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임 제한 없앤 개헌안 통과… 푸틴, 2036년까지 집권 가능

이강기 2020. 3. 12. 08:51

연임 제한 없앤 개헌안 통과… 푸틴, 2036년까지 집권 가능


입력 2020.03.12 03:35

지금까지 당선 횟수는 0으로 설정, 2024년 대선 출마 길 열린 셈

블라디미르 푸틴
10일(현지 시각) 오전 모스크바 하원에서 대통령의 연임 제한 규정을 무력화하는 개헌안이 전격 발의됐다. 현행 헌법상 러시아 대통령은 3연임을 할 수 없어 대통령을 연임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68·사진)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런데 개헌을 통해 2024년 대선 땐 출마자의 모든 선수(選數)를 '제로(0)'로 만들어 푸틴이 다시 출마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개헌안이 발의되자 하원 의장은 "대통령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푸틴 대통령은 하원을 찾아 공개 연설로 개헌안 지지 연설을 했다. 다만 푸틴은 "헌법재판소가 개헌이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공식 판결을 내릴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고무도장(정책 등을 자동 승인한다는 의미)'처럼 개헌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연설을 마친 푸틴은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고, 그 직후 하원은 개헌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모든 게 다섯 시간 만에 군사작전처럼 벌어진 일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잘 짜인 안무 같은 소동"이라고 보도했다.

개헌안대로라면 푸틴이 두 번 더 대통령을 할 수 있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의 나이 84세까지다. 대통령·총리로만 36년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17~18세기 러시아 근대화를 이끈 표트르 대제의 집권 기간(43년)보다는 짧지만 소련 시절 스탈린 전 공산당 서기장의 집권 기간(1922~1952)보다 길다고 서구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 1월 푸틴 대통령이 처음 개헌 의사를 밝힐 때만 해도 푸틴이 종신 대통령을 노린다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 퇴임 후 상원 의장 등을 맡아 간접 통치하거나, 현재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안보회의'의 권한 강화로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였다. 일각에선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유가 급락 등 최근의 러시아의 사회 경제적 위기 상황을 틈타 푸틴이 '종신 집권'에 나선 것으로 본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푸틴의 재집권이 러시아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대며 개헌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개헌안 찬반 국민투표는 다음 달 22일 열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2/20200312002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