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 韓美關係

점점 성말라 하고 옹졸해지는 미국, 小國이 되어가는 걸까?

이강기 2020. 6. 12. 11:00

인종차별 논란에 사라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조선일보

이현택 기자

 

입력 2020.06.11 03:00

흑인 노예·하녀 등장해 논란… 美스트리밍 업체, 목록서 퇴출

 

미국 고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가 최근 흑인 시위의 여파로 미국의 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라졌다. 이 영화가 흑백 인종차별을 미화했다는 것이다. 동영상 서비스 회사 'HBO 맥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 가능 콘텐츠에서 9일(현지 시각) 제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 남북전쟁 당시 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 스칼릿 오하라(비비언 리)와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의 고난과 사랑을 다룬 1939년 작품이다. 당시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쓸었다.

하지만 영화 장면 중 오하라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흑인 노예들의 모습이나 주인집 아가씨에게 시중을 드는 흑인 하녀의 모습이 흑인 노예를 폄하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영화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을 자경단 같은 존재로 미화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대는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떨어져서 별실에 혼자 참석했다고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전했다.

HBO 맥스의 이번 삭제는 영화 '노예 12년'의 감독인 존 리들리가 전날 언론 기고문을 통해 HBO 맥스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트리밍 서비스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온 것이다. HBO 맥스는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로서, 불행하게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을 일부 묘사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인종적인 묘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때도 거론됐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해 아카데미상 승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면서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다시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미 CNN은 "다양성을 폄하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반(反)미국적'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케이블T V 채널인 패러마운트네트워크도 현직 경찰관과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캅스'의 제작과 향후 방영을 취소했다. 이 또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다. 1000회 넘게 방영되며 편당 47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경찰관을 멋지고 영웅적인 사람으로만 미화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만물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조선일보

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20.06.12 03:18

     

    1970년대 흑인 형사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에 잠입한 실화를 담은 영화 '블랙 클랜스맨'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남부군 부상병 수백 명이 누워 있는 기차역 광장에서 의사를 찾아 헤매는 장면이다. 평소 "그 영화에서 묘사한 흑인들을 보면 욕지기가 난다"고 말해온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는 그런 식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종차별 영화라고 시위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6년 마거릿 미첼이 발표한 소설이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1939년 개봉된 영화는 제작비가 380만달러였는데 3억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가치로 18억달러가 넘어 역대 미국 흥행작 1위로 추산된다고 한다. 아카데미 10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는 아카데미 최초의 흑인 수상자였다. 한국에서는 1957년 처음 상영한 뒤 1972년 재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는 19세기 중반 남북전쟁 당시 미국 남부의 정서를 담고 있다. 백인은 우아하면서도 끈기 있고 흑인은 멍청하거나 폭력적인 인물로 묘사됐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를 휩쓸던 1940년만 해도 미국 내 인종차별이 심해 흑인 배우들은 시상식에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주인공 클라크 게이블이 "그렇다면 나도 시상식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해 다들 참석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KKK가 흑인들을 죽여 나무에 매달아 놓은 것을 본 시인이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이란 시를 쓰고 빌리 홀리데이가 그 시를 노래로 불렀던, 흑인들에겐 여전히 암흑의 시절이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HBO맥스가 영화 목록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삭제했다고 한다. 영화 '노예 12년'의 각본을 쓴 존 리들리가 LA타임스에 '공포의 노예제를 미화한 영화를 내려라'는 글을 기고한 다음 날이었다. 흑인이 백인 경찰에 목을 졸려 숨진 사건 이후 미국 내 흑인들의 분노가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언 리의 명작으로 옮아붙은 형국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3년 전에도 봉변을 당했었다. 미국 멤피스의 유서 깊은 극장의 매년 여름 영화제 상영작 목록에서 빠진 것이다. 이때도 버지니아주에서 백인 우월주의 테러가 일어나 흑인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었다. "당대 사회를 묘사한 작품일 뿐" "또 다른 형태의 예술 검열" 같은 주장들도 없지는 않다. 세계 영화사에 남을 줄 알았던 영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게 된 건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2/2020061200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