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韓.中關係

위험한 슬로건 "간도는 우리땅"

이강기 2015. 9. 3. 16:35
중국 '역사 동북공정'과 한국 "간도는 우리땅" 주장

[란코프 칼럼] 한국외교, 냉철하고 영민해야

데일리 NK

[2006-11-03 19:17 ]

최근에 한국과 중국 사이에 좋지 않은 위기가 있었다. 중국측이 고구려, 발해, 고조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주장하고 백두산을 비롯한 국경 지역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삭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행위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중국의 북한 진출이다.

중국정부는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하기도 하고 투자를 하기도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제일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한반도가 장기적으로 분단된 채 남아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민중봉기나 사회혼란이 생기면 중국이 싫어하는 흡수통일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은 북한 국내 위기의 경우 북한을 통제할 계획을 준비하는 것 같다. 지금은 1910년 한일합병과 같은 행위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제일 합리적인 전술은 북한 내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중국 국민과 재산 보호” “법질서 회복” “인도적인 원조 제공” 등을 주장하면서 북한에 위성 정부를 세우고 그 정부를 통해 실제 정권을 실시하는 방법이다.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작전을 변호해야 하는데, 고구려 옛 땅인 한반도 북방부가 중국문화권의 한 부분이라고 보여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주장이 다시 한번 격화하는 것은 베이징에서 북한 국내 사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중국의 계획과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위험한 슬로건 "간도는 우리땅"


그러나 필자가 다루고 싶은 문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진출 가능성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를 정치화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요즘 남한에서 사그러지는 “간도 문제” 그리고 “만주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의 여당과 야당, 그리고 사회단체들은 소위 역사 동북공정을 '중국의 도발적 행위'로만 보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는 필자의 생각만이 아니다. 필자는 한국을 전공하는 외국 전문가들로부터 이러한 의견을 여러번 들어 본 적이 있다. 이 전문가들도 중국의 정책을 의심스럽게 보지만 이 경우에 “한국의 간도 주장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남한에서 “백두산은 우리땅” “간도 우리땅”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이것은 한국의 극단적인 민족주의 단체의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한국 정부기관과 주류 언론도 이러한 캠페인에 참가한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청일 간도협약이 무효"라는 결의안이 여야 의원 59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되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2004년에 “간도협약은 법리적인 측면에서 무효라고 할 수 있으나 영유권 문제는 (법적 문제와) 분리해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이러한 행위를 중국이 고구려 역사에 대한 주장에 대한 '정당한 보복'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해 다른 자각을 가질 수도 있다.

작은 바위 섬인 독도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주장은 한국 내에서 폭발적인 반대여론을 야기시키는데, 6백여만 명이 사는 간도에 대해 중국은 한국 정치인들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생각하는는 것을 정당하다고 보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도 꼭같이 간도가 중국땅이라고 생각하는 데 아무런 의심이 없다.

물론 최근 중국의 조치는 “보복에 대한 보복”이 아니고 북한에 대한 진출 계획을 준비하기 위한 심리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 한-중간의 갈등은 간도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필자의 생각에는 만주나 간도에 대한 주장은 남한의 대외정치에서 볼 수 있는 위험한 경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국인의 옛 세대는 한국을 “고래 사이의 새우”로 보면서 깊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를 대체한 새 세대는, 즉 고속 경제성장과 미국에 의해 보장되었던 국제안정에서 자라난 세대는 반대로 한국의 국력과 영향력을 과장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과장된 평가에 의해 형성된 환상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사태를 오해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이든, 한 나라든 위험한 모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호랑이로 아는 고양이가 진짜 호랑이의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면 심각한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한국외교가 관리해야 하는 여러 도전 중에 중국의 등장에 적응하는 것만큼 중요한 도전이 없다. 좋든 싫든 중국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풍부한 자연자원, 넓은 국토, 수많은 인구 그리고 높은 노동문화와 교육열을 자랑하는 중국은 한 세대나 두 세대가 지나는 동안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입장에서 이것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세계 역사가 보여주듯이 강대국과 가까운 약소국의 사정은 불안정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토가 남북한보다 50여 배나 더 크고, 인구는 17여 배로 많고 생산액은 8여 배로 더 많다. 요즘 중국의 성장률은 남한의 성장률보다 더 빠르니까 경제력 부문에서 커다란 차이가 세월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학문적 주장과 정치외교적 갈등 냉정히 구별해야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수천년 동안 중국의 영향권에서도 생존해서 지금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빠른 속도로 등장하는 '인민공화국'과, 한국과 수천 년 동안 공존했던 '황제의 중국'과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송나라나 명나라와 같은 전통적인 중국은 민족성을 무시하고 유교사상을 중심으로 한 '문명국가'이며 중화인민공화국은 자신의 민족과 그의 경제, 정치 이익을 절대화하는 민족국가이다. 전근대적인 중국은 북경의 황제를 천자(天子)로 인정하면서 유교를 국교로 삼으면 괜찮았지만, 현재 중국은 경제적 부문에서나 정치 부문에서 구체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이 없다. 한국은 중국의 등장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 이렇게 무서운 이웃나라와 공존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공존을 할 수 있는 전략은 많다. 그러나 어느 전략이라도 기본 원칙은 비슷하다. 이 원칙은 중국에 필요없이 도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중국 영향권에 들어갈 경우에도, 미국과의 동맹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에도 중국에 도발하는 것은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을 필요없이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중국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베이징을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한국은 자신의 국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중국에 도전하고 중국의 주장과 압력을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는 어떤 건설적인 성과를 이룩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아주 특별한 조건 하에서는 의식적인 도발까지 외교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발은 도발을 하는 측이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갈등과 적대감을 초래하면서 한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는 합리적이 아니라 무책임한 행위다.

중국 어용(御用) 학자들이 “고구려는 한나라 현토군 관할하의 중국 소수민족”이라고 주장할 경우, 이러한 접근의 허위성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러한 비판은 역사학자들이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외교 부문으로 갈등이 확대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국내외 사정과 사상적 경향을 보면 한미동맹이 날마다 약화되고 미군의 철수는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의 등장으로 바뀐 지정학적 사정 때문에, 또 강해지는 반미감정 때문에 미군은 한반도에서 10년-15년 이내에 철수할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남한의 이러한 정치적 선택을 오판으로 생각하지만, 이 과정을 막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국제고립을 피하고 외교를 훨씬 더 조심스럽게 하면서 이익을 가져올 수 없는 도발과 모험을 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간도 주장' 재중 교포들 어렵게 해


필자는 “간도는 우리 땅” “만주는 우리 땅”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걱정스럽다. 이러한 주장에 근거가 있든 없든, 이 슬로건을 외치는 사람들은 이 땅을 어떻게 회수하자는 것일까? 그들은 중국 정부가 하루 아침에 만주 3성(三省)이나 간도 지역을 대한민국에 선물처럼 줄 것으로 믿고 있을까?

이것은 상상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사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족의 이익과 국토를 절대화하는 민족주의인데, 현재 중국정부는 홍콩을 비롯한 “빼앗긴 땅 되찾기”를 자신의 정당성의 기반으로 본다. 공산당 정부가 없어질 경우에도 중국 사람들의 이러한 세계관은 가까운 장래에 변화하지 못할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은 중국의 특성만 아니라 현대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공통점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과 베트남은 민족주의 정신이 강하고 자신을 역사의 희생자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니까, 국토처럼 민족적 상징성이 깊은 문제에서 양보하기 참 어렵다.

그러면 한국의 '간도파'들은 이 지역을 무력으로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 한중전쟁은 악몽에서도 상상하기 어렵고, 만약 이러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느 쪽이 이길지 알기란 어렵지 않다.

다시 말해 간도 문제를 한국이 해결할 방법은 완전히 없다. 혹시 멀고먼 장래에 해결 방법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현 단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도발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 사정을 훼손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간도는 우리땅" 주장은 한국이 버릴 것만 있고 얻을 것이 없다.

간도나 만주, 연해주를 되찾자고 시끄럽게 요구하는 민간단체가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사실과 상관없이 감정적인 정치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유감스럽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사정을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돼 있다.

필자는 얼마 전 한국 정부의 고위 공무원과 식사를 했는데, 이 공무원이 간도문제를 이야기했다. 그 분은 “수십 년 후에 중국이 서로 분열된다면 우리는 간도를 회수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러면 이 문제는 수십 년 후에 토론할 때가 올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무책임한 발언의 또 하나의 희생자는 재중 교포들이다. 한국 사람들로부터 계속 만주 이야기나 간도 이야기를 듣고 민족주의적 행사를 벌이는데, 이를 목격하는 중국 당국자는 연변 조선족들이 현 단계에서는 압도적으로 중국에 충실하지만 잠재적으로 위험한 분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즉 한국과 내통하는 내부 세력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조선족 출신들의 출세를 억제하고 그들의 자치권을 점차 감소시키며 그들의 정체성을 조용히 해치는 것이다. 1937년 소련의 한국교포들이 친일사상이 심하다고 오판한 스탈린의 결정으로 이들은 비극적인 강제이동을 당했다. 물론 강제이동은 극단적인 독재 하에서만 가능하지만 제2차 대전 때도 민주주의 나라인 미국에서도 미국 국적을 가진 일본 출신들을 유배 보내는 일이 있지 않았는가?

물론 중국이 평상시에는 극단적인 조치를 못하지만 어느 정도 교포들을 차별하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은 높다. 중국 당국자들은 한국어 교육도 지지하지 않고 한족(漢族)의 이민을 촉진시키며 한국과의 교류를 제한시킬 수 있다.

최근 연변 조선족자치주가 해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곤 한다. 이러한 소문에 근거가 있을 수도 있다. 간도 문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분리주의 운동의 기지가 될 수 있는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해체를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해체를 반대할 경우, 중국은 “국가 내정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간섭”으로 표현하다가 그 다음에 무시할 것이다. 이 때문에 민족주의 감정을 동원하여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는 서울의 정치인들이나 환상의 세계에 사는 사회단체들은 수많은 동포들을 고생시킬 수 있다.

통일에도 방해되는 간도 영유권 주장


또, 간도 만주 연해주 등의 이야기는 남북이 통일하는 경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제협력과 통일 후의 국제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최근 러시아 국제관계 전문가와 저녁을 먹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 통일 필요 없소. 피난민도 생기고 북한군 출신 마피아도 나오고, 또 연해주 영유권 망언을 하는 자들도 통일 후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했다. 물론 한국에서 연해주에 대한 주장은 간도보다 시끄럽지 않고 필자가 2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이 친구는 한국에 동감이 많고 러시아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별 감정이 없고 중국의 우월성을 굳게 믿는 중국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이 한국의 간도나 백두산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통해 '힘있는 한국'의 등장을 바람직하지 않게 보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한국이 '간도 주장'을 함으로써 이러한 경향성을 더욱 강화시킬 필요가 정말 없는 것이다.

필자는 나중에 동아시아도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민족주의적인 세계관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희망한다. 유럽은 원래 동북아보다 국토 주장이나 상호경쟁이 더 치열했던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국경 이념마저 없어지고 있다.

그러한 시절이 언제올지 모르겠지만, 현 단계에서 동북아에서는 옛날 국가주의가 아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 하에서도 한국은 환상과 감정에 따른 비현실적인 정책 결정을 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

간도가 한국의 땅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6년의 국제사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간도나 만주에 대한 한국의 주장은 그 날을 더 빨리 오도록 하는 것보다 한국의 외교 영향력을 제한함으로써 나중에도 그러한 날이 올 가능성을 파괴시키고 국제관계에서 더 많은 갈등과 위험을 야기하는 전술이다.

한국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냉정하고 영민한 정치를 하지 못한다면 너무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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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생(1963)/레닌그라드 국립대 입학/김일성종합대 유학(조선어문학과 1986년 졸업)/레닌그라드대 박사(한국사)/호주국립대학교 한국사 교수(1996)/저서 <북한현대정치사>(1995) <스탈린에서 김일성으로>(From Stalin to Kim Il Sung 2002) <북한의 위기>(Crisis in North Korea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