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韓.中關係

중국인과 한국인의 역사관

이강기 2015. 9. 3. 17:02
  • [여시동] 중국인과 한국인의 역사관
    • 중국인들은 웬만해서 남의 욕을 하지 않는다. 면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뒤에서도 남 욕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길거리에서 너 죽고 나 죽자며 한판 붙는 경우는 물론 예외지만, 평소엔 남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리는 것이 중국인들 특성이다. 이는 아무리 사소한 비판이라도 남을 비판하면 훗날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은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으면 남의 과오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하다. 지난 2001년 한국 마약사범이 중국 내에서 사형당했을 때 중국 당국이 사형선고 사실을 팩스 전문으로 한국 공관에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몰랐던 한국 정부는 오히려 중국 측에 큰소리를 쳤다가 망신을 당했다. 당시 팩스 전문이 접수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공관 공무원들은 공개적으로 소환되고 징계를 받았다. 그 직후 한 베테랑 중국 기자는 공무원 징계를 놓고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다. 당사자 체면을 세워주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고 조용히 소환하면 당사자는 자기 과오를 인정하고 사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번 사건은 적극적인 범죄가 아니고 실수 아닌가. 나라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겠지만 나는 우리 식이 옳은 것 같다.” 2000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천수이볜(陳水扁) 민진당 후보가 놀랍게도 여당 후보를 물리치고 반세기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천 후보는 국민당 독재 정권으로부터 갖은 박해를 받았으며 부인은 국민당 수하 기관원들로부터 테러를 당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선거 취재를 갔던 기자는 현지인에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으니 학교 교과서에 장제스(蔣介石)를 미화한 부분도 고쳐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시대를 거치면서 장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가 많이 고쳐졌고 국민도 이제 그 정도는 이해할 수준이 됐다”고 했다. 정권 교체 3년이 지났지만 대만에서 장제스의 위상은 여전하다. 1995년 말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한국이 대단한 이유 3가지를 들었다. 축구와 자동차와 역사 바로세우기였다. 하지만 축구와 자동차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비교적 솔직했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감옥행에 대한 평가는 진솔성에 논란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은 전직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낼 정도로 국민의 힘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인을 오래 접해본 한국인들은 이 말을 “우리는 역사를 그런 식으로 가볍게 단죄하지는 않는다”는 비아냥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폐쇄 사회라 서구식 언론 자유는 없다. 당연히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언론의 직접적인 비판도 찾아볼 수 없다. 일반 인민들은 그나마 개혁개방 이후 사석에서 조심스럽게 비판의 목소리를 주고받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국인들은 한 시기 역사 평가를 통째로 뒤엎는 것을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다. 문혁 4인방을 처단하면서도 마오쩌둥(毛澤東)은 여전히 중국 최고의 위인으로 남겨놓았고, 천안문 시위대 유혈 진압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덩샤오핑(鄧小平)의 업적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전두환 전대통령 집 앞에서 있었던 방송 퍼포먼스를 보면서 중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아마 또다시 “한국은 대단하다”는 말을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대단하다”는 말은 결코 “훌륭하다”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중국인들의 이런 생각이 다 옳다는 뜻이 아니다. 정권 바뀔 때마다 과거 정권 담당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구태는 그만두어야 한다. 전 전대통령의 뻔뻔스러운 발언도 가증스럽지만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조사를 거쳐 법대로 처벌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그게 법치사회 아닌가. (여시동 베이징특파원 sdyeo@chosun.com)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