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대로

태고적이나 지금이나 .....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강기 2015. 9. 9. 11:34

 

 

태고적이나 지금이나 .....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200043

 

 

엊그제 KBS TV 공명선거 캠페인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일본 기자가 [한국 사람들은 후보자들의 돈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지금의 경제적 수준으로 봐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 책도 여러 권 써 낸 사람이다.

 

 

선거철만 되면 무슨 무슨 이름의 모임으로 만나서는 "출처가 모호한 돈으로 먹고 마시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1950, 60년대에는 가난한 서민들로서야 먹는 일이 가장 큰 일 중의 하나였으니까 먹여주는 사람이 가장 고마울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많이 먹여주는 사람한테 표를 주기도 했던 것으로 듣고 있지만, 지금은 점심 한끼에 표를 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음성적으로 자주 벌어지고 있는 모양인데, 이는 아마도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어떤 타성 때문이 아닌 가도 싶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노래를 하는 것 까진 좋으나 복도에서 뛰고 구르며 춤추는 사람들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세계에서 한국 사람들 밖에 없을 것 같다. 인구대비 술 소비량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영국산 위스키를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이유도 모두 이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탓일 것이다.

 

1990년대 초 처음으로 옛 만주 쪽 길이 열려 한국 기자들이 들어가 현지 르뽀 기사를 보내오곤 했는데, 그 때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사 중에서 현지 중국인이 조선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는 글을 읽고 매우 놀란 적이 있다.

 

 

[조선인들은 몇 사람 만나기만 하면 먹고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다가 싸우고는 헤어지고 며칠 후 다시 만나면 또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는 또 싸우는데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정확한 글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게 이런 뜻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가 놀랐던 이유는 이런 비슷한 소리를 어디서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옛 중국 사서(史書)들 속에 동이족(東夷族)의 풍습을 묘사한 구절들에서였다. 태고적과 비슷한 장소에 살고 있는 바로 그 종족의 후예들에게 역시 태고적에 논평을 했던 같은 중국인 후예가 비슷한 표현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싶어 혼자서 웃었다. 그 때 메모해 놓은 구절들이 있어 여기에 옮겨 본다.

 

 

후한서 동이전 서문

 

 

[동이들은 그 곳에 토착한 백성들을 데리고 즐겁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부여

 

 

[.... 은나라 정월이 되면 (부여에선) 하늘에 제사지낸다. 이 때가 되면 온 나라 안이 모두 모여서 날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춘다....]

 

[... 밤낮없이 사람들이 길에 다니면서 노유가 모두 노래하여 종일토록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삼국지 동이전 부여편 -

 

 

[섣달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이 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여러 날을 두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노는데 이것을 영고(迎鼓)라고 한다.] - 후한서 동이전 부여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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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 사람들은 농사짓고 누에치는 법을 알아서 면포를 짰다. 5월이 되어 밭갈이가 끝나면 귀신에게 제사 드리고 밤낮으로 술 마시고 놀면서 여럿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데, 한 사람이 춤추면 수십 명씩 따라서 춤을 춘다...]

 

[이 나라 풍속은 노래부르고 춤추고 술 마시고 비파 뜯는 것을 좋아한다.] - 후한서 동이전 한() -

 

[5월이 되어 씨를 다 뿌리고 나면 귀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이 때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시고 놀아 밤낮을 쉬지 않는다. 춤을 출 때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서로 뒤를 따르면서 땅을 밟고 높이 뛴다. 이 춤추는 모습은 꼭 택무(鐸舞)와 같다. 10월에 농사일이 끝나면 또 한번 이렇게 논다. - 삼국지 동이전 한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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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 하늘에 제사 지내는데, 이 때가 되면 밤낮으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어, 이것을 무천(舞天)이라고 한다. ....] - 후한서 동이전 예() -

 

 

고구려

 

 

[그 나라 백성들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 나라 안 모든 촌락에서는 밤만 되면 남녀들이 여럿이 모여서 서로 노래하고 논다. ... 자기 집에 술을 빚어 두고 먹기를 좋아한다...]

- 삼국지 동이전 고구려 편 -

 

 

[그들의 풍속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온 나라 안 촌락에서는 밤마다 여럿이 모여서 노래하고 논다. ] - 양서 제이전(梁書諸夷傳) 고구려 편

 

 

[그들의 풍속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겨서, 나라 안 모든 부락 남녀들이 밤마다 여럿씩 모여서 노래 부르고 논다. 그 사람들은 또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술을 빚어두고 마신다. ..]

- 남사 이맥전(南史 夷貊傳) 고구려 편 -

 

 

[노래 부르고 춤추기를 좋아하며 10월이 되면 하늘에 제사를 올린다.. 부모와 남편의 초상에는 3년 동안 복을 입고 형제간에는 석달 동안 입는다. 초종(初終) 때에는 곡하고 울지만 장사 지낼 때에는 춤추고 음악을 잡혀 죽은 사람을 보내다.] - 북사(北史) 고구려전 -

 

 

우리들이 부여, , 고구려, 한의 후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