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 중국사람' (서평) | ||
宰相 문전에 七品官이라더니
청산유수다. <오래된 나무는 뿌리가 많고 사람이 늙으면 말이 많다(본문에서 인용)>더니 중국의 긴 인문적 전통 때문일까, 정말 잘도 "지껄인다". 조금만 인용해 보자. <북경은 성이고 상해는 탄이며, 북경은 도(都)고 상해는 시다.
북경은 관리사회이며 상해는 산업사회이다. 북경은 전통적이고 상해는 현대적이다. 북경은 지혜롭고 상해는 영특하다. 북경은 유미주의적이고 상해는
효용적이며, 북경은 문화적이고 상해는 수학적이다. 북경은 철학적이고 상해는 과학적이다. 북경은 신성하며 상해는 세속적이다. 북경은 감성적이고
상해는 이성적이다. 북경은 대범하고 상해는 우아하다. 북경은 고전적이고 상해는 모던하다. 북경은 한림원이고 상해는 경마장이다. 북경은 전원시와
같고 상해는 광고간판과 같다. ...> <중국도시 중국사람>이란 제명이 마치 가벼운 여느 여행 안내책자로 오해될까봐 맘에 걸린다. 원제가 <讀城記>이었다는데, 내용에 좀 더 어울리는 중후한 이름이 없었을까. 내용은 중국 7대 도시의 현대 중국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빼어난 안목으로 관조하여 수려하기 그지없는 문체로 그려 낸 매우 격조 높은 수상기 같은데 말이다. <중국철학은 일종의 인생철학이다. 이는 논리적인 추론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생체험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본문에서 인용)>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중국인의 인생철학을 그린 것이라고 하겠다. 설핏 봐 이중환의 <택리지>를 닮은 것도 같다. <북경은...., 상해는...., 성도는...., > 하는 식이 마치 <경기도는...., 충청도는...., 경상도는....,> 하는 양과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약 200년이란 시차 탓일까. <택리지>가 산수(풍수)지리에 치중한 느낌이라면 이 책은 인간과 문화에 중점을 두었다. 이중환이 현대에 살았다면 그도 이런 식의 책을 썼으리라. 중국이 공산화 된 이후 임어당, 진순신 같은 해외 중국인 학자들 외에
중국본토인들이 쓴 책으로는 내게 이것이 처음이다. 공산치하를 살아온 중국인들의 인문수준이 가끔씩 궁금하기도 했지만, 문화혁명이란 세계 유래가
드문 반인문주의적 광란까지 벌이는 나라가 별수 있으랴 싶어 서점에 간혹 보이는 "중국물"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썩어도 준치"고 "宰相문전에 七品官(본문에서 인용)"이라더니 역시 중국은 그 화려한 인문적 전통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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