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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혜 기자
"트럼프가 망쳐버린 美국격 높였다"···3663억 쏜 '코로나 영웅'
빌 게이츠가 2018년 2월 미국 유명 토크 프로그램인 엘렌쇼에 출연해 '전 세계서 가장 어린 억만장자'가 됐던 30대 시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엘렌쇼]
[출처: 중앙일보] "트럼프가 망쳐버린 美국격 높였다"···3663억 쏜 '코로나 영웅'
[출처: 중앙일보] "트럼프가 망쳐버린 美국격 높였다"···3663억 쏜 '코로나 영웅'
“트럼프 대통령이 떨어뜨린 미국의 국격을 높인 남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미국인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2020년 전 세계서 두 번째로 부유한 인물, 빌 게이츠입니다. 현업에서 은퇴한 빌 게이츠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20년째 기후변화·질병 등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두발 벗고 뛰고 있습니다.
[후후월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서 그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퇴치와 백신 개발을 위해 기부한 돈만 총 3억 달러(3663억원)에 이릅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백신을 선점하려 경쟁 중인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공공재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인 한국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의장인 멜린다 게이츠도 자국 행정부에 따끔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멜린다는 8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D- 학점 수준”이라며 “미국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검사, 보호장비, 물자, 서비스를 제공할 국가적 리더십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 나는 그것에 대해 매우 많이 읽는다”(When I spend billions of dollars on something, I have a tendency to read a lot about it)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블로그 ‘게이츠 노트(Gate’s Note)’에는 그가 생각하는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책이 올라옵니다. 그는 백신이 개발돼야 우리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확산세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게이츠는 백신 개발과 함께 가정용 임신 테스트기처럼 집에서 직접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 생산을 위해서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테스트기가 보편화하면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고, 이동 과정에서의 감염 위험도 없으며, 빠른 진단으로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염자의 동선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개별 애플리케이션 등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고생스럽게 해오던 일들을 기술적으로 개별화, 보편화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는 한국의 방역 사례를 ‘모범적’으로 평가하며 한국 내 감염병 관련 민·관 합작 비영리 재단에 대한 투자를 두배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전염병 유행 임박...우린 준비되지 않았다”
그는 수년 전 공개 강연을 통해 전염병의 위험성을 이미 예언했습니다. 2015년 TED 강연에서는 “만약 앞으로 몇십 년간 10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전쟁이 아니라 전염병일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준비하지 않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2년 전인 2018년에는 “전염병 유행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10년 내 발병하고 퍼질 것”이라며 “우린 준비되지 않았다, 전쟁을 준비하듯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이츠는 코로나19 발병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전염병이 ‘20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통찰과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닙니다.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감염병 ‘준전문가’였습니다. 질병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독서량과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감염병 문제를 연구해왔고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공부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반항하는 방법으로 독서를 했다”고 할 정도로 그는 엄청난 독서광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유튜버?”
빌 게이츠는 2012년부터 ‘유튜버’였습니다. 그의 구독자는 210만명이고, 워렌 버핏 같은 명사가 초대 손님으로 등장합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면 유튜브 본사에서 ‘골드버튼’을 보내줍니다. 골드버튼을 받으면 감격하는 다른 유튜버들과 달리 무심한 표정으로 골드버튼을 요모조모 살펴보는 ‘언박싱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영상에는 “유튜브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유튜버”라는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사실 유튜브 가치가 매년 배 이상 성장하면서 2018년까지는 맞았던 이 말도 구문이 됐죠. 2020년 5월 현재 게이츠 재산은 1060억 달러, 유튜브 평가 가치는 1900억 달러 이상)
최근에는 자신의 유튜브 파워를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백신이 바이러스에 작동하는 일반적인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고, 코로나바이러스와 백신 개발과 관련된 현황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게이츠 노트를 통해 저널식으로 제공한 많은 정보를 영상으로 축약해 쉽게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매일 저녁 설거지하는 억만장자
‘유튜브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유튜버’라는 별명처럼 빌 게이츠는 수십 년째 전 세계 최고 부자에 랭크돼온 인물입니다. 최근 몇 년 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1, 2위를 매년 다퉜는데 올해는 베이조스가 1위, 빌 게이츠가 2위에 머물렀습니다. 베이조스는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아마존 주가가 30% 오르면서 자산도 172조원으로 올랐습니다. 빌 게이츠의 올해 자산 규모는 134조원이라고 하네요.
빌&멀린다 재단은 코로나 국면 초기부터 백신 투자에 기부해왔는데, 현재는 7가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부금 총액은 앞서 언급했듯 3633억원 규모에 이릅니다.
그는 앞서 말라리아나 소아마비, 에이즈(HIV) 같은 전염병 퇴치에 힘써왔고 2017년에는 여러 국가와 협력해 감염병혁신연합(CEPI)을 출범시켰습니다. 그가 2018년까지 감염병 퇴치를 위해 기부한 돈은 56조 8,986억원(466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기부해온 돈을 모두 합치면 올해 베이조스 자산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어린 시절 매우 경쟁적인 성격의 말썽꾸러기였다는 빌 게이츠가 인생의 후반기에 지구적 문제 해결에 투신하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게이츠가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수십 년째 세계 최고 부자로 살아오고 있지만 매일 저녁 설거지를 직접 한다고도 밝혔죠. 제프 베이조스도 매일 저녁 설거지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동안 미언론들은 게이츠와 베이조스의 설거지 시간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설거지는 실제 두뇌 휴식과 창의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트럼프가 망쳐버린 美국격 높였다"···3663억 쏜 '코로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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