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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혁명’ 100주년

이강기 2015. 8. 31. 22:07

 

 

 

아인슈타인 혁명’ 100주년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은 느리게 중력 약하면 시간은 빨리 흐른다

▲ 아인슈타인 /사진 AP
과학계에선 1905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광양자 가설, 브라운 운동, 특수상대성 이론 등 물리학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이론을 마치 신(神)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불과 몇 달 사이에 세 편의 논문을 통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때 그의 나이 26세였다. 1905년은 질(質)과 양(量)을 중심으로 하는 뉴턴적 3차원의 세계관에서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이라는 4차원 세계의 발견으로 세계관이 한 차원 높아진 해이다. 꼭 100년 전의 일이다. 또 아인슈타인은 1955년 4월 18일 76세로 사망했으니 올해는 그의 50주기이기도 하다.

이를 기리기 위해 유엔은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정했다. ‘물리의 해’ 는 결코 물리학자만의 행사가 아니다. 첨단문명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아인슈타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기에 일반인도 아인슈타인을 알면 세상이 달라보인다. 과연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겼을까?

특수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내가 만일 빛과 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의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간, 거리, 질량, 에너지에 대한 이론인 특수상대성 이론은 빛과 연관이 있다.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광속도 불변의 원리)하며 어떤 물질도 빛의 속도보다 빨리 달릴 수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빛의 속도는 일정할 뿐

수백 년간 과학자들은 우주공간 속에 정지해 있는 태양의 둘레를 지구와 다른 행성이 돌고 있고, 태양과 별과 행성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에테르’라는 물질로 꽉 채워져 있다고 믿었다. 20세기 초까지 물리학자들은 빛은 파동이라고 생각했다. 파동은 매개(媒介)물질이 있어야 한다. 수면파(물결)에는 물이, 음파에는 공기가 매개물질이듯이 빛이 파동이라면 빛을 전달해주는 매개 물질(매질)이 필요할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것을 에테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파동인 빛을 전달할 매질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에테르는 다방면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검출된 적이 없다. 아인슈타인이 태어나기 전인 1873년,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은 빛이 전기와 자기의 힘으로 물결처럼 파동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 1887년 미국의 두 과학자 앨버트 마이컬슨과 에드워드 몰리는 실험을 통해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고 대신 빛의 속도가 언제나 일정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주공간에 불변인 절대좌표(절대시간이나 절대공간)가 없다’ 는 것을 뜻한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주목했다.

▲ 일반상대성 원리 개념도. 중력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에서는 빛도 휜다. 또 중력이 셀 수록 시간은 느리게 간다. /사진 김형자 제공
그 옛날 사람들은 빛이 전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주 순식간일 정도로 짧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을 제일 처음으로 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힘이 가해진 물체는 가속운동을 한다. 이 때 점점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정도를 ‘가속도’라고 한다. 물체가 공중에서 떨어지면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이것을 흔히 ‘중력가속도’라고 한다. 갈릴레이는 중력가속도를 알고 있었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몰랐다.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질량을 가진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중력)의 법칙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지구 중심에서 물체를 계속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에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뉴턴이 발견한 물체의 운동 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은, 실제로 움직이는 물체와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데 너무나 잘 들어맞았기 때문에 그 뒤 200여년 동안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위대한 법칙으로 추앙받았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물리학이 어디가 잘못되었기에 감히 도전을 한 것일까? 뉴턴은 ‘속도가 무한히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속도에 한계가 없으니 빛보다 빠른 물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순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 문제가 어느 날 돌연히 해결되었다.

속도는 ‘거리÷시간’의 식으로 표시된다. 그런데 항상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빛을 이 식에 꼭 들어맞게 하려면 시간이나 거리(공간)가 상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절대시간’이나 ‘절대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상식을 깨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동일한 사건도 달리 보일 수 있다. 달 기지 사령탑의 신호를 받아 발사된 착륙선이 정지한 달표면 작업원과 움직이는 우주선 안의 비행사에게는 달리 보인다.
<위> 정지한 달 표면 기지의 작업원이 볼 때, 사령탑의 신호등에서 나온 빛은 좌우로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
<아래> 사령탑에서 좌우 두 달착륙선까지의 거리는 같으므로, 빛은 두 달 착륙선에 동시에 도착한다. 그래서 작업원은 동시에 달착륙선이 발사되는 것을 본다.
운동하고 있는 물체의 길이가 정지하고 있는 물체의 길이보다도 짧아지거나, 운동하고 있는 시계가 정지하고 있는 시계보다도 느리게 간다는 식의 현상이다. 예를 들어 전체 길이 30만㎞의 로켓을 생각해보자. 뒤쪽 끝에서 앞쪽 끝을 향해 빛(빛의 속도는 초속 30만㎞)을 발사하면 1초 만에 앞쪽 끝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 로켓을 밖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로켓은 1초 동안 20만㎞를 진행한다고 하자.

그 사이에 빛은 로켓의 뒤쪽 끝에서 앞쪽 끝에 이르게 되므로 1초 동안 모두 50만㎞를 진행한 셈이다. 이것은 분명히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 모순된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순 때문에 고민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것은 ‘움직이고 있는 물체에서의 1초와 정지하고 있는 물체에서의 1초는 같지 않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광속도 불변의 원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란 절대적인 것’이라는 상식을 내던진 것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운동하고 있는 물체에서의 1초는 정지하고 있는 물체에서의 1초보다 길다.

갈릴레이나 뉴턴은 내가 움직이든 정지해 있든, 상대방의 시계는 나와 똑같이 간다고 생각했다. 시계는 어디서든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놀라운 생각을 했다.

시간의 상대성이 적용되지 않으면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이 성립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바로 시간의 상대성 도입이고, 특수상대성 이론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특수’라는 말은 모든 운동이 아닌, 등속(等速)운동에 대한 상대성 이론을 말한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200여년 동안 물리학계를 지배해온 뉴턴 물리학을 무너뜨렸다. 또 지금까지 전혀 별개의 것으로 생각됐던 시간과 공간을 결합시켜 시공간을 만듦으로써 우리에게 4차원의 시공간을 일깨워주었다.

 

‘위성으로 위치 파악’ GPS에 이용

▲ <위> 상대성 원리에서 우주선의 비행사는 자신은 정지하고 반대로 달 기지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다.
<중간> 광속도 불변의 원리에서 빛의 속도는 광원이 움직여도 변하지 않는다. 달 기지가 움직여도 사령탑에서 나온 빛은 좌우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 그러나 빛이 나아가는 사이에 달 기지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므로, 사령탑에서 나온 빛은 우주선의 비행사가 볼 때 오른쪽에 대기하고 있는 달착륙선 쪽에 먼저 도착하게 된다.
<아래> 우주선의 비행사가 오른쪽 달착륙선이 발사되는 것을 본 순간 사령탑에서 나온 빛이 왼쪽의 달착륙선에 도착하였다. 이 시점에서는 우주선의 비행사는 아직 왼쪽의 달착륙선이 발사된 것을 보지 못한다. 이처럼 달표면의 작업원에게는 동시에 일어났다고 보이는 사건이 운동하는 우주선에서 보면 동시가 아닌 사건으로 보인다.
‘빠른 속도로 운동하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상대성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요즘 차량에 부착하는 네비게이션(Car Navigation;차량항법장치)이 바로 그것. 네비게이션은 인공위성이 보낸 전파를 이용해 자동차가 있는 지점을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목표지점까지 어떻게 가는지 안내한다. 그러려면 인공위성의 시계가 지구상의 시계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인공위성은 초속 4㎞로 너무 빨리 움직이므로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그안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인공위성에서는 하루에 7마이크로초(1ms=1000분의 1초) 씩 시간이 느려진다. 또 인공위성은 고도 2만㎞ 높이에 떠 있기 때문에 중력이 지상에 비하여 약하다. 이것은 뒤에 언급할 ‘일반상대성’과 관련이 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간다. 인공위성 시계는 지표면보다 하루에 45ms나 더 빨라진다. 이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생각하면 위성에 있는 원자시계는 지표면보다 하루에 38ms나 빨리 간다.

만일 하루종일 그 차이를 무시하고 내버려둔다면 38ms 동안 전파가 약 11㎞나 진행되면서 11㎞의 위치오차가 생겨 네비게이션은 아무 쓸모없게 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상대성 원리 덕분에 이런 착오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GPS가 매일 그 시간만큼의 오차를 바로잡아 주도록 했기 때문에 지상에서의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공식 ‘E=mc²’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게다. 이것은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유도된 질량에너지등가원리(E=mc²)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이 끝나기 전 특수상대성 이론의 결론을 내리는, 3쪽으로 된 특수상대성 이론 제2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짧은 논문의 내용은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엄청난 것이었다.

 

우라늄 1g으로 30만 가구 1년치 전기 발생

우라늄이나 라듐과 같은 원자들은 자연적으로 빛을 내보내고 다른 원자로 바뀌는 성질이 있다. 이런 성질을 ‘방사능’이라고 한다. 방사능은 불안전한 원자가 어떤 최소입자를 내보내고 안정된 원자로 바뀌는 과정이다.

아인슈타인은 방사선을 내보내기 전의 원자와 내보낸 후의 원자의 질량을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둘의 질량이 같지 않았다. 질량의 일부가 도중에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질량이 에너지의 한 형태인 빛으로 방출된 것이다. 사라진 질량(m)과 방출된 에너지(E)의 관계를 식으로 나타내면 ‘E=mc²’이 된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다. 그러므로 아주 적은 질량이라도 그것이 에너지로 바뀌면 엄청난 양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mc²’은 원자력 에너지를 끄집어냄으로써 20세기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한국에서 쓰이는 전기의 약 40%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다. 만일 우라늄 1g이 핵반응으로 손실돼 에너지로 바뀐다면 매달 300와트 정도를 소비하는 30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무지막지한 양이 된다.

또한 이 공식은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되었다. 당시 원자폭탄은 사용된 우라늄 질량의 1%만이 에너지로 변한 것이었다. 인류의 궁극적인 에너지인 핵융합 에너지도 이 공식을 이용한 것이다. 태양은 자연에 존재하는 ‘핵융합 발전소’다. 태양 내부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반응은 실제로 복잡하지만 그 반응을 단순하게 나타내면 4개의 수소 원자핵이 융합하여 1개의 헬륨 원자핵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사라진 질량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얻는다. 만일 핵융합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어떤 물질이 100%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면 인류는 꿈의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광자’ 새 개념 제시… TV 개발 밑거름

빛이 입자인가, 파동인가? 이 질문은 수천 년간 과학자들을 괴롭혔다. 입자냐, 파동이냐가 중요한 것은 물질이 움직여가는 방식, 곧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빛은 아주 빠른 속력으로 직진하여 입자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뉴턴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은 빛이 어떤 상황에서든 똑바로 날아간다고(직진) 생각했기 때문에 ‘빛은 연속적으로 튀어나와서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이겐스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빛이 입자가 아니라 소리나 수면파(물결)와 같은 파동’이라고 생각했다. 19세기 후반 쯤 되어 맥스웰이 전자기파 이론을 내놓으면서 빛의 파동설은 더욱 굳어졌다.

그런데 파동이니 전자기파니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 빛의 양자론이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발표되었다. 1900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빛이 에너지 덩어리로 되어있다’고 했다. 플랑크 이전 사람들은 전류가 흐르듯 빛도 계속 흐르는 에너지라고 생각했는데 플랑크는 ‘빛이 띄엄띄엄 존재하는 에너지 알갱이, 즉 양자(量子)’라는 것이었다. 이 이론에 과학계가 발칵 뒤집힌 건 당연했다.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양자 개념에 주목했다. 빛이 파동이라는 믿음은 또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광전(光電)효과에 관한 것이다. 광전효과는 금속 표면에 자외선을 쪼이면 금속에 흐르고 있던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빛이 일정한 세기를 지닌 물처럼 흐른다는 파동론으로 보면 어떤 빛을 쬐든 전자가 튀어나와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관찰하면 아무리 강한 빛을 쬐더라도 튀어나오지 않던 전자가 자외선은 아무리 약하게 쬐어도 튀어나온다. 빛이 파동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빛을 입자로 봤다. 물론 빛을 입자로 본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처음은 아니다. 뉴턴도 빛을 질점(質點:물체의 질량이 최소로 집결됐다고 가정하는 점) 같은 입자로 이루어졌다고 봤다. 또 앞서의 플랑크도 빛을 ‘띄엄띄엄 존재하는 에너지 알갱이’로 봤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빛을 ‘연속되는 에너지 입자’로 봤다.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 입자, 즉 광자(光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는 것은 광자의 진동수, 즉 빛의 세기에 달린 문제라는 해석은 광전효과를 깔끔하게 설명했다.

빛은 파장이 다른 전자기파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파장의 길이가 다르면 광자의 진동수도 달라진다. 즉 적외선은 자외선보다 진동수가 낮고 따라서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전자를 방출시킬 수 없지만 자외선은 적외선보다 진동수가 높아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강도가 약해도 전자를 방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첫 번째로 발표한 광전효과에 관한 논문이다. 이것으로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광자의 성질로 광전효과를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파동론이 설명하는 빛의 회절과 간섭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빛이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1924년 프랑스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에 의해 풀렸다. 물론 오늘날에는 빛이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글쎄 하나의 물질이 두 가지의 성질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이 모순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아인슈타인 또한 평생 이 문제를 풀었지만 빛이 입자이면서 어떻게 파동의 성질을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진 못했다. 다만 광양자(光量子)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20세기 양자론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시작된 광자론은 광양자 가설로 이어져 양자론을 꽃피웠고 수많은 발명품을 태어나게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텔레비전, 태양전지, 도난경보기, 자동문 등은 빛이 전기로 전환되는 광전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요즘은 보통 사진을 찍을 때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한다. 디지털 카메라 안에도 광전효과의 원리가 숨어있다. 디지털 카메라 안에는 전하결합소자(CCD)라는 부품이 들어있는데 CCD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부품은 렌즈를 통과한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일종의 광(光)센서다. 또 각 광센서 앞에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 녹색, 파랑의 컬러 필터가 붙어 있다. 빨강 필터는 빨간색 빛만 통과시킨 뒤 통과된 빛을 광센서에 전달한다. 이때 광센서가 빛 알갱이를 전자, 즉 전기신호로 바꿔준다. 그러면 CCD에서는 광센서가 보낸 모든 전기신호를 모아 사진 파일을 만들게 된다. 생활 곳곳에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중력은 빛을 휘게 한다

▲ 특수상대성 원리 개념도.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특수상대성 이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을 때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꺼림칙한 문제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말 그대로 특수한 경우, 즉 빛처럼 등속운동을 할 때만 성립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속운동이나 회전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맞지 않았다. 물리법칙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했던 아인슈타인에게 이것은 커다란 난관이었다.

자신의 이론이 반쪽짜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0년을 끙끙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생애에서 가장 멋진 생각을 떠올렸다. ‘어떤 한 사람이 자유낙하를 할 때, 떨어지는 사람은 자신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 순간을 떠올리면 된다.

갈릴레이는 물체가 지구로 떨어질 때 질량과는 무관한 일정한 가속도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따르면 크건 작건 간에 떨어지는 물체는 무게가 없다. 다시 말해 떨어지는 물체의 무게는 중력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아인슈타인의 생각대로 떨어지면서도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무중력 상태를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선이 발명돼 무중력 상태를 인류가 경험하기 전에 이론적으로 무중력 상태의 존재를 생각해낸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결국 ‘가속도와 중력이 같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일반상대성 이론의 한 기둥인 ‘등가 원리’다. 특수상대성 이론이 광속도 불변의 법칙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면 일반상대성 이론은 ‘중력과 가속도가 같다’는 등가 원리에서 출발된 이론이다.

등가 원리의 중요한 결과는, 중력이 본질상 모든 물체를 서로 끌어당기는 힘(만유인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양계를 예로 들면 뉴턴 역학에서는 태양과 지구가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에 의해 지구가 태양 주위를 타원운동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태양의 중력에 의해 주위의 공간이 휘어져 있어서 지구는 휘어진 공간 내에서 직선운동을 한다고 설명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세 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그 중에 하나가 빛이 중력장에서 휜다는 것이다.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통과하는 것은 질량을 가진 물체든 질량이 없는 빛이든 모두 휘어진다. 만일 태양의 곁을 지나는 별빛이 있다면 그 빛은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따라 움직이므로 직진하지 않고 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빛이 휜다는 것은 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의미다. 중력이란 ‘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말과 같다. 물론 공간만 휘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휜다. 시간이 휜다는 것은 특수상대성 이론에서처럼 시간이 변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중력이 강한 곳에 있는 시계는 느려진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내용을 담아 1916년 3월 ‘일반상대성 이론의 기초’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상대성 이론의 완성이었다. 당시 전세계 과학자 중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을 만큼 상대성 이론은 난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19년 11월, 운명의 여신은 다시 아인슈타인에게 미소를 지었다.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이 아인슈타인의 ‘예언’을 확인하려고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로 찾아갔다. 평소 낮엔 별을 볼 수 없지만 개기일식 때는 달이 해를 가리는 덕분에 태양 주변에 나타나는 별을 볼 수 있다. 에딩턴이 시도한 방법은 이 별들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약 6개월 뒤 그 별들이 다시 밤하늘에 나타날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 일식 때의 태양. 일반상대성 이론은 태양의 중력으로 주위의 공간이 굽는다는 것을 예언하였다. 1919년 영국 관측대가 일식 때의 별의 위치를 조사하여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만일 일반상대성 이론이 맞다면 태양에 가깝게 보이던 별들의 위치가 달라져야 하고, 태양으로부터 멀리 보였던 별일수록 위치이동이 더 작아져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험결과는 태양의 중력에 끌려 별이 원래의 위치를 벗어난 것을 보여줬다. 별빛은 휘었고, 일반상대성 이론이 옳았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 후 아인슈타인은 수많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시간과 공간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았고, 또 상대론에서 파생되는 E=mc²을 통해 에너지와 질량을 통합하여 원자핵에 갇혀 있는 에너지를 우리에게 전력이라는 형식으로 공급했다. 이 엄청난 이론들을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낸 것도 모자라 1917년에는 ‘방사의 양자역학 이론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레이저의 원리를 유도했다. 레이저는 오늘날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대형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바코드를 읽어들이는 장치, 광통신과 홀로그래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CD와 영화가 저장된 DVD 등도 모두 레이저를 이용해 정보를 읽는다.

그 밖에도 트렌지스터, 전자현미경, 컴퓨터와 광전지 등은 ‘아인슈타인 혁명’으로부터 출발한 인류의 발명과 정보·통신 분야의 결실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아인슈타인의 빛 연구가 오늘날 인류에 얼마나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는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수상대성 이론을 만들기 위해 적용했던 빛 연구가 이렇듯 엄청난 일들을 해낸 것이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bluesky-pub@hanmail.net)

 

 

(주간조선)

2012/03/19에 퍼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