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術, 敎育

2,500년 전에 이런 연극을 했다니......

이강기 2015. 8. 30. 16:27

2,500년 전에 이런 연극을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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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5세기 말, 칼리아스가 쓴 “알파벳 정경”이란 희곡엔 이오니아식 알파벳의 각 글자로 분장한 24명의 여성합창단이 등장한다. 이 합창단에서 한사람씩 앞으로 나오며


알파, 베타, 감마, 델타라고 해요, 그리고 다음엔

신(아폴로)의 문자 엡실론, 제타, 에타, 데타가

이오타, 캅바, 람브다, 뮤와 뉴, 크세이, 오미크론,

페이, 로, 시그마, 타우, 업실론, 프헤이, 케이,

프세이와 함께 나란히 오메가에 이르지요.


라고 소개한다. 다음에 합창단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베타와 알파로

베타와 엡실론으로

베타와 에타로

베타와 이오타로

베타와 오미크론으로

베타와 업실론으로 부

베타와 오메가로 보


하며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들에게 전형적인 초등학교 수업을 보여준다. 모두 같은 선율로 노래하며 ‘감마와 알파로 가’에서 마지막 짜 맞추기가 될 때까지 모두 17절에 걸쳐 반복된다.

이 ‘음절의 합창’이 끝나면, 교사와 여성 2명의 대화가 시작된다.


교사   하나로만 발음하는 것은 첫째 알파,

       둘째로 엡실론, 그렇다면 세 번째는 뭘까?

여성1 에타입니다.

교사              그렇다면 네 번째는?

여성2   이오타.

교사           다섯 번째는?

여성1                      오미크론.

교사                            여섯 번째는?

여성2                                       업실론

교사    마지막 것은 내가 말한다. 오메가. 이것으로 7개의

        모음이 모두 운율을 타게 됐다.

        모두 발음했으니 이젠 각자 해 보는 게 좋겠다.


다음에는 글자 이름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형태를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그 두 개의 글자를 분명하게 밝혀낸다. 여성 하나가 무대에 나와 이렇게 큰 소리로 알린다.


관객 여러분, 저는 지금 임신을 했어요. 아이 창피해라

부끄러워서 이 아이의 이름을 글자 형태로 설명하겠어요.

긴 종선(縱線)이 있고, 그 중앙에서 양쪽으로 짧은 곡선이

위쪽으로 뻗어 있어요.

다음에는 두 개의 짧은 다리 위에

둥근 곡선이 있어요.


이것은 분명히 Ψ(프사이)와 Ω(오메가)인데, 이오니아식 알파벳에는 없는 글자여서 사생아로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음절합창’의 열일곱 번째인 최후의 음절로 발음되어야 했던 것이 바로 이 두 글자다. ‘프사이'라는 낱말의 의미는 알려져 있지 않는데, 여성이 부끄러워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비속한 의미였음이 확실하다. 더욱이, 농담이 무대 위로 옮겨진 후 글자형태가 수컷과 암컷을 생각나게 하는 이 두 글자가 무대 위에서 외설 섞인 익살을 하는데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이상은 “읽는다는 것의 역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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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에 이 정도의 문화수준을 가졌던 곳이 지구상에서 몇 곳이나 될까?

(20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