자이십니다"라는 메시지에 웃었습니다.

둘째 가지려다 5남매 되다

저는 작년 5월에 네 쌍둥이를 자연임신했습니다. 한 주마다 한 명씩 더 발견했는데, 처음 쌍둥이라고 할 때는 기쁘고, 세 쌍둥이라고 하니까 두렵고, 네 쌍둥이라니까 차라리 마음이 안정되며 '이러다 다섯 쌍둥이까지 가는 거 아니냐' 하고 부부가 웃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겐 서하(4)라는 첫딸이 있습니다. 동생 만들어주고 싶어 동생을 가졌는데, 5남매 키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임신 기간은 쉽지 않았습니다. 네 아이를 품은 배 때문에 숨이 차서 매일 새벽 거실에 앉아서 잠들었습니다. 날이 밝아 오는 걸 보며 배 속의 아이들에게 "오늘도 좁은 곳에서 답답했을 텐데 잘 견뎌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이곤 했습니다.

병원에서 조심스레 "너무 힘드시면 선택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망설임 없이 다 낳겠다고 결정했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일하면서 조산아가 건강하게 자라는 케이스를 많이 봐 두렵지 않았습니다. 첫딸 서하도 튼튼하게 잘 자라줬고요. 혹시나 '쌍둥이가 아프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낳고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한 살 차이 정형규·민보라씨 부부는 네 살짜리 첫딸(맨 왼쪽)에게 동생을 만들어주려다 작년 5월 네 쌍둥이를 자연임신했다.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한 살 차이 정형규·민보라씨 부부는 네 살짜리 첫딸(맨 왼쪽)에게 동생을 만들어주려다 작년 5월 네 쌍둥이를 자연임신했다.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민보라씨 제공
33주 6일 만에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우렁찬 울음소리를 네 번 들으니 잘 버텨준 아이들에게 고맙기만 하더군요. 2주 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지내다 누구 하나 아픈 아이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첫째 키울 때도 너무 예쁘고 귀여웠는데, 5남매를 키워보니 첫째 때 놓치고 지나간 게 많았습니다. 첫째에게 "동생 한 명이 좋아, 네 명이 좋아?" 물으니 "네 명이 좋아" 하네요.

아기 오리처럼 졸졸

아이들이 100일도 채 안 됐을 때, 깜빡 잠들었다 깼더니 거실 바닥이었습니다. '내가 왜 바닥에서 자고 있지?' 하고 고개를 돌리니 네 아이가 쭉 누워 있었습니다. '내가 낳은 아기들인가? 맞다, 나 아기 낳았지'라고 그제야 생각했습니다. 아이 낳은 것도 깜빡할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아이들이 미숙아라 젖병 빠는 힘이 약해 한 명에게 우유 먹이려면 30분 걸렸습니다. 네 명이 각자 2시간마다 우유를 찾으니, 한 바퀴 돌고 나면 바로 다음 라운드였지요.

네 쌍둥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니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습니다. 아이 하나를 씻기려고 화장실에 안고 가면 나머지 세 명이 구름처럼 몰려와 화장실 앞에서 울었거든요. 주방에서 이유식을 만들면 주방 쪽으로 죄다 몰려오고요. 감기약 먹이는 것도 큰일입니다. 누구는 열 나고 누구는 소리가 안 좋고…. 약이 다 다르니까요.

이제 네 쌍둥이는 급하면 기어 다니고 평소엔 걸어 다닙니다. 어른처럼 연속해서 10시간씩 잠도 잡니다. 엄마가 잠깐만 시선을 돌려도 자기들끼리 장난감 바구니를 가져다 늘어놓고, 휴지를 죄다 뽑아놓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예쁜 짓 하니까 초기 고생이 생각이 안 납니다. 아기 오리들처럼 부모를 졸졸 따라오는 것도 너무 귀엽습니다. 한 명이 해도 귀여운데 네 명이 그러거든요. 우는 것도 같이 울긴 합니다.

아이들이 하루에 분유 한 통씩 비웠습니다. 1년간 기저귀를 1만 장 이상 쓴 거 같습니다. 이유식에 넣는 소고기값만 일주일에 12만원인데 애들이 삼시 세끼 맛나게 먹습니다. 첫아이 키울 때만 해도 '총각'처럼 살던 남편이 지금은 넷 다 맡기고 저 혼자 외출해도 될 만큼 육아의 달인이 됐습니다.

정 어머니가 너무 고맙습니다. 생후 5개월까지는 저희 집에 함께 사셨고, 지금은 오전 8시에 오셔서 오후 8시까지 봐주십니다. 엄마 고생시켜 미안한 마음인데, 엄마는 "하루만 안 봐도 그만큼 자라있어 아쉽다"고 하시네요. 아이들 낳고 기르며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아, 네 쌍둥이 이름에 '베풀 시(施)' 자를 모두 넣었습니다. 베푸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3/20181213003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