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시하는 거리 패션은 중장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지방시의 총괄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선보인 ‘2020 봄여름 남성복 쇼’의 영감은 한국 청년들 옷차림에서 시작됐다. 타임지의 ‘2019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뽑힌 켈러는 디자인팀을 보내 젊은이들 옷차림을 분석하고 컬렉션에 녹여냈다. 외국 디자이너들이 거리 패션을 보기 위해 서울을 찾는 일이 드물지 않다. 우리 젊은이들이 최신 트렌드 수용에 민감한 동시에 이를 발 빠르게 재해석하는 데도 탁월하다는 점이 알려진 결과다.
▷고개 뻣뻣하기로 소문난 명품 브랜드가 ‘접속’을 시도할 만큼 길거리 패션은 21세기 패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 배경으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 거론된다.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이면 이 세대가 세계의 명품시장 고객의 45%를 차지하게 된다. 이들과 소통하려면 참신한 접근 방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한국 길거리 패션이 주목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경쟁력으로 획일적 유행을 좇기보다 뚜렷한 주관으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능력이 꼽힌다. ‘남혐’이란 말이 나도는 요즘, U-20 월드컵 준우승과 더불어 한국 남성의 길거리 패션을 세계가 주목한다니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