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억화소 넘는 이미지센서… 모바일로 초고화질 촬영 가능
SK하이닉스, 업계 최고속 D램… 데이터 처리 속도 50% 더 빨라
삼성전자는 12일 세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의 스마트폰 이미지센서를 선보였고,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속도의 D램 개발을 발표했다. 아직 일본 IT 업계가 하지 못한 일들이다. 최근 세계 IT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기 하락,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은 꾸준한 기술 개발로 선전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반도체 등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일본에 뒤처지지만, 완성품 분야에서는 혁신 기술을 내세워 일본 기업들을 이미 앞질렀거나 본격적으로 추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보적 기술력 내세운 삼성·SK
삼성전자는 이날 "1억800만 화소의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6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공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화소 수가 1.6배나 증가한 제품을 새로 들고나온 것이다. 이미지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또렷한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반도체다. 화소 수가 높을수록 보다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0.8㎛(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픽셀을 1억800만개 담으며 처음 1억 화소의 벽을 넘었다. 4개의 픽셀을 하나의 픽셀처럼 활용하는 기술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밝고 선명한 고화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억 화소 이상이면 기존 스마트폰으로 담지 못했던 UHD(초고화질)급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1위 일본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4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후속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는 기술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메모리 사업을 하지 않는 소니에 비해 삼성전자의 잠재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업계 최고 속도의 고(高)대역폭 메모리 'HBM2E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D램을 출시한 후, 6년 만에 또 세계 최고 성능의 고대역폭 메모리를 시장에 내놓은 것. HBM2E는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50% 높인 차세대 D램 제품이다. 1초에 풀HD급 영화 124편 분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HBM사업전략 전준현 담당(전무급)은 "HBM2E 시장이 열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해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특허 등록 '톱 10'서도 日 앞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특허 경쟁에서도 일본 기업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지식재산권자협회(IPO)가 발표한 '2018 미국 특허 등록 상위 300대 기업·기관' 명단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꾸준히 상위 10위에 2~3곳의 기업을 올렸던 일본은 이번에 캐논(3위·3206건) 한 곳만 남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5836건의 특허를 등록해 2007년부터 12년 연속 2위 자리를 지켰다. 1위는 미국 IBM(9088건)이다. LG전자는 7위(2473건)에 올랐다. 이 밖에 삼성디스플레이(17위), 현대자동차(22위), SK하이닉스(45위), LG디스플레이(53위), LG화학(61위), LG이노텍(87위)도 1
00위 안에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특허 등록 순위가 반드시 기업의 기술력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한국 기업 순위가 오르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하향 추세로 테크 분야에서 전세가 역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만큼은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어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