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 韓美關係

重病 앓는 한·미 동맹, 모두 침묵만 할 것인가

이강기 2019. 1. 16. 22:04

[시론]

重病 앓는 한·미 동맹, 모두 침묵만 할 것인가


조선일보
  •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 입력 2019.01.16 03:13

    '脫美·通北·反日'로 동맹보다 민족 공조 앞세우는 文 정권
    미군 철수와 동맹 해체될 땐 한국은 '바람 앞의 촛불' 될 것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건양대 교수·前 통일연구원장

    한·미 동맹이 '트럼프 광풍'과 남북 합작 '민족 공조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단번에 두 배를 인상하라는 트럼프의 날벼락 요구에 비틀거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돈 문제로 동맹이 삐꺽거린다"고 분석하지만 안일하고 잘못된 진단이다. 동맹은 전부터 중병을 앓았고 분담금을 둘러싼 티격태격은 드러난 병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지식인과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고 모두 팔짱 끼고 구경하듯 하고 있다.

    동맹이 흔들리게 된 요인 중의 하나는 북한의 대미(對美)·대남(對南) 전략이다. 북한은 2017년까지 미국 본토에 핵공격 위협을 가하는 '계산된 광기(狂氣)' 게임을 벌였다. 미국민들은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북한의 핵공격 협박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지렛대로 '동맹 이완'을 꾀한 게 효력을 발한 것이다. 북한이 남쪽을 향해 외치는 '우리민족끼리' '민족 자주' '외세 배격' 등은 동맹 해체를 겨냥한 선동구호들이지만, 많은 한국 젊은이들은 이를 낭만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상업주의적 접근이 가세했다.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와 '배금(拜金)주의'를 내세우고 동맹국들을 몰아붙였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에는 고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퇴로 백악관에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성 즉흥적 정책 결정을 제어할 '어른'이 없다.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좋은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남의 나라를 위해 돈을 쓰거나 피를 흘리지 않겠다"고 하니 동맹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동맹 공조보다 민족 공조를 앞세우는 문재인 정권이다. 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 개헌안을 내놓았었고 국정원과 군의 대공(對共) 기능 축소, 성급한 종전 선언 및 평화 선언 추진, 충분한 동맹 협의를 거치지 않은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 등을 이어갔다. 남북한 정부가 합작(?)해 미국에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를 종용하기도 했다. 미국 국민은 자국의 핵심 세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불참할 만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한·일(韓日) 관계 악화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한국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래서 적지 않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탈미통북(脫美通北·미국을 벗어나 북한과 통함)을 하는 한국이 우리가 과연 지켜주어야 할 동맹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4만명의 미군이 희생된 미국의 참전 덕분에 한국은 6·25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후 동맹이 제공하는 안보 방패와 안정성 위에서 일인당 소득 3만달러라는 경제 기적이 가능했다. 동맹을 통해 받아들인 자유민주주의 사상, 시장경제 원칙, 기독교적 문화 등은 한국을 세계 유수의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45개 동맹국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는 뜻으로 한국을 '쇼윈도 케이스'라 불렀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동맹 경시(輕視)는 '지나가는 소낙비'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국민 사이에 배신감과 회의감이 확산한다면 한·미 동맹은 '회생 불능'이 될 것이다. 이제 북한의 남침 시 미군 69만명, 항공기 2000대, 함정 160척, 항모전단 5개 등이 전개된다는 연합작전계획은 소설 속 얘기이거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을 단번에 폐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머지않아 '주한 미군 감축' 얘기가 나올 가능성은 다분하며, 주한 미군의 비중과 지위, 그리고 규모를 낮추는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제2의 '애치슨 라인' 긋기가 시작되는 것이며, 당장 경제에서부터 적신호(赤信號)가 켜질 것이다. 1949년 6월 미군이 철수한 후 1년 만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1973년 미군이 떠난 지 2년 후에 남(南)베트남이 패망했다. 이런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동맹 추스르기에 나서야 한다. 우선은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북한만 바라보는 '외길 달리기'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탈미·통북·친중·반일'이라는 감상적 수정주의를 고집한다면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5/20190115033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