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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WP·FT·가디언·르 피가로… 100년 신문의 DNA는 신뢰였다

이강기 2020. 3. 4. 08:42
특집

    NYT·WP·FT·가디언·르 피가로… 100년 신문의 DNA는 신뢰였다

      입력 2020.03.04 03:16

    [조선일보 100년 / 세계의 100년 신문들]
    더 타임스·르 피가로, 기업에 인수됐지만 객관적 보도

    [미국]

    뉴욕타임스 온라인 부문 유료 구독 350만명으로 급증

    WP, 첨단 콘텐츠 시스템 구축… 디지털 뉴스 서비스 대혁신


    1851년 창간한 뉴욕타임스(NYT)를 온라인 형태로만 받아 보는 유료 구독자는 지난해 말 현재 350만명이다. 전년보다 100만명 이상 늘었다. 종이 신문으로 받아보는 구독자 수(170만명)를 압도한다. NYT는 지난 한 해 온라인 부문에서 8억달러(약 9500억원) 수익을 올렸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 광고가 아닌 구독료 수입이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 실행 이후 9년 만에 거둔 결과다. NYT는 2025년까지 디지털 유료 독자 100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전통 신문 산업의 침체가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감안하면, NYT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 내에서 없어진 일간지만 100개 이상이다. 2000년대 초반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달했던 미국 신문 광고 규모도 2010년대에는 56억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하지만 돈을 주고 온라인 뉴스를 구입해 보는 풍토는 뉴스의 혁신을 이끌어 냈고, 뉴스의 혁신은 저널리즘을 풍성하게 했다. 미국의 '100년 신문'들은 도전이자 활로인 온라인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1877년 창간한 또 다른 100년 신문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신문 온라인 혁신의 실험장이다. 2013년 WP를 인수한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이듬해 콘텐츠 관리 시스템인 '아크(ARC)'를 도입했다. 신문 제작은 물론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이뤄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인터넷과 모바일, 소셜미디어에 쉽고 빠르게 제작·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WP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스콧 길레스피는 "올림픽 금메달 집계 현황 등과 같은 단순 뉴스를 처리하는 실시간 속보 인공지능(AI) 헬리오그래프를 도입해 기자들이 좀 더 깊이 있는 심층 보도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100년 신문의 기술 혁신과 차별화된 콘텐츠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1889년 창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기업인 다우존스 기사를 매일 1000건 넘게 온라인에 제공하고, 차별화된 기업·브랜드·금융 관련 뉴스로 온라인 구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WSJ는 업무 개선 전문가를 영입해 뉴스룸의 각 영역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기사가 나오기까지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했다. 뉴스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약 10명의 손을 거쳐야 하는 과정을 4명으로 줄이는 혁신으로 속도감을 높였다.

    NYT 역시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기사, 시각적인 요소가 강조된 기사를 적극 발굴했다. 하지만 NYT의 온라인 우선 전략이 전통적인 신문을 아예 버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온라인을 강조하되 신문과 온라인을 연계시켜 시너지를 노린다는 것이 장기 전략이다. NYT의 마크 톰프슨 CEO는 "NYT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대개 온라인 구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문과 온라인 독자를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신문과 온라인 독자를 연결하는 시도 중 하나가 온라인에서 신문과 같은 편집 형태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투데이스 페이퍼(Today's Paper)' 앱이다. NYT 신문의 활자, 레이아웃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 재현해 낸 것이다. NYT의 스페셜 프로젝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쿨라가는 "NYT가 100년 넘게 지향해 온 '종이 신문에 맞는 뉴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라는 가치를 기술을 통해 온라인에서 구현했다"고 했다.

    다양한 콘텐츠가 난무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100년 신문들이 선전하는 데는 혁신도 있지만 그 바탕엔 무엇보다 사실 보도에 충실한 DNA가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 학자들은 말한다. 그런 원칙에 충실한 보도로 신뢰를 쌓아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

    모기업 관련 기사 게재할 땐 "소유주입니다" 문구 표기도


    유럽의 '100년 신문'들은 대부분 기업 소유다. 하지만 '100년 신문'이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신뢰는 여전하다.

    1826년 창간해 '200년 신문'에 가까워진 프랑스의 르 피가로가 대표적이다. 우파 중산층을 대변하는 르 피가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노선을 지지하면서도 그의 소통 부족을 매섭게 비판한다. 한동안 경영난을 겪었던 르 피가로는 2004년 군수 업체 다소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자본에 편집권이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그룹에 대해 보도할 때는 반드시 '다소그룹은 르 피가로의 소유주입니다'라는 문구를 기사에 별도 표기한다. 베르트랑 드 생 뱅상 부국장은 "신문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야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했다.

    1785년 창간한 '더 타임스'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하고 있지만 머독의 입김이 지면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더 타임스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의 에마 터커 편집장은 "중도 우파 신문이지만 사회문제에서는 진보적 입장을 취하며 넓은 스펙트럼을 유지하는 것이 신뢰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5년 니혼게이자이가 주축인 닛케이그룹에 인수될 때 '일본 자본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예전의 권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시노자키 겐타 니혼게이자이 런던 특파원은 "함께 일하는 FT 기자들에게 사실에 충실하고 깊이를 추구해야 신문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발행하는 세계 최고(最古) 신문은 1645년 창간한 스웨덴의 '오르디나리 포스트 티덴데르'다. 이 신문은 종이 발행은 2007년 접었지만 온라인으로는 계속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어 신문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위스의 '푀이유 다비 드 뇌샤텔'(1738년 창간)은 뇌샤텔 지역에 대한 충실한 지역 정보를 무기로 282년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아사히 신문, 발행부수 800만·550만부

    데이터 분석 기사에 주력… 잠재적·구조적 문제 파헤쳐

    일본의 4대 중앙일간지는 모두 '100년 신문'이다. 메이지(明治)유신을 계기로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1872년 마이니치신문이 창간됐다. 요미우리신문(1874년), 니혼게이자이신문(1876년), 아사히 신문(1879년)이 뒤를 이었다.

    일본 신문협회가 지난 1월 공개한 전체 신문 발행 부수는 3781만부. 이 중 요미우리신문이 약 800만부, 아사히신문이 약 550만부를 차지하고 있다. 4대 일간지는 매년 발행 부수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일본의 100년 신문은 속보(速報)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현상에 메스를 들이대 신문에 대한 신뢰감을 지켜가고 있다. 각종 데이터를 가공해 잠재적·구조적 문제를 파헤치는 데이터저널리즘이 그 방법으로 자주 사용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도쿄·나고야·오사카에 65세 이상 고령자가 사는 주택이 300만채 이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기획기사로 고령화 사회의 심각성을 알렸다. 마이니치는 올해 미·일 신(新)안보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당시의 미공개 문서들을 파고들어 불평등했던 미·일(美日) 관계를 재조명했다.

    '지방 밀착'도 일본의 100년 신문 명성이 유지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4대 일간지는 대부분 광역 지자체에 지국을 두고 젊은 기자들을 파견해 이들이 현지에서 4~5년을 근무하게 한다. 주요 일간지는 각 지역 행사를 비중 있게 보도함으로써 지방 독자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의 100년 신문들은 시대 변화에 맞춰 디지털화에도 주력하는 분위기다. 디지털화에서 가장 앞서가는 니혼게이자이는 지난달 '전자판' 유료 독자가 7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4/20200304000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