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동상 다시 등장… 전역서 추모행사 잇달아
경제난에 소련의 영광 추억
국민 70% "功이 過보다 많다"
일각선 "독재자 추모 안될 일"
오는 21일 스탈린 생일 140주년을 앞두고 러시아 전역에서 스탈린과 소련 시절을 추억하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스탈린이 한때 유형 생활을 했던 러시아 내륙 도시 솔비체고드스크에선 지난 14일 스탈린 통치의 성과를 다룬 강연회가 열렸다. 행사장에서 초등학생들의 '작은 10월당' 가입식이 열리기도 했다. 작은 10월당은 현재 러시아 공산당 산하 유소년 조직으로, 소련 시절엔 회원수가 수백만에 달했다. 21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스탈린 기념 유료 학술 세미나는 460여 전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폭정(暴政)의 상징이었던 스탈린을추모하는 바람이 부는 것은 유가 하락과 서방 제재로 경제난에 처한 러시아 국민이 과거 소련의 영광을 희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러시아의 대표적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가 실시한 전국 설문에서 러시아 국민 70%가 스탈린의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해 "공이 과보다 많다"고 응답했다. 역대 최대치였다. '스탈린에 대한 감정'을 묻자 조사 대상자의 41%가 '존경'이라고 답했다. '공포'라고 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의사이자 행동심리 전문가인 발류이스키씨는 현지 언론에 "(러시아인들은 서방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함을 느꼈던 소련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유가(油價)가 7~8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러시아인의 방어적 심리에 기여했다. 레바다는 "현재 경제 상황에 실망한 국민이 마치 후견인처럼 국민을 돌봐줬던 소련 정부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스탈린을 옹호하며 국민의 반(反)서방 정서를 부추기는 데 자주 동원한다. 푸틴은 지난 2017년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 인터뷰에서 "스탈린을 지나치게 악마화하는 것은 소련과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스탈린은 시대의 산물"이라면서 그를 나폴레옹에 비교하기도 한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의 친(親)스탈린 발언을 두고 "스탈린의 명성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방어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모든 러시아 국민이
스탈린과 소련에 대한 향수에 젖은 것은 아니다. 최근 러시아 서남부 지역 보로네시에서 스탈린 생일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홍보되자, 온라인에서 "독재자 스탈린이 공개 추모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만난 세르게이(37)씨는 "억압적 체제인 소련이 붕괴한 것은 당연한데도, 사람들이 역사의 교훈을 점점 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