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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는 힘이 아닌 싸울 의지를 시험한 전쟁이었다"

이강기 2019. 6. 22. 09:19

"6·25는 힘이 아닌 싸울 의지를 시험한 전쟁이었다"

조선일보
             
  • 입력 2019.06.22 03:01

6·25전쟁 참전 美 군인인 저자, 증언과 문서·신문 자료 바탕해 인천상륙작전 등 자세히 묘사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추천한 책

'이런 전쟁'
이런 전쟁|T.R.페렌바크 지음|최필영·윤상용 옮김|플래닛미디어|824쪽|3만9800원

미군은 북한군을 얕봤다. 6·25전쟁 발발 엿새가 지난 1950년 7월 1일. 일본 이타즈케 공군기지에서 미 21보병연대 1대대장 스미스 중령은 딘 사단장의 명령을 받았다. "부산에 도착하면 먼저 대전으로 향하게. 부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민군을 저지하게나." 부대 이름은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에 선발대로 보낸 400여 명 병력이었다. 이들은 북한군이 미군을 보기만 해도 줄행랑을 칠 것이라 여겼다.

결과는 참혹했다. 나흘 후인 5일 수원과 오산 사이 도로를 따라 진지를 파고 자리한 스미스 부대는 오전 7시 30분쯤 T-34 전차 30여 대가 몰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북한군 기갑부대는 미군 진지 200m까지 다가와 기관총탄을 퍼붓고 포를 쐈다. 능선을 따라 배치된 미군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스미스 중령은 후퇴를 명령했다. 이튿날 아침 휘하 병력은 185명만 남았다. "전력을 과시해 겁을 줘 진격을 저지한다는 오만한 구상으로 운용된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는 인민군을 정확하게 7시간 동안 지연시켰다."(141쪽)

6·25전쟁은 전쟁에 대한 미비(未備), 전쟁 상황에 대한 오판(誤判), 3차 세계대전 확전에 대한 공포(恐怖)가 만든 기묘한 전쟁이었다고 저자 시어도어 페렌바크(1925~2013)는 지적한다. 6·25 당시 미군의 기강과 훈련 상태는 최악 수준이었다. 2차 대전 종전 후 미국 여론은 군대에서도 가정 생활 같은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했다. 의회 의원들은 병사들의 군기를 잡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주둔 미 병사들은 대부분 개인 구두닦이 소년과 현지 애인을 두고 있었다. 스미스 부대에는 소총 조립을 할 줄 몰라 전투에서 총을 쏘지 못한 병사도 많았다.

6·25전쟁에 피란을 떠난 가족.
6·25전쟁에 피란을 떠난 가족. 어린아이들을 손수레에 태우고 길을 걷고 있다. 1·4 후퇴 직후인 1951년 1월 5일 사진이다. /국사편찬위원회
미국 정부 대응은 안이했다. 북한군이 침략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지만 대충 무시했다. 전쟁 발발 후엔 중공군이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다. 소련과 전면전으로 확전될까 두려워 38선 정도에서 공산군을 봉쇄하며 더 이상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한국전쟁은 힘을 시험한 전쟁이 아니라 의지를 시험한 전쟁이다. 미국이 마주했던 큰 시험이란 미국의 지도자들이 광적인 폭력에 무릎을 꿇는 대신 질서정연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싸울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었다"(8~9쪽)면서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는 국가 정책에서 전쟁을 포기해야 한다.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국민은 정신적으로 항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801쪽)고 일갈한다. 저자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6·25)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발발했더라도 신속하게 종료되었을 것"(215쪽)이라고 했다.

저자는 6·25전쟁 참전 군인이다. 미 2사단 72전차대대 지휘관으로 참전해 중령까지 진급했다. 하지만 800쪽 넘는 이 책에서 자신의 참전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참전 군인의 증언, 작전 문서, 신문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전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자세히 묘사한다. 낙동강 방어선 사수,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유엔군의 북진, 중공군 개입,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지평리 전투와 정전 회담 등에 대한 서술은 지금 눈에서 벌어지는 듯하다. 지휘부 오판에도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56년 전인 1963년 나온 책이지만 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지휘참모대학이 필독서로 지정할 정도로 6·25 전쟁사를 다룬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미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추천했다. 원제 'This Kind Of War'.


[내년 6·25전쟁 70주년… 관련 서적 출간 잇따라]

1953년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가 춘천 시내에서 포즈를 취했다.
1953년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가 춘천 시내에서 포즈를 취했다. /눈빛출판사
내년은 6·25전쟁 70주년이다. 다음 주 6·25를 앞두고 관련 책이 여럿 출간됐다. '잊혀진 전쟁의 기억'(문예출판사)은 6·25전쟁을 소재로 한 미국 소설 70여 권을 분석한 연구서다. 알지도 못했던 동양의 작은 나라 전쟁에 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는지 참전 군인 출신 작가와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한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기파랑)은 주요 쟁점과 전투 상황을 26개 항목으로 나눠 전문가들이 각각 5쪽 내외 짧은 글로 정리했다. '헬로 코리아'(눈빛)는 1953~54년 강원도 화천 지역에 주둔했던 미군 루퍼트 넬슨(88)씨가 휴전 무렵 찍은 사진을 모은 사진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2/20190622000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