考古學, 人類學

가야 고분, 1500년전 여름밤의 은하수와 별자리 쏟아졌다

이강기 2018. 12. 19. 10:13

가야 고분, 1500년전 여름밤의 은하수와 별자리 쏟아졌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18.12.19 03:01

    경남 함안군 아라가야 고분서 가야의 별자리 처음 발굴
    길이 2m, 너비 80㎝, 두께 25㎝ 덮개돌 아랫면에 125개 구멍

    하늘을 가득 덮은 은하수, 그 안에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별자리가 선명했다. 1500년 전 아라가야의 왕은 무덤에 누워 하늘의 별이 선연히 새겨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야의 별자리'가 처음으로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경남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인 경남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936번지 '함안 말이산 13호분'(사적 515호)에서 네 벽에 붉은 물감을 바른 구덩식 돌덧널(석곽) 무덤을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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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함안의 말이산 13호분 덮개돌의 성혈(별 구멍). 가야 지역에서 여름 밤에 보이는 별자리를 표현한 것으로, 궁수자리와 전갈자리가 보인다. 궁수자리에는 동양 천문사상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남두육성이 있다. 아래 사진은 18일 현장 설명회가 열린 말이산 13호분의 모습. /문화재청·연합뉴스
    이 무덤의 덮개돌은 길이 2m, 너비 80㎝, 두께 25㎝였다. 덮개돌 아랫면에는 구멍이 125개나 뚫려 있었다. 그 구멍은 밤하늘의 별자리와 일치하는 성혈(星穴), 즉 돌의 표면에 구멍을 내 별을 표현한 것이었다. 옛 가야의 여름 밤하늘을 밝히던 천문도가 거기 있었다. 그저 무심히 뚫은 구멍이 아니라, 구멍마다 크기와 깊이가 달랐다. 조사단은 "제각각 다른 별의 밝기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짜임새 있게 별자리를 새긴 면은 무덤의 주인공이 안치된 돌덧널 한가운데 배치했다. 무덤을 만들 당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 고대의 별자리는 청동기시대 암각화에서부터 나타나며, 무덤 속 별자리는 각저총·무용총 같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보인다. 고령 지산동 30호분처럼 고분의 덮개돌 윗면에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이 경우는 청동기시대 암각화를 덮개돌로 재사용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별자리 덮개돌'로 조성된 무덤으로는 말이산 13호분이 첫 발견이 된다.

    누구의 무덤이기에 이렇게 만들었을까. 최경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궁수자리의 일부인 남두육성(南斗六星)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두육성은 동양 천문학에서 땅, 생명,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별로, 하늘과 죽음을 상징하는 북두칠성의 반대 개념이다. 최 단장은 또 "석관 안쪽을 칠한 붉은색은 불과 태양, 부활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13호분의 주인공은 아마도 아라가야 최전성기의 왕이었을 것이다.

    가야 연맹의 하나였던 아라가야는 경남 함안을 중심으로 한때 강력한 세력을 떨쳤던 나라로 가야와 일본의 교섭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다. 말이산 13호분은 지름 40.1m, 높이 7.5m에 이르는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으로, 이번 발굴은 1918년 야쓰이 세이이치(谷井濟一)의 소규모 조사 이후 100년 만에 이뤄졌다.

    이번에 나온 13호분의 돌덧널 역시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의 대형이며, 수습한 유물의 연대로 미뤄볼 때 5세기 후반의 것으로 보인다. 최경규 단장은 "아라가야인의 천문 사상에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9/20181219000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