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차세대 소총
김홍진 논설위원 mailer@chosun.com
월남전 전투에서 한 명 사살에 쓰인 총알은 2만5000~3만 발이었다. 2차대전 때는 한 명당 5만 발 이상이었다.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훈련 때처럼 조준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명중률 높은 차세대 소총 개발이 세계 각국 숙제였다. 독일 무기제작사 HK는 1990년대 초 G11 무(無)탄피 소총을 개발했다. 노리쇠가 한 발을 발사하고 뒤로 물러나 탄피를 배출하고 다시 총탄을 장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탄피 없는 총알 3발을 한꺼번에 쏘는 신개념 총이었다. 그러나 제작비용이 너무 비싸 묻혀 버렸다.
▶러시아에선 1994년 방아쇠를 한 번 당기면 총알이 2발씩 나가고 1분에 1800발까지 쏠 수 있는 소총 AN-94가 개발됐다. 세계 최고 소총으로 평가받았던 AK-47의 최고 발사속도는 분당 600발이다. AK가 제작자 칼라슈니코프가 만든 자동(Auto) 소총이라는 뜻인 것처럼, AN-94에도 제작자 니코노코의 이름을 넣었다.
▶1986년 미국 보병학교에서 총탄을 쏘아 적의 머리 위에서 터지게 하면 기존 소총보다 살상률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나온 뒤 미국은 이 방식의 총기 개발에 몰두했다. ATK사는 2002년 5.56㎜ 소총에 20㎜ 유탄발사기를 결합한 XM-29를 제작했다. 레이저로 사(射)거리를 측정한 뒤 발사한 총탄이 창문을 뚫고 들어가 목표물 2m 상공에서 터지게 했다. 그러나 공중 폭발탄 성능이 떨어져 사업이 중단됐다. 스웨덴과 싱가포르도 비슷한 소총 개발에 착수해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국방과학연구소도 이 방식의 소총이 우리 지형에 맞는다고 보고 2000년 '차기 복합형 소총' 연구를 시작했다. 이 차세대 소총 개발이 성공해 내년에 실전 배치한다는 소식이다. 국산 K2 소총에 20㎜ 유탄발사기를 결합한 것은 XM-29와 같은 방식이지만, 총탄이 목표물 상공에서 터지게 하는 기술이 다르다. 소프트웨어가 장치된 공중 폭발탄이 회전 수에 따라 목표물까지 거리를 자동 계산한 뒤 목표물 상공 3~4m 위에서 폭발하게 했다.
▶우리 연구진과 방산업체들이 8년간 밤을 지새운 노력에 뛰어난 IT기술을 보태 선진국도 이루지 못한 성공을 일궈냈다. 개인 화기(火器)의 개념과 역사를 한꺼번에 바꾼 쾌거이자, 새 무기시장에 대한 주도권 선점이다. 대량 수출 길도 내다보인다. 국민들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돼 우리 신무기가 세계적 명품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입력 : 2008.07.29 23:31 / 수정 : 2008.07.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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