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文學

인류가 찾은 외계 행성 5000개 돌파…‘제2의 지구’는 어디에

이강기 2022. 5. 23. 10:42

인류가 찾은 외계 행성 5000개 돌파…‘제2의 지구’는 어디에

1992년 외계 행성 첫 발견후
현재까지 5009개 찾아내
국내선 ‘미시중력렌즈’로 추적
지구 닮은 행성은 4%에 그쳐
2016년 찾은 행성 4개가 대표적
지구서 40광년밖에 멀지 않고
물 존재할 거리만큼 별이 떨어져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 제기돼

 

조선일보,  2022.04.06 08:00
 
 
 
 
 
                         지난 30년간 포착한 5000여 개의 외계 행성

 

일본 국립천문대의 세인 커리 박사 연구진은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마차부자리 AB b’ 행성이 가스 구름이 압축되면서 생성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차부자리 AB는 나이가 200만년인 젊은 별이다. 관측 사상 가장 젊은 외계 행성을 발견한 것이다.

 

 

인류가 태양계 밖에서 찾아낸 외계 행성이 지난 1992년 첫 발견 이래 30년 만에 5000개를 돌파했다.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5일 현재 외계 행성은 5009개이다.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 중 특히 지구와 닮은 행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연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어디에 있을까.

 
 
외계행성 발견 5000개 돌파./NASA
 

◇지구 닮은 외계 행성은 4% 그쳐

1992년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천문대의 알렉산데르 볼시찬 박사가 지구에서 15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처녀자리에서 펄서 주변을 돌고 있는 두 개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펄서는 별이 수명을 다하고 폭발할 때 만들어지는 중성자별이다. 태양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는 별이 아니라 수명이 다한 별에도 행성이 있다면 외계 행성의 수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행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나사 외계 행성과학연구소의 제시 크리스티안센 박사는 “그동안 발견한 외계 행성은 각각이 모두 새로운 세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 행성에서 가장 많은 종류는 35%를 차지하는 해왕성형이다. 우리 태양계의 맨 바깥에 있는 천왕성이나 해왕성과 같이 얼어붙은 거대 행성이다.

크기가 지구와 비슷한 행성 7개가 태양에서 비교적 가까운 별인 '트라피스트-1' 주변에서 발견됐다. 그중 하나인 트라피스트-1f 행성에서 바라본 하늘의 상상도./NASA
 

다음은 31%를 차지하는 초지구형과 30%의 가스형 거대 행성이다. 초지구형은 지구처럼 암석형 행성이지만 크기가 훨씬 큰 행성이고, 가스형은 태양계의 목성과 토성처럼 가스로 이뤄진 거대 행성이다.

 

나머지 4%가 지구처럼 암석형이고 크기도 비슷한 지구형 행성이다. 2016년 발견된 ‘트라피스트-1(TRAPPIST-1)’이라는 왜성(矮星)을 공전하는 행성 4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행성들은 지구에서 40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리만큼 별에서 떨어져 있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내에선 미시중력렌즈로 추적 중

외계 행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는다.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은 50광년 떨어진 곳에서 목성만 한 크기의 행성 ‘페가수스자리 51b’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이른바 시선속도 측정을 통해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 별은 주변 행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조금씩 움직인다. 만약 별이 지구 쪽으로 움직이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을 더 띠고, 멀어지면 파장이 긴 붉은색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다음은 별 앞으로 행성이 지나가면서 빛이 일부 사라지는 식(蝕)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사 에임즈 연구소의 윌리엄 보루키 박사가 제안한 이 방법은 2009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면서 실제 관측에 활용됐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2018년 퇴역할 때까지 외계 행성 2600여 개를 찾아냈다. 외계 행성 이름에 케플러가 붙은 것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케플러-62f’이다.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생명체 존재 가능 구역에 있다. 특히 중심 별이 태양보다 나이가 많아 만약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보다 진화 역사가 더 오래됐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지적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크다.

지구에서 10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케플러-62f' 상상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NASA

 

외계 행성은 97%를 시선속도나 식 방식으로 찾았다. 문제는 이 방식은 행성이 별 근처에 있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정선주 박사는 “태양계에서 목성 바깥에 있는 행성처럼 별에서 멀리 있으면 미시중력렌즈 방식을 쓴다”고 말했다.

 

중력렌즈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현상이다. 중력이 큰 천체가 있으면 시공간이 휘면서 뒤에 있는 천체의 빛이 휘어져 마치 렌즈로 확대한 듯 볼 수 있다. 최근 우주가 탄생한 지 9억년 뒤에 나타난 가장 먼 별을 관측한 것도 중력렌즈 덕분이다.

 

미시중력렌즈는 빛을 휘게 하는 현상이 은하단이 아니라 별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별에 행성이 있다면, 중력렌즈 효과가 더 달라진다. 정선주 박사는 “미시중력렌즈 방식으로 한국 연구진이 2016년 질량이나 별까지 거리가 지구와 같은 외계 행성을 찾았다”며 “2027년 나사가 발사하는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 망원경과 동시 관측을 하면 더 많은 외계 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으로 표현한 외게행성 발견. 원은 발견 위치와 궤도 크기를 보여준다. 낮은 음은 긴 궤도, 높은 음은 짧은 궤도이다./NASA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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